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선정한 '불합리한 차별법령 정비' 대상 과제에 포함
과도한 진입장벽 철폐 과제 22개 중 하나로 선정…중장기 검토과제로 분류
인권위, 2006·2017년 두 차례 개선 권고…한의 공공의료 확충 차원서도 개선 시급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법제처가 지난 12일 국무회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한 '불합리한 차별법령 정비계획(이하 정비계획)'을 보고한 가운데 보건소장의 의사 우선임용 규정 정비가 포함돼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비계획에는 총 19개 부처 소관 65개의 불합리한 차별법령이 정비과제로 선정됐으며, 이 중 31건은 올해 안에 정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보고된 65건의 정비과제는 △유사한 제도간 형평성 제고(12건) △과도한 진입장벽 철폐(22건) △사회적 약자와 함께 가는 노동(13건) △양성이 평등한 가정과 사회(10건) △더불어 잘 사는 사회(8건) 등 총 5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가운데 과도한 진입장벽 철폐 과제 22건 중 '보건소장 임용자격을 의사면허 소지자로 제한'하는 규정이 정비과제로 포함돼 있다. 이는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을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하도록 함에 따라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 의사면허가 없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제외하고 있어 '지역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며, 이는 중장기 검토에 나선다는 것이다.
보건소장 의사 우선임용 규정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지속적인 개정의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특히 한의계에서는 지난 4월 문재인케어의 핵심인 의료공공성 강화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한의약의 역할 확대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한의사의 보건소장 임용 확대와 더불어 공공의기관내 한의과 설치 확충, 한의사의 진료 및 근무환경 개선의 적극적인 추진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한의약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의사 우선으로 되어 있는 보건소장 임용기준을 개선해 한의사도 차별 없이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실제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임용한다는 조항은 지금까지 의료인의 전문성과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령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민의 핵심 기본권인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인 사이의 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2006년 9월과 2017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보건소장에 양의사를 우선해 임용토록 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차별행위라는 입장과 함께 관련 법령 개정을 권고키도 했다.
이와 관련 한의협은 지난 4월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울산광역시와 제주시의 경우 양의사 출신 보건소장을 공모했지만 조건에 적합한 지원자가 없어 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만을 계속 보건소장으로 고집하고 관련법령 개정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가 그 책무를 방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에게 보다 폭넓은 공공의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의사들에게만 우선권을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며, 전국의 2만5천 한의사들은 국가로부터 면허를 부여받은 의료인으로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보건소장직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김외숙 법제처장은 "불합리한 차별법령 정비의 취지는 단순히 현행 법령의 차별성만 제거하는 하향적 균등이 아닌 달라진 국민 눈높이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맞춰 평등권을 상향적으로 실현하려는 것"이라며 "선정된 과제에 대해서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아 조속히 법제화할 수 있도록 국무회의에서 각 법령 소관 부처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이번에 보고한 65개 과제를 국민법제관 의견 수렴, 국민 아이디어 공모제, 현장간담회 및 법제처 내부 공모제 등을 통해 발굴했으며, 2019년까지 추가적인 정비 과제 발굴을 통해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각 분야의 차별적인 법령을 순차적으로 정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