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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구의 조선동물백과 《전어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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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구의 조선동물백과 《전어지》를 읽고

물고기와 동물의 자연생태와 본초 지식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생물의 생태환경과 생리습성은 한약 약성의 본질과 긴밀한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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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욱 교수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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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를 20년째 번역 간행하고 있는 (사)임원경제연구소(소장 정명현)가 그 중 《전어지(佃漁志)》를 2책으로 완역 출간했다. 

 

《전어지》는 조선 후기 이용후생에 전념한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육생동물, 그리고 민물고기와 바다고기를 통틀어 수집한 동물백과전서로, ‘전’(佃)은 사냥과 목축을, ‘어’(漁)는 어로와 양어를 가리킨다. 그는 임진강 하구 장단 근처의 난호(蘭湖)에 살던 시절 직접 물고기를 잡으면서 물고기 백과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를 바탕으로 거기에 육생동물 정보를 함께 결합해 전어지를 저술했다.  

 

비슷한 시기 김려(金鑢, 1766∼1821)가 진해 앞바다에서 물고기를 관찰하여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1803년)를 썼고,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흑산도의 어류와 패류를 연구해 《자산어보(玆山魚譜)》(1822년경 이청과 공저)를 저술한 것도 흥미롭다. 이 셋이 흔히 조선의 3대 어보라고 불리는데, 이 시대 분위기가 그간의 학문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의 탐구와 지적 자극을 갈구하고 있었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특히 관심가는 바는 역시 물고기의 생태·생리와 본초 지식과의 관련성이었다. 물고기든 육생동물이든 그 생물의 생태 환경, 생리적 습성이 본초학적 효능, 곧 한약의 약성의 본질과 긴밀하게 잇닿아 있는 모습을 『전어지』와 같은 전통지식의 보고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설레임과 함께 책을 열었다. 

 

먼저 『전어지』의 ‘가물치’ 항목을 통해 살펴봤다. 가물치는 우리 땅의 민물에 나는 어류 중 최강자다. 1990년대로 기억되는 일이지만, 황소개구리가 해외에서 유입돼 토종 민물고기가 씨가 마른다는 위협적인 뉴스가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국내에선 듣도 보도 못한 덩치를 가진 이놈은 토종 민물고기는 물론 개구리 천적 유혈목이도 잡아먹는 영상까지 나돌았다. 

 

이 와중에, 단연 돋보이는 전투력으로 당당히 우리 민물을 지킨 토종 어류가 있었으니 그놈이 바로 가물치였다. 황소개구리가 준동하는 구역에 가물치를 방생하는 등 집중적으로 대처하자 피해가 크게 줄어들었던 것이다. 외래종 박멸 전투에서 큰 역할을 했기에 애착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민간에서는 지금도 산후조리에 쓰이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전어지』에서도 가물치는 여러 가지로 특별한 모양새를 가진 놈으로 그려진다. 

 

가물치[예, 鱧]: 두 아가미 뒤에 모두 일곱 개의 반점이 있는데 북두칠성을 닮았다. 밤에 반드시 고개를 들어 북극성을 향하여 절을 하는데, 이러한 까닭에 이름에 예(禮)가 들어있다. 다른 물고기들은 모두 쓸개가 쓰지만 오직 가물치만은 쓸개가 단술처럼 단 까닭에 이름에 예(醴, 단술)가 들어있다. 

 

가물치는 ‘예어(鱧魚)’다. 그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를 여러 관점에서 접근했다. 일곱 개의 반점을 가진 것은 북두칠성의 기운을 이은 것으로 보았고, 밤에 수면에 올라와 머무는 행태는 북두칠성에 예(禮)를 올리는 습성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예(豊)’를 물고기 어(魚)에 붙여 ‘가물치 예(鱧)’라는 글자를 합성했다는 말이었다. 이런 습성을 갖춘 동물이 무언가 기이한 효험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거부하기는 힘든 일이다. 게다가 모든 동물의 쓸개는 쓴 맛이 나는데(우리말의 쓸개라는 말 자체가 쓰다는 뜻이 중심이 된 낱말일 터이다), 가물치만은 쓸개가 단 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단술 예(醴)’의 글자와도 통한다고 덧붙였다. 『동의보감』에도 단 맛이 난다는 정보는 수록돼 있으나, 자의(字義, 글자 뜻)에 대한 고증은 『전어지』가 상세하다. 뱀이 변하여 된 짐승으로 육지와 물에 모두 살 수 있다고 한 정보 역시 효험에 대한 기대를 배가시킨다. 

 

‘예어(鱧魚, 가물티)’는 치질·습비·부종·대소변불통·임신부종을 치료한다. 특히 쓸개는 맛이 달고 성질이 평하며 후비(喉痺, 목이 부어 숨이 막히는 증상)증에 한 방울만 떨어뜨려주면 바로 낫는다고 했다. 소아 천연두를 예방하는 데에도 가물치를 고아 온 몸에 씻겨주면 상당한 효과를 본다고 했다. 

 

믿기 어려우면 일부를 바르지 말고 놔둬보라고, 나중에 그곳이 심하게 두창이 돋아난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가물치의 신묘한 생리와 생태에 바탕을 둔 효능은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마마의 유행도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뻗쳐있었다.    


동물의 생리·병리, 인체 치료법 연구에도 관여 ‘추측’

『전어지』에서 육생동물은 말·소·당나귀·노새·양·돼지·개·고양이·닭·거위·오리·물고기·꿀벌 등을 다루었다. 그 중 말은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동물이었던 만큼 말의 질병과 치료방법을 포함해 내용이 가장 상세하다. 마의(馬醫)가 정식으로 활동한 조선시대의 정보인 만큼 사람의 오장의 상태를 외부의 오관의 창으로 그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방법처럼 잘 정리돼 있다. 말 역시 몸의 오장(五臟)의 상태를 살피는 방법(相馬五藏法), 오장과 오관(五官)의 연관관계와 그에 따른 행동적 특징을 요약해 파악한 것이다. 그 중 일부를 옮긴다.

 

간(肝)은 작아야 한다. 귀가 작으면 간이 작다. 간이 작은 말은 사람의 의중을 잘 알아차린다. 폐(肺)는 커야 한다. 코가 크면 폐가 크다. 폐가 크면 잘 달릴 수 있다. 심장은 커야 한다. 눈이 크면 심장이 크다. 심장이 크면 용맹스러워 놀라지 않는다. 

 

말은 오행의 화(火)에 속하므로 그 천성에 따라 길러야 한다. 때문에 말은 습한 것을 싫어하고 건조하고 높은 장소를 좋아한다. 또한 물은 늘 새로 길은 물을 먹여야 하고, 물을 먹은 후 몇 리를 걷게 해야 하며, 또 바람 부는 곳에 오래 묶어 두면 병이 난다고 하는 등 모두 화의 특성에서 파생되는 자연스런 사육 방식이 권장된다. 질병의 원인과 해결법도 비슷하다.

 

말에게는 죽을 먹이지 않는다. 곡식에 소금을 넣고 볶아 짜게 먹여서 냉수를 마시게 한다. 소금은 갈증이 나서 물을 더 마시게 하기 위함이고, 물을 마시게 하는 이유는 오줌을 잘 누게 하기 위함이다. 말은 오줌만 잘 누면 병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오줌만 잘 누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소금 넣고 볶은 곡식을 먹이로 먹여야 한다. 말의 생리와 식이가 이렇게 연결된다. 이런 사육법은 말이 화(火)의 기운을 가졌고, 괘상은 리괘(離卦, ☲)에 해당하며, 그 화를 조화롭게 다스리는 열쇠는 깨끗한 물을 잘 공급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생리·병리에 대한 깊은 통찰이 들어있다. 말의 건강은 깨끗한 물의 공급과 그 물이 온 몸을 순환하고 나오는 오줌이 원활한가에 달렸다는 건강 원리는 주역의 보편적인 순환 사유가 그대로 적용돼 있다. 조선 지식인들이 수화, 기혈 등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생리 병리에 스며있는 공통적인 단서를 이렇게 보편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다시 경이로운 느낌으로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 『사상인변증론』의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태양인은 소변을 시원하게 많이 누면 건강하고 병이 없다(太陽人小便旺多 則完實而無病).” 동물은 천지자연의 기운의 한 꼭지를 품부 받았지만 사람은 그 온전한 기운을 모두 타고난 선택받은 종이라는 생각이 유학 지식인들의 사유 근저에 깔려 있기는 하지만, 이제마의 사상의학의 형성과정에서 동물의 생리 병리에 대한 깊고 다양한 통찰이 함께 관여돼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어지’, 독자들에게 건강한 간접 체험의 여행 선사

사냥 방법 중에서 ‘매와 사냥개’를 사육하고 길들이는 법을 소개하는데, 특히 매사냥은 고려 때부터 응방(鷹坊)이라는 관청이 있어 매사냥과 사육을 전담했을 정도로 성행했고, 임진왜란 전후의 오희문(吳希文, 1539∼1613)의 일기 『쇄미록』을 보면 겨울철 2∼3일 간격으로 매사냥을 통해 꿩 몇 마리씩을 얻은 것이 기록돼 있다. 

 

《전어지》에서 매는 늘 사냥하기에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매가 굶주린 상태에서는 사람 옆에 붙어있지만 배가 부르면 갑자기 날아가 버리게 되니, 가슴 근육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사냥 나가기 전 몸을 가볍게 하면서도 고기를 먹여 힘을 보강하게 하는 조선의 방법(‘가이음’이라고 함)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매의 가슴 근육이 단단하지도 연약하지도 않게 적정해야 비로소 사냥에 내보낼 수 있다. 우선 1일 전에 메주콩크기 정도인 목화솜뭉치[綿子團]로 물에 담근 닭고기를 싸서 먹인다【민간에서는 이를 ‘가이음(加伊音)’이라 부른다】. 매가 먹고 한나절 후에 고기는 소화되고 목화솜뭉치만 다시 토해낸다. 이것은 장(腸) 안의 기름기를 깨끗하게 닦아내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전어지》는 총과 활, 그물과 함정 등으로 들짐승이나 날짐승 사냥하는 기술도 드라마틱하게 설명되고 있는데 다양한 그물과 더불어 통발, 낚시와 작살 등 어구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물고기의 이동 경로와 생태 습성을 이용해 풍어를 이루도록 유도했다. 번역서에는 특히 이런 도구들의 작동방식을 알기 쉽게 그림을 그려 보여주고 있다. 

 

조선동물백과 《전어지》는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사람들이 바라본 동물지식이 가장 정밀하고 풍부하게 모여 있는 서유구의 노작이다. 본초 지식의 생리·생태와의 관계를 더 깊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지적 여행을 인도해 주고, 코로나 칩거 와중에 좁은 울타리 속에 눌려있는 많은 분들에게는 수렵·어로 본능을 자극하는 건강한 간접 체험까지도 선사할 것이다.

전종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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