2022년 하반기부터 COVID-19 팬데믹이 사실상 종식돼 감에 따라 국제학술행사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한한의학회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국제학술 교류를 시작했고, 척추신경추나의학회(회장 양회천·이하 추나학회)에서도 지난 3년간 온라인으로만 참가하다가 이번에는 10명 규모의 참관단을 구성해 미국정골의학회(American Academy of Osteopathy, AAO)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하는 ‘AAO Convocation 2023’에 대면으로 참가했다.
출국 전부터 많은 준비과정이 있었다. AAO Convocation은 추나학회에서 이전부터 꾸준하게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참여하고 있던 학술행사기도 하고, 미시간주립대학교 오스테오패틱 의과대학 국제보건연구원(MSU IGH) 정성수 부원장이 명예이사로, Michael Kuchera 교수가 자문위원으로 홈페이지에 기재될 만큼 정골의학계와 꾸준히 교류해오고 있는 상태였다.
무엇보다 이번 Convocation의 Physician Schedule에서 추나학회가 한국의 추나의학을 소개하고 관련 기법을 시연·실습하는 내용의 Workshop을 정식으로 요청받았고, 연자인 추나학회 남항우 학술위원장과 양회천 회장뿐만 아니라 시연 실습 지원을 위해 추나학회 송경송 부회장·이영재 부회장·이재규 경인지회장·김세종 총회부의장·이현준 국제이사 등 무려 7명의 관계자가 총출동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출국 3주 전부터 발표 연습과 함께 자료 검토를 반복했고, 그러한 분과학회의 노력에 대한한의학회 임원으로서 정말 열심히 한다고 거듭 느낀 바가 있었다. 게다가 이번 AAO Convocation 2023의 대회장인 Lisa A. DeStefano와는 그린만의 수기의학 원리 5판 번역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해온 바가 있다고 하니, 이번 발표를 위해 추나학회가 들인 노력이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학술대회 참가에 앞서 3주 전부터 준비로 분주
긴 비행 여정을 거쳐 등록일 아침, 영하의 날씨로 쌀쌀했지만 대회장은 생각보다 크고 성대하게 행사가 진행됐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메인홀은 이내 가득 찼으며, 정골의학의 원리, 역사,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언급들이 매 강연 때마다 언급되고 강조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골의학은 MD인 Andrew Taylor Still(1828∼1917)에 의해 창시돼 수기 치료를 강조하는 민간의료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골의학(Osteopathy)이라는 명칭도 ‘뼈’를 뜻하는 결합사인 ‘osteo’와 질병을 의미하는 결합사인 ‘pathy’를 결합해 Osteopathy라고 명명한 데서 유래한 용어이다. Osteopathy는 미국 내에서 Osteopathic Manipulative Medicine(OMM, 정골의학, 整骨醫學)으로 통칭되며, 의학(Medicine)과 마찬가지로 주류의학에 포함되고, 정골의학 의사(DO,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도 MD와 동등한 학위를 가진 의료전문직(medical profession)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1910년 발표된 플렉스너 보고서(Flexner Report)를 계기로 의학교육계가 변화할 때, 정골의학계도 이에 동참했고 현재 MD가 배우는 100%의 교육 내용을 배우면서 추가적으로 정골수기요법(OMT) 등의 정골의학 치료법을 300시간 정도 더 배우며 정골의학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골의학, 한의학과 유사성 많아 ‘관심’
이러한 DO의 상황이 한의계의 여러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아, 일전에 미국 DO제도를 롤모델로 한의사 제도 및 한의학 교육체계를 개편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정골의학의 독자성이나 정체성이 예전보다 희석됐다고 하며, 게다가 미국 내 정골의학 교육이 의학교육과 거의 유사한 상황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DO들이 정골요법보다는 MD 업무를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려, 아마도 이러한 상황들이 Convocation 오픈 세션에서 원리나 역사, 그리고 정체성이 여러 번 언급되는 이유일 것이라 생각됐다.
이번에 참가한 인원은 총 10명으로 행사기간 중 여러 세션과 워크숍을 함께 나눠 듣고 저녁에는 함께 모여 각자 들은 강의 내용을 요약해 공유하고 한의 치료와의 유사성과 차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이번 AAO convocation은 ‘신경근골격계 생리학과 정골의학의 개념(Neuromusculoskeletal Physiology and the Osteopathic Concept)’이라는 주제여서 정골의학의 특징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손의 감각으로 진단과 치료를 함께 하는 접근은 한의학과 유사성이 많다고 느껴졌다. 이외에도 최근 한의 연구계가 CPG 개발 등 근거 창출을 위한 연구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처럼, 정골의사들도 수기의학의 근거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접근을 발표하는 강연도 함께 진행됐다. 이러한 내용들을 접하면서 MD와 같은 검사와 처방을 사용할 수 있는 DO와 한의사를 역할 면에서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질환보다는 인체 상태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현장에서 프랑스로의 강연 요청 등 뜨거운 반응
이와 함께 행사표를 보면 정골의사들을 위한 보수교육 개념의 ‘physical schedule’과 전공 중인 학생 대상의 ‘student schedule’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회 교육파트 임원이기에 교육장에 입장하고자 했으나 제지당해 어떤 교육이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프로그램상 수기요법의 개념과 함께 다양한 술기를 배우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침 치료와 함께 중의학의 촉진법도 함께 배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골의학의 발전 관련 분야를 막론하고 배움의 기회를 가진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참여 일정의 마지막 날 남항우 학술위원장의 한국의 추나의학을 소개하고 관련 기법을 시연 및 실습하는 내용의 워크숍에 참가했고, 굉장히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아 참여한 일행 모두 감격에 차오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행사장의 프랑스의 DO들은 즉석에서 강연 초청을 제안하는 등 엄청난 관심 대상이었다.
특히 JS기법과 HW기법 실습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이 한 동작 한 동작 열심히 따라하고 질문하며, 그들이 가진 술기와 비교하며 장단점을 논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즉, 우리 한의학이 우수해 세계화를 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겠으나, 세계화를 통한 교류 자체가 또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 클 수 있다고 생각됐다.
최근 대한한의학회는 2024 ICMART를 아시아 최초로 유치하는 등 국제학술교류 협력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굵직굵직한 행사에 결국 분과학회도 직·간접적으로 참여 기회가 마련되며, 이러한 경험은 한의계 학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한한의학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무대에서의 분과학회 참여를 독려하고, 이를 토대로 한의학술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사명감이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