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정부의 한의학 중점연구 과제로 설립된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센터장 김종우)는 그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미흡했던 연구개발 부문들을 기존의 범주화된 틀에서 벗어나 한의학적 관으로 담아내는 한의약 혁신기술 개발과 정책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볍게 경혈을 자극하여 氣에너지로 불안을 해소하는 ‘감정자유기법(EFT)’, 기를 활용해 맺힌 감정을 푸는 ‘이정변기’, 감정변화를 기의 상생상극으로 조절하는 ‘오지상승위’, 호흡으로 이완하는 ‘정서도인요법’ 등 새로운 연구 성과를 제시하는 등 그동안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실증해 왔다.
이와 함께 한의학정신건강센터에서는 정신건강을 인간의 전체적 현상으로 관찰하고, ‘혼신의백지(魂神意魄志)’론으로 생명현상을 연구하여, 실제 개원가 임상에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신현상과 신체현상을 전일 생명체로 관찰
한의학에서 神은 인간의 모든 전일(全一)적 생명활동의 정화이고 ‘심신일여(心身一如)’, ‘형신일체(形身一體)’의 정상적인 표현으로 정신활동을 지칭한다. 정신활동의 주체인 神은 ‘노희사비공(怒喜思悲恐)’의 五情를 일으키고, 각각에 배속되는 ‘혼신의백지’(魂神意魄志:간심비폐신)를 통섭1)하며 ‘혼백’이 함께 하는 정신생명으로 인식된다.
정신활동의 평형을 이루어 통일된 생명활동을 한의학에서는 발생기능을 ‘혼’이라 하고, 추진기능을 ‘신’이라고 하고, 통합기능을 ‘의’라고 하고, 억제기능을 ‘백’이라고 하고, 침정기능을 ‘지’라고 한다. 발생기능은 운동활동을, 추진기능은 생활활동을, 통합기능은 자기화활동을, 억제기능은 활동조절을, 침정기능은 정화를 영위2)하는 정신건강의 오행작용으로 풀이된다.
정신건강임상에 있어서도 생명현상의 상생관계에 맞춰 병의 발생기전을 풀어, 이를 다양한 ‘한의정신요법’과 한약·침구치료로 다루고 있다.
인간정신의 심층적 이론인 ‘혼신의백지’론은 상생의 역동적 오신관계를 지니며, 정신현상과 신체현상의 관계는 곧 전일 생명체로 관찰된다는 것3)을 입증해 오고 있는 것이다.
醫者의 임상 상담에서 ‘혼신의백지’이론이 머릿속에 숙지, 체계화될 때만이 비로소 환자의 눈 반응 하나로도 감정교감 수준을 높여갈 수 있게 된다.
임상사례를 들어 보자면, 금년 8월 고3 수험생이 내원하여 호소하기를 “모의고사 볼 때면 긴장과 불안으로 소화도 안 되고 배도 아파서, 원래 실력보다 늘 점수가 낮게 나온다”고 억울해했다.
이러한 호소에 필자는 ‘혼신의백지’의 한의학 상담으로 ‘혼신’을 상생하는 ‘지언고론요법’과 ‘이정변기요법’, ‘감정자유기법(EFT)’의 ‘한의정신요법’을 적용하니, 고3 수험생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어 ‘신문혈(神門穴)’에 시침하고 ‘심경락’을 보하니, 환자는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며 신뢰감을 보였다. ‘심담허겁, 비위양허’로 변증진단하였고, 방제로는 ‘육군자가감방’으로 처방했다.
복약 2주 뒤에 다시 내원한 고3 수험생은 ‘혼백’이 회복되어 눈을 반짝이며 “엄격한 아버지마저 놀랄 정도로 모의고사에서 실력을 발휘하여 성적이 올랐다”고 기뻐하며 자랑했다.

혼백(魂魄)은 정신건강에 가장 소중한 요소로 꼽혀
혼백은 고려 말 정몽주가 이방원과 읊었던 ‘단심가’에서도 ‘넋(혼백)이라도 있고 없고 ~’의 혼백은 ‘혼이 나가서 백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죽는 목숨’으로 혼백은 정신건강에 가장 소중한 요소로 풀이된다.
마찬가지로 필자도 내원 초기부터 혼신을 상생하는 ‘지언고론요법’과 ‘이정변기요법’, ‘감정자유기법(EFT)’을 적용, 환자와 눈을 맞추며 모의고사 시험에 대해 수용적 지지의 마음으로 조기치신(調氣治神)했기에 ‘혼백’이 회복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최근 모 티비 국민가수 노래경연 프로그램에서 7살 꼬마는 ‘아, 옛날이여’를 감정을 섞어 열창하였는데, ‘그리운 옛날이 7년 인생에도 있을까?’라고 시청자 모두 의아해했다. 사회자의 질문에도 “마스크 쓰지 않고요, 키즈까페 다니던 옛날”이라고 울먹이며 답하니, 여기저기서 한숨과 탄성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치원 아이들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어 하는구나’ 라는...
동의보감에서 말한 “성내면 기가 올라가고, 기뻐하면 기가 늘어지고, 슬퍼하면 기가 가라앉는다. 두려워하면 기가 내려가고, 추워하면 기가 줄어들며, 더우면 기가 빠져나가고, 놀라면 기가 혼란해진다. 또 피로하면 기가 소모되고 생각을 지나치게 하면 기가 뭉치게 되어 9氣가 같지 않다4)”고 하여 지나친 감정의 병리적 불균형인 ‘7氣, 9氣’ 모두 팬데믹 상황에서 어린 아이들의 감정으로까지 승화,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 미쳐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여파는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 등 사회전반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기쁨·분노·우려·스트레스·슬픔·놀람·공포(희노우사비경공·喜怒憂思悲驚恐)의 정서는 사물이나 환경의 변화로 시시각각 변화5)하는데, 정신건강 문제는 사회 전반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너지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한의학적 ‘혼신의백지’의 상생과 상극의 오기능 상호관계론은 기계론적 생명관에서 벗어나 ‘심신일여(몸과 마음)’, ‘형신일체’의 제반 문제를 해결해 나갈 훌륭한 임상치료 역량을 지니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국가의 정책 사업으로 정신건강 임상연구·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는 무너지고 있는 사회적 정신건강 문제를 비롯 한의학의 세계화, 전통의학의 표준화 규범, 현대화는 물론 향후 인류사회로까지 새로운 패러다임의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전국한의과대학. 동의생리학. 서울:집문당. 2016. 133p
2) 윤길영. 동의학의 방법론연구. 서울:성보사. 1983. 32p
3) 한의학상담 김종우·송승연 서울:집문당 2016. 133p
4) 『동의보감』 「氣門」 七氣
5) 황의완. 심신증. 서울:행림사. 1985. 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