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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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찾은 보약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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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찾은 보약 ②

식중독 예방하고 복통 다스려주는 ‘자소엽’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8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파주환경연합’ 공동의장을 맡아 활발한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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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저자 


“엄마는 왜 상추 안 먹어?” “엄마는 상추보다 깻잎이 좋아.”

“그럼 엄마도 편식하는 거네.” 

“편식하는 게 아니라 엄마 몸엔 상추보다 깻잎이 더 필요해서 먹는 거야.”

고기 먹을 때 상추를 먹지 않는 저를 보고 아이는 제가 편식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추를 좋아하지 않고 잘 먹지 않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상추를 먹으면 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험기간이면 의도적으로 피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주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회를 좋아했는데 회를 먹고 나서 탈이 나지 않으려면 깻잎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깻잎의 성질이 맵고 따뜻하니 회의 차가운 기운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 맛이 없는 상추보다는 약간 쓰지만 향이 나는 깻잎에 더 끌렸던 것 같습니다. 

7월에는 텃밭에 잠시만 가지 않아도 잡초가 심어둔 작물보다 커집니다. 물론 비닐을 깔고 심은 작물은 잡초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지만 비닐로 인해 지표 온도가 너무 올라가버리면 지렁이도 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비닐멀칭을 하지 않습니다. 잡초와 함께 작물을 키우고 볏짚만 덮어서 심은 작물이 드러나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7월은 잡초가 작물을, 사람을 이기는 달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텃밭 일구기를 포기하는 분들도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너무 웃자란 잡초를 감당하지 못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풀을 뽑아주는 수고를 덜 하더라도 깻잎은 ‘나 여기 있어’ 하면서 고개를 내밀고 풀보다 조금 더 키가 커져 있습니다. 

 

4월 말에 깻잎 씨를 심고 6월 초에 아주 작고 연하게 자랐을 때 솎아주기를 합니다. 그때 솎아낸 깻잎을 나물로 해먹어도 좋습니다. 남아 있는 깻잎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잎사귀가 초록을 더해가고 향도 강해지지요. 7월에 그 깻잎으로 여러 반찬을 만듭니다. 들깨를 얻기 위해서는 6월쯤에 깻잎 모종을 따로 심습니다. 늦게 심어야만 씨를 맺어서 들깨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솎아낸 여린 깻잎나물을 많이 좋아합니다. 아이에게 이야기한 ‘엄마 몸에 필요해서 먹는 거’라고 말한 이유는 깻잎에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여자에게 많이 나타나는 어지러움 증상은 혈이 부족해서 생기는데, 혈을 보충하기에는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깻잎보다 좋은 채소는 없습니다. 또한 체내 염증 완화와 항알레르기 효과도 있습니다.

한장 한장 씻어서 물을 뺀 후 켜켜이 양념장을 발라 담는 깻잎겉절이는 젓가락질할 때마다 만든 이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반찬입니다. 날로 먹는 깻잎향이 강하다면 살짝 쪄서 먹어도 좋습니다. 

깻잎 이야기만 너무 많이 했네요. 텃밭에서 찾은 보약에 깻잎은 당연히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도 보약이면 약으로 쓰는 식물을 기대하실 것 같은데, 그런 약재로 깻잎사촌 쯤 되는 ‘자소엽’(紫蘇葉)이 있습니다. 들깨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줄기와 잎이 보라색입니다. 그래서 ‘청소엽’(靑蘇葉)이라 불리는 깻잎과 달리 자소엽이라 부릅니다. 둘은 사촌이라고 불릴 만큼 학명도 비슷합니다. 자소엽의 학명은 ‘Perilla frutescens Britton var. acuta Kudo’이고, 들깨의 학명은 ‘Perilla frutescense var. japonica Hara’입니다. 

자소엽에는 화타의 일화가 전해집니다. 게 먹기 시합 후 배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화타가 보라색 풀을 뜯어 달인 물을 마시게 했습니다. 복통이 사라진 사람들이 이 풀의 효능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으니 예전에 물고기와 게를 많이 잡아먹은 수달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수달은 복통으로 고통스러운 듯 간신히 물가로 나와 풀밭에서 자줏빛 잎의 풀만 골라 뜯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 후 수달이 편해진 듯 일어나더니 물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그 자줏빛 풀이 게를 먹고 생긴 배탈에 유용하다는 것을 수달을 보며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소엽에 들어 있는 페릴알데히드 성분은 항균, 방부 작용이 뛰어나 식중독을 예방합니다. 화타의 전설에서와 같이 ‘어독’(魚毒)으로 인한 복통을 개선하는 효과가 현대 약리학에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텃밭에 자소엽을 심으면 다른 작물의 해충 피해가 줄어듭니다. 향이 독특해서 벌레들이 잘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소엽 어린잎, 부드러운 줄기를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 후, 따뜻한 물에 녹차 우리듯 우려내면 자소엽차가 됩니다. 신기한 것은 물의 온도에 따라 차(茶)의 색이 달라지는데 섭씨 15도 정도의 차가운 물에서는 보라색을,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파란색이나 노란색을 띱니다. 일본에서는 매실 장아찌를 만들 때 착색과 방부의 효과를 얻으려고 자소엽을 사용합니다. 자소엽은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작물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자소엽의 잎과 줄기, 씨앗을 모두 약에 쓰는데 각각의 쓰임에는 약간 차이가 납니다. 씨앗인 ‘자소자’(紫蘇子)는 기(氣)를 아래로 내려주는 성질이 있어 가래를 삭이는 데 씁니다. 그래서 기침감기 탕약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약재입니다. 줄기인 ‘자소경’(紫蘇梗)은 기를 순환시켜주니 임신부의 ‘안태’(安胎)에 효능이 있습니다. 배 안의 아이가 많이 움직여서 아랫배가 꽉 뭉치고 아픈 태동불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자소경은 기를 천천히 순환시켜 아이를 편안하게 해 낙태를 막고 임신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태아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의 ‘안태음’이라는 탕약에는 자소경이 꼭 들어갑니다. 

자소엽은 물고기와 게를 먹고 체한 증상을 다스리며, 막힌 기를 뚫어줘 땀을 나게 하니 감기 치료에도 효과적입니다. 초기 감기에는 자소엽차 한 잔만으로도 치료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효능을 지닌 자소엽을 닮은 청소엽 깻잎 또한 식중독 예방에 좋습니다. 그러니 딸의 오해를 이제 풀어야겠습니다. 

“딸아! 엄마는 편식하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해 깻잎을 먹는 거란다.”

 

자소엽 (1).jpg자소엽 (2).jpg

권해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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