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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 통해 더 건강한 사회되도록 실천해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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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 통해 더 건강한 사회되도록 실천해 나갈 것”

나에게 한의학이란?
한의약의 효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

김지석.jpg

 

김지석 가천대 한의과대학 본과 3년


‘한의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향긋하게 퍼지는 한약 내음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다. 한약방을 가득 채운 수많은 약재들과 한약 향내들은 지금도 떠올리면 어렴풋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한의원에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다가도 금세 홀가분한 얼굴로 나가는 모습들을 보며 자랑스럽다는 생각까지 들곤 했다.

 

그 시절 기억들을 토대로 한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을 치료하고 고통을 낫게 해준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침으로 비교적 빠르고 간편하게, 진료실 바깥에서도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은 한의사라는 큰 꿈을 꾸게 만들었다.

그 꿈을 바탕으로 대학교에 와서 배우고 알게 된 한의학은 아프고 힘없는 이들을 지켜주던 의술이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일상이 파괴되고 피폐해진 우리 민족의 곁에서 아프고 병든 사람들을 치유해준 것은 전통의학인 한의학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서 참된 의료를 위해 의료인의 역할은 무엇일지, 어떠한 의료인이 될지 좀 더 고민해보게 됐다.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동아리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회도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 송나라 시절에 편찬된 태평성혜방 서문에는 ‘小醫治病, 中醫治人, 大醫治國’이라는 글이 있다고 한다. 이는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더 나은 의사는 사람을 고치며, 훌륭한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하며 사회적 건강을 이야기한 것을 보면, ‘건강한 사회에서 진정한 건강이 실현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동아리 활동에서 한의진료활동을 하며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다양한 현장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인으로서 어려운 사람들 곁에서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여러 활동들에 참여하게 됐다. 

여러 활동들 중 지난해 기억에 남는 활동들을 돌이켜 보면,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상반기 겨울, 권리를 되찾기 위해 추운 거리로 나왔던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조합원들은 10년 넘게 일했지만 최저시급이나 주휴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자 단체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관리 직원들이 초코파이를 집어던지고 하루종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등의 모진 탄압에도 100여 일 동안 끈질기게 싸움에 임했다. 동아리에서는 조합원들의 정의로운 싸움을 지지하는 한의진료연대에 참여했다. 

 

조합원들은 한의진료가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자고, 매일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망가진 어깨와 무릎의 통증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얘기해 줬다. 그리고 매주 찾아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응원해준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고마워했다. 이후 조합원들은 저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연대에 힘 입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복직하게 됐다. 이 진료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으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여름에는 전례 없는 폭우와 미숙한 대처로 삶의 터전을 잃은 구례 주민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지난 2020년 8월에 있던 대폭우와 섬진강 댐의 홍수조절 기능 상실로 섬진강 유역은 물이 2∼3미터에 달하는 높이까지 차올랐다. 이 일로 구례 주민들은 1000여 명이 이재민이 되고, 키우던 소 1500마리 중 1000여 마리가 폐사하는 등의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나서 코로나 상황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해복구를 위한 모금과 봉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구례 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 것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해결해줄 국가의 역할이 부재했던 것이라고 한다. 섬진강 댐은 2018년부터 담수율을 50%에서 90%로 높여 관리했고, 높은 담수율에 폭우까지 내리자 대량방류를 할 수밖에 없어 예고 없는 대량방류가 홍수 피해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1년이 지나도록 무엇이 홍수 피해의 원인이었고 누구의 책임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주민들은 지치고 답답해했다. 이에 동아리에서 한의진료 활동과 수해복구를 돕는 작업에 참여하게 됐고, 이같은 우리의 활동에 대해 주민들은 구례를 기억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청년 고독사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최근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 방치돼 수일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되는, 청년들의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2020년에만 100명의 청년들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청년들이 4일에 1명씩 고독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년들의 고독사는 자살률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저하게 높으며 주로 취미활동이나 교류한 흔적 대신 취업 준비 서적과 이력서로 가득 찬 3평 남짓 방안에서 발견돼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분들께서 어떤 일을 겪었고 무엇이 힘들었는지에 대한 서글픈 진실들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처절한 ‘고독생’ 속에서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에 저와 동아리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 목숨을 잃는 청년들을 목도하게 된 비참한 현실 속에서, 병든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청년 건강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청년들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문제 해결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서명과 메시지를 모으고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심층 인터뷰 결과 밥 먹을 시간이 없어 하루에 한 끼를 라면으로 때우다 위장약을 6개월 동안 달고 살고 있는 경우, 늦은 시간에 퇴근해 신발장 앞에서 기절했던 경우, 5년 이상 일한 돌봄노동 근무지에서 수당을 제대로 못 받아 깊은 우울증을 앓고 난임 판정까지 받은 경우 등 많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연들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서자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실어줬다. 동아리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차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상담 및 한의진료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 속에서 한의학은 저에게 있어, 어린 시절 향긋한 약방의 추억이자 더 많은 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대의로 향하는 길의 든든한 동반자이다. 

 

분단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인 1950년, 일제강점기 시절의 낡은 법들을 논의하고 바로잡던 과정에서 보건부는 의료인의 범주에서 한의사를 배제하는 보건의료행정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이를 반대하는 11만명의 진정서가 모여 한의학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1). 이는 한의학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많은 이들의 곁에서 심신을 치유해줬기 때문에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의료인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해보게 한다. 의료인의 권한과 역할은 하늘이 내려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소중한 맹세와 책임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임을 되새겨본다. 

한의학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더 건강한 사회가 되도록 앞으로도 마음을 다지고 실천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1) 1951년 국민의료법 한의사 제도 입법 과정, 정기용, 이충열, 박왕용, 대한한의학회지, 2010. 01.

김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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