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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1일 (수)

[시선나누기-3] 입에게 부끄럽지 않게

[시선나누기-3] 입에게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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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저자인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최근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제스 이야기

1. 제스는 ‘갈색 곱슬머리와 멋진 휠체어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 눈치챈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방식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다. 

2. 제스는 이야기하는 도중에 불쑥 ‘비스킷!’을 외친다.

: ‘비스킷!’은 제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이긴 하지만, 제스가 ‘원해서’ 하는 ‘말’이 아니므로, ‘제스가 비스킷을 외친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3. 그렇지만 제스는 ‘비스킷!’을 외친다. 혹은 ‘비스킷! 비스킷! 비스킷!’을.

: ‘비스킷!’은 재채기와 같아서 때로는 제스가 하는 말보다 세게 들린다. 아주 가끔 다른 단어도 외친다. 

4. 영화 <뚜렛히어로: 나의 입과 나>는 이런 제스가 연극 <Not I>를 준비하고 무대에 직접 오르는 과정을 카메라로 따라간다.


◇베케트 이야기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Not I>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말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배역을 맡은 배우는 쉼 없이 대사를 읊어야 하는데, 희곡에 무수히 찍혀 있는 말줄임표들은 실은 무대 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망설임과 여운과 머뭇거림처럼 보이던 대사들은 무대 위에서 제지할 수 없는 속사포처럼 변한다. 

무대에는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데, 온통 검은 무대의 한쪽 구석에서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팔을 올렸다 내리기만 하는 희미한 존재가 한 명이고, 무대 중앙에 오직 입으로만 등장하는 배우가 그 한 명이다. 배우는 칸막이 뒤 단상에 올라서서 입만 내놓고(!) 연기를 한다. 조명은 희미하게 입을 비추고 관객은 입이 하는 말을 듣는다. 

“……내쫓겨…… 이 세상으로……” 입은 말하기 시작한다. 사이사이 신나게 웃거나 혹은 비명을 지른다. 다시 말한다. 막이 내릴 때까지. 지문에 따르면 ‘제3자를 자기 자신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격렬한 거절을’. 격렬하고도 토막 난 말들을. 


◇매드연극제

‘본격적인 매드연극제 시작에 앞서, 당일 현장 직원 관련하여 안내 드립니다. 매드연극제를 주최·주관하는 창작문화예술단 안티카의 대다수 직원 분들은 창작과 프로젝트 운영을 직접 하고 계시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입니다. 따라서 연극제 당일에도 매표관리, QR체크, 하우스 매니저 등의 역할을 담당하시는데요, 단원 분들마다 정신장애의 결과 강도가 상이하고, 정신장애 비당사자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연극제 당일 현장에서의 돌발상황 또는 장시간 대기로 인한 피로감 등으로 인하여 양해가 필요한 부분은 있을 수 있습니다. 연극제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은 이러한 특이사항이 있다는 점을 인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안내문자를 받았다. 초청받은 연극제의 이름이 왜 ‘매드연극제’였는지 피부에 확 와 닿았다. 내가 참여한 작품이 ‘모든 사람은 아프다’였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낯설게 각인되는 ‘정신장애 당사자’, ‘정신장애 비당사자’라는 명칭을 공부하듯 읽었다.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겨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공연 당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돌발상황’도, ‘양해가 필요한 부분’도 생기지 않았다. ‘정신장애 당사자’와 ‘정신장애 비당사자’를 구분할 필요도, 그럴 여유도 없었다. 연극치료에 참여해오던 아마추어 배우들의 워크숍 무대를 지켜보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한 가지 이유일 것이고, 무엇보다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객석과 무대, 조명과 음향, 공연과 공연 사이, 여유와 긴장. 다른 때와 똑같이 준비하고, 몰두하고, 마친 뒤 깊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하나 다른 것이 있었다면, 스태프로 혹은 관객으로 우리 공연을 본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아주 작은 평화와 치유라도 경험했다면 더없이 기쁘겠다는 뒤늦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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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 이야기

제스는 ‘입에게 부끄럽지 않게’라고 말한다. ‘아일랜드, 배제되었던 여성들의 목소리, 베케트가 이 여성들과 목소리를 경험했던 장소’를 직접 찾아가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베케트의 입을 연기했던 노배우를 찾아간다. ‘입’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무대에 오른 유일한 이유는 ‘관객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극장에서 쫓겨나지 않는 유일한 자리가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공연 직전, 긴장으로 녹초가 되어버린 제스는 그러나 드디어 ‘비스킷!’과 수어 통역사와 함께 벅찬 연극을 끝마친다. (무대에 서서 제스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며 비스킷!을 연거푸 손으로 말하는 수어 통역사의 안타까운 눈빛을 상상해보라!) 

제스는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을 마주하고 말한다. “분노를 쏟아내고 사랑을 백 개의 방식으로 표현하세요!” 

제스에게는 자신의 입과 ‘비스킷!’을 외치는 입이 있다. 제스에게는 베케트의 ‘입’과 ‘백 개의 방식’을 실천하는 자신의 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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