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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에 ‘갑론을박’…핵심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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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봉사

간호법 제정에 ‘갑론을박’…핵심 쟁점은?

‘처방’,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등 표현에 이견
여야 3당 대선 후보, 대선 앞두고 간호법 제정 약속

간호법1.jpg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간호법’ 제정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10개 보건의료단체가 지난 8일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간호법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장해 간호사 단독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여지를 남긴다고 비판한다. 반면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법 어디에도 이런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10개 단체의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3월 여·야 3당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간호·조산에 대한 내용을 이관해 독립적인 법률로 제정하기 위해 추진됐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5년마다 간호종합계획이 수립되고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하게 된다. 국가와 지자체는 간호 인력 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 정책을 수립·지원하고, 간호사가 인권침해를 받지 않도록 조사·교육을 의무화한다. 

 

논란의 핵심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대목이다. 현행 의료법 제2조5항은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다. 최연숙·김민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간호(조산)법안에서 현행의 ‘지도’라는 표현은 ‘지도 또는 처방’으로, 여야 3당 모두가 발의한 간호법에서 ‘진료의 보조’ 업무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뀌었다. 


◇PA 문제 해소 VS 간호사 개원 가능성


국회는 ‘지도’와 ‘보조’ 등 의미 중복과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 문제를 해소해 간호사 처우를 개선코자 이런 내용의 법안을 발의·상정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협 등 10개 의료 단체는 이런 변화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장하고 간호사의 독립 개원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먼저 ‘처방’ 표현을 법안에 넣은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4월 26일 제386회 국회 제1차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간호·조산법안 발의 제안 이유로 “불법 논란이 일고 있는 ‘진료를 지원하는 간호사’, 즉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간호사가 반드시 의사 등의 처방을 전제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의사가 퇴근 후 ‘의사의 처방 하에’  환자를 돌보는 등의 업무를 관행적으로 해온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행위가 합법이 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국회는 이 표현이 보건의료직종간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위원은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현행 의료법은 시행규칙을 통해 가정전문간호가 치료 관련 의료행위를 할 때 한의사·의사의 진단과 처방 하에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처방에 대해 시행규칙에서 한계를 분명히 설정하면 된다”며 간호사의 독립 개원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간협 역시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는 독립적인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며 “이 뿐만 아니라 간호법 어디에도 독립적인 의료기관 개설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간호사의 독립 개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의협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 “‘처방’ 언급은 의사가 있는 같은 기관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간호사가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기존 법안에서 동일 기관 내 의사의 지도·관리·감독을 받는 의미의 ‘지도’와 구별된다”고 맞섰다. 

 

의사의 고용이 줄어들어 의료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겸 대변인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만으로 의료 행위를 하면, 극단적으로 의사 한 명이 처방만 하고 여러 명의 간호사가 의료 행위를 전부 수행할 수도 있다”며 “의사 고용을 줄이고 간호 인력을 늘려 의료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간호법 표 .jpg

 

◇진료 보조 vs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 보조’에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명시한 부분도 쟁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지난해 4월 3개 간호법 검토보고서를 통해 “간호법은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 가능한 진료 행위와 ‘진료 보조’의 문언 중복을 해소하는 의의가 있다. 또한 의사·간호사의 종속·의존적 성격을 부각시킨다는 우려를 시정하는 조치이기도 하다”며 “제정안이 실제 업역 변경을 수반하는 법 개정조치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간협 역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해도 진료의 주체는 여전히 의사이기 때문에, 간호사의 업무가 명확해질 뿐 실제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법제도 팀장은 지난해 8월 ‘간호법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진료 보조’는 진료 행위의 위임 범위와 한계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보건복지위원회의 3개 간호법 검토 보고서는 ‘보조’에 대한 사전적 의미와 문제점만을 고려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 내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관계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사의 지도·감독에 따라야 하는 간호 업무의 특성을 법안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의료계는 △보건의료체계 붕괴 △보건의료직역간 갈등 심화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위상 약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운영에 차질 초래 △간호법 한국만 없다는 주장은 과장 등을 들어 간호법을 반대하고 있다.

 

간호법2.jpg

 

◇“직역간 갈등 예상…상호 토론 필요”

 

정부는 간호법 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지난달 7일 간협이 주최한 간호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근무환경, 급여 등 간호 인력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논란이 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직역 간 다른 의견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상호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간호법은 2005년 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김선미 의원의 ‘간호사 법안’으로 물꼬를 텄다. 2년 뒤인 2007년 보건복지부가 ‘간호진단’ 용어를 포함한 의료법 전부개정을 시도했지만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조무사 등 4개 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2019년 김상희·김세원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조산법안’과 ‘간호법안’에는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중 ‘의사의 처방을 받는다’는 내용은 지난해 3월 발의된 최연숙·김민석 의원의 법안에도 반영됐다.

 

다음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3당 대선후보는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3개 간호법은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된 상태다.


민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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