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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04일 (토)

[인터뷰]한국형 통합의료가 나아갈 길

[인터뷰]한국형 통합의료가 나아갈 길

손건익 통합의료진흥원 이사장

“환자 복지 위해서라면 한·양 구분 없어져야”

“협진, 수가 관련 의료법 체계 개선해야 가능”




손건익



“환자를 위해서라면 한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얼굴 붉힐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지난달 29일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법무법인 광장 고문실에서 만난 재단법인 통합의료진흥원(이하 진흥원) 손건익 이사장과 한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일관된 키워드는 ‘환자 복지’였다. 죽음 앞에 한의냐 양의냐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그는 “대장암이었던 전설의 투수 최동원 선수도 말기암 통보를 받고 죽기 전 민간요법인 소금물 관장에 매달렸다. 우리나라에 사이비 치료 대기 환자가 6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현대의학으로 치료법이 없다고 판정받는 환자들에게 방법이 없으니 잘 정리하라고 할 수만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그러한 의미에서 한의치료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말기암 환자의 경우 어떠한 마약성 진통제도 듣지 않아 고통스럽게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런 환자들에게 진통제를 쓰기 전 초기 단계에서 침 치료를 하면 그래도 통증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침으로 안 될 때 그때서야 진통제를 쓰기 시작하면 돌아가실 즈음에는 진통제가 그래도 효과를 보는 상태로 가실 수 있죠. 이것도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복지 아닐까요?”라고 묻는 손 원장. 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차관을 지낸 그에게 한의학과 양의학이 갈등을 빚는 한국에서 협진 및 통합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진흥원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통합의료진흥원이 하는 일, 합류하게 된 계기.



대구 가톨릭의대와 대구한의대, 대구시, 그리고 비록 크게 출연은 안했지만 복지부 네 개 단체의 출연으로 재단법인인 통합의료진흥원을 설립했고 여기서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의료원, 하버드 도너파버 암 연구병원 자킴센터, 하버드 브리검 여성병원-오셔센터, 하버드대 MRCT와 공동연구가 동시에 이뤄지는 국내 유일한 기관이다.

주력하는 분야는 유방암이다. 유방암 림프종 연구에 이어 유방암 신경병증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동물실험시 사용한 양약 및 한약(타목시펜+자음강화탕)의 유방암 병용투여 결과를 바탕으로 하버드대에서 같은 약을 사용해 실험을 계속하며 임상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구 가톨릭 의대 부총장이었던 대구 가톨릭의료원 최영희 신부의 권유로 합류하게 됐다. 한·양방이 함께 치료하면 환자들의 고통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믿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동참한 지 5년이지만 아직 통합의료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통합의료를 가로막는 장벽이 높다는 얘기로 들린다.



예전 복지부에서 근무할 당시 국립의료원에 한약부를 만들고 협진을 시도해 봤다. 물론 내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겠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등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협진을 너무 간단히 생각했던 것이다. 제대로 된 협진을 하려면 결국 보건의료 관련법을 건드려야 한다. 제도적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된 협진을 할 수 있다. 수가를 못 받는데 누가 협진을 하려고 하겠나. 환자 입장에서도 지금 제도 하에서는 협진을 하면 진료비가 더 들게 돼 있는 구조다. 복지부에서 하는 협진 시범사업 등에 참여하는 환자들의 경우에나 보상이 되지, 그 외의 경우 환자들이 자비로 치료하기에는 한쪽만 하는 게 더 저렴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의 선택인데 제도가 선택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한의계는 제도권 내로 더 들어가려 하지만 양방에서는 한의약에 대한 근거가 먼저 증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 어떤 나라도 전통의학을 완전히 배척하는 나라는 없다. 전통의학은 수천년간 전해 내려 왔고 이는 치료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계량화된 것 외에 경험칙도 에비던스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이라 할 수 있는 양의학의 갈등이 국내에서 이렇게 심한데도 정부가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가 한의약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정부가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의료계의 갈등을 방치하는 수준이라면 ‘유구한 역사적 전통, 세계 문화유산’ 이라는 식의 홍보도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홍보는 홍보대로 하면서 실제는 겉돌고 수많은 갈등 관계가 조성되는 상황은 방치하고 있다. 즉 한의학과 관련된 구호성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구호성 행정 캠페인을 혐오한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행정이다. 정부가 진정 한의약에 긍지를 느끼고 이어나갈 생각이라면 전통의학 전공자들에게 여건을 마련해 주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한 견해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진찰 방법과 치료법 기전,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의사는 진맥을 짚는 방식으로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옛날에는 진맥 외에 다른 진찰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능력이 있느냐다. 필요한 과목을 배웠는지, 의료기기 판독능력을 갖췄는지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만약 없다면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방법이다. 의과의 경우 다른 과 전공의들이 기술을 배워서 성형외과를 개원하지 않나. 어쨌든 의료법에는 한의사도 엄연히 의료인으로 구분돼 있다. 이 문제는 정부 측에서 타협안을 만들어 내야 할 부분이다.



◇행정가로서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조언한다면?



한의사협회 뿐 아니라 모든 단체나 협회들이 겉보기에는 아주 굳건한 단체처럼 보이지만 현미경을 놓고 들여다보면 지역별, 세대별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을 잘 묶어내야 한다. 회원들 각자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또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첨언한다면 1년 예산 500억 원이 넘는 한의학연구원에 대한 평가도 엄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에비던스를 찾는 일은 꼭 한의사가 아니더라도 그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라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한의약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연구원이지만 더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통합의료진흥원도 한의계와 중립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한의계를 도와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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