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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주진원 원장

주진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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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정신의학적 의미



오늘 이 지면에서는 상당히 난해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방대한 네가지 개념-수세보원, 중용, 칼 융, 현대정신의학-을 이 짧은 지면에서 믹스할 것이다. 네 개의 개념 하나 하나가 거대한 학문체계를 이루고 있기에 수박 겉 핥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너그러운 아량과 인내심을 요청드리는 바이다.



질문은 이것이다. - 이제마의 수세보원 사단론 말미에 언급된 중용 첫장의 구절은 단순한 윤리적 덕목인가? 아니면 의학적 가치인가? : “① 喜怒哀樂之 ② 未發 謂之中 ③ 發而皆中節 謂之和”

먼저 현대의학에서 기술하는 병리적 정신 현상을 요약해 보자. 병리적 정신현상은 크게 보면 인지 유무에 따라서 인지가 되는 신경증과 그렇지 않은 정신분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또는 감정 상태, 인지 유무 등에 따라서 정동장애·인격장애·정신분열로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다른 장애들이 존재하나 개인적으로는 이 카테고리로 나누는 것을 선호한다. 정신분열은 설명하지 않아도 환자의 상태가 명확하다. 정동장애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우울증, 불안장애 등 감정이 문제가 된 장애를 포괄한다. 인격이란 개인의 행동을 예측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경향성을 말하는 것인데, 인격장애는 인격이 왜곡된 것을 말한다. 현대의학이 기술하는 병리적 정신 현상을 요약하면 ‘감정의 편향’과 ‘인지의 왜곡’으로 표현할 수 있다.



현대의학이 기술하는 정동장애-우울증 불안 장애 등-는, 그것의 형성이 성장기든 성인기든, 고통의 본질은 ‘조절되지 않는 감정의 편향’이다. 예를 들어 요즘 문제가 되는 소아(특히 여아)에 대한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흔히 트라우마라고 말하는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남긴다. 이런 경우 폭력에 대한 공포감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소아가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하고 성장하면 ‘자존감’이 매우 낮아진다. 성폭력으로 인해서 발생한 공포감, 그리고 낮은 자존감은 한 개인에게 일생 동안 ‘조절되지 않는 감정의 편향’을 만들어낸다.



‘조절되지 않은 감정의 편향’은 프로이드와 융이 제시한 콤플렉스를 의미한다. 프로이드는 히스테리 발작이 ‘성적인 억압에서 발생한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하였다. 프로이드와 달리 융은 ‘콤플렉스’ 이론을 좀 더 확장하여 신경증과 정신분열 등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치료하였다. 융이 정의하는 ‘콤플렉스’란 ‘감정적으로 강조된 심리적 내용’ 말한다. 콤플렉스 즉 ‘감정이 강조된 심리적인 내용’이란 바로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오랫동안 형성된 감정 덩어리가 된 것을 말한다.



한 개인에서 조절되지 않는 감정의 편향 - 콤플렉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내부의 감정적 편차로 인해서 ‘인지의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감정의 편차와 인지 왜곡은 서로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어 우울증에서는 현상을 매우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나, 공황장애에서 현상을 죽음과 관련하여 해석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런 경우 상담 치료의 상당히 많은 시간이 인지왜곡을 교정하는데 할애된다.



자 이제 중용 첫장으로 돌아가자 ①“喜怒哀樂” ② “未發 謂之中” ③ “發而皆中節 謂之和”. ①“喜怒哀樂” 은 일시적인 감정의 동요가 아니라 오래토록 편향된 감정의 군집으로서 한의학에서 언급해온 七情이기도 하고 융이 말하는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② “未發 謂之中” 未發이란 단순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未發이란 내면적으로 편향된 감정 즉 콤플렉스가 없거나 해결되어, 결과적으로 외부 현상 세계에 대한 인지가 왜곡되지 않은 건강한 감정과 의식 상태를 말한다. 이제마는 中에 대한 대척점으로 사욕방일(私慾放逸)이라는 邪心으로 인지의 왜곡을 표현하고 있다.



③ “發而皆中節 謂之和” 論語 子路편에 군자의 특징을 기술한 대목으로 “和而不同”이라는 대목이 있다. 사람들과 조화롭되 똑같이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和’라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조화’를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 구절은 ‘감정을 드러내되 절도 있게 (‘남과’) 조화를 이룰 줄 아는 상태’를 말한다. 부족하지 않고 넘치지 않으며 타인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행간에 숨어있는 것이다. 이것이 정신과적으로 중요한 대목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격장애의 특징은 ‘공감능력의 부족 또는 결여’ 이다.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사이코패스라 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같은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무감각하고 공감이 안된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도 모든 것을 자신을 중심으로 인지하며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어느 개그 프로의 ‘정여사’는 전형적인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희화한 것이다. 이제마 역시 격치고 독행편에서 비박탐라(鄙 인색, 薄 경박, 貪 탐욕, 懶 게으름)라는 네가지 인간형을 상세히 기술하는데 윤리적 문제만이 아니라 주변과 공감하지 못하는 인격장애의 특성을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和’라고 하는 것은 ‘적절한 공감능력’을 말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發而中節 謂之和는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적절한 감정적 반응을 하고 감정적 소통을 하는 것이다.



요약해 보자.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라는 것은 내면적으로 감정적 편향인 콤플렉스가 없어 외부적으로 인지왜곡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격치고에서 말하는 사욕방일(私慾放逸), 색사치나(嗇詐侈懶) 등 ‘邪心’이라는 심리적 왜곡이 발현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이 발현될 때는, 비박탐라(鄙薄貪懶)인과는 달리 타인과는 함께 울고 웃으며, 원활하게 감정이 소통이 되어 적절하게 공감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지난 2천년간 [중용]의 中과 和는 군자를 위한 윤리적 덕목으로서 이해되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마는 격치고와 수세보원에서 그것을 의학적 가치로 전환시켰고, 건강한 마음을 위한 중요한 강령으로서 제시하고 있다. 또한 中과 和는 칼 융이 말하는 콤플렉스에 대한 해결방법인 ‘자기실현’의 ‘동양적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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