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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7일 (금)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14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14

비대면 상황 속 한의학도의 역할 고민
의료봉사 참여하며 한의사로서 진로 탐색
빛이 되어 세상에 기여하는 한의사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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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승 경희대 한의대 본과 1학년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한의대 학생들에게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경희대 한의대 본과 1학년 김회승 학생에게 코로나19 기간 동안 참여했던 한의의료봉사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한의대생의 안부를 묻다’라는 기고에 대한 모집 글을 보자마자 바로 노트북을 켜 글을 작성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필자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도에 입학하여, 예과 1학년부터 본과 1학년 1학기에 이르기까지 학교 수업을 대부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한의학도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하였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봉사였다.


◇코로나19한의진료센터서 봉사활동… 끝난 후 뿌듯함 잊지 못해  

학교의 개강도 늦춰지고 예정되어있던 새내기 배움터와 같은 행사들이 전면 취소됨에 따라 비대면 수업으로 3월을 보내던 중, 학교 단체 메신저에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 봉사자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기에 주저 없이 바로 지원하였고, 가양동에 있는 한의사협회로 거의 매일 등교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예과 1학년이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부푼 기대를 안고 당당하게 갔던 게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의대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본초학과 같은 과목명도 모른 채, 한의사협회에서 약 처방을 위한 보중익기탕과 같은 약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들을 보고 한약들이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 협회까지 출근길에 9호선을 타고 봉사 가는 것은 고됐던 기억이 남아있지만, 봉사가 끝이 난 후 집에 갈 때 그 뿌듯함은 결코 잊지 못한다. 

많은 선배 한의대생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한의학에 대해 조금 친숙해질 수 있었으며, 같은 학교 동기도 봉사 현장에서 만나게 되어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

봉사에 가서 하는 활동은 예진, 약 포장, 데이터정리 들이었는데, 예진할 때 코로나 확진자들과 전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루에 많아야 세 자릿수의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을 때였고, 코로나에 대한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을 때였다. 전화기 너머로 속상해서 우시는 분들,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봉사라는 것이 얼마나 값진 행동인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에 대해 말이다.

학교에 등교하기 전부터 한의진료센터에서 두 달 동안 총 96시간의 봉사를 하였다. 5월의 마지막 봉사를 끝낸 후, 나는 멈추지 않고 내가 한의학도로서 어떤 봉사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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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TA에도 가입…봉사 참여 후 행복감에 심취 

2020년에 코로나한의진료봉사를 하던 중, 한의사협회 내부의 기관들을 견학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많은 기관들에 가 다양한 구경을 하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 (이하 KOMSTA)이었다.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1993년부터 공식적으로만 160번의 해외 봉사를 파견했다는 소개를 들으며, 그때 뛰었던 내 가슴을 잊지 못한다. 그날 바로 KOMSTA에 가입서류를 보내 가입하게 되었다. 

최근까지 KOMSTA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국내 봉사를 진행했던 터라, 기회가 될 때마다 지원하여 본과 1학년까지 총 39시간의 국내 봉사를 하게 된다. 황금 같은 주말 오전에 봉사가 열리는데, 봉사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뿌듯함을 가지고 한 달 동안 학교 공부도 하고 지내다가, 다음 달에 또 봉사에 참여해 뿌듯함을 얻어 한 달을 또 열심히 보내고, 그렇게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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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느꼈던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활동

코로나의 엔데믹 시기에 이르며, 해외 봉사가 열리게 되었다. 161차, 162차 우즈베키스탄 파견공고가 떴고, 평소 해외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지원하였다. 그리고 2022년 8월 10일에 인천공항에서 타슈켄트로 향했고, 8월 11일에 부하라로 한 번 더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봉사를 진행하게 된다. 첫날 116명, 둘째 날 317명, 셋째 날 408명, 넷째 날 218명으로 총 1059명의 환자를 진료하였다. 

봉사를 진행하며, 나는 한의학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얻을 수 있었다. 책으로만 한의학을 공부하다, 실제로 타지에서 말도 안 통하는 환자들을 걷게 하고, 웃을 수 있게 하는 한의학을 두 눈으로 보면서 정말 내가 참 멋지고 매력적인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는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에 담기엔 정말 너무나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런 것들을 느끼고 나니, 한국에 돌아가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 한줄기 빛이 되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나의 전문지식 하나로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임이 틀림없다. 나에게 주어진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갈고닦아 실력 있는 한의사로 성장하여, 따뜻한 손길이 닿지 않는 여러 곳에 가 의술을 펼치고 싶다. 우리나라 고유의 의학인 한의학은 세계 여러 곳에서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한의학을 통해 행복을 찾음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이런 생각을 가슴 깊이 새기고 진심을 다해 공부하여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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