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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33)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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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東醫寶鑑』 제일 앞부분에는 눈에 띠는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 ‘身形藏府圖’가 그것이다. 이 그림의 머리 부분에 腦가 있는데, 그곳을 髓海라고 정의하고 있다.



腦를 髓海로 보는 관점은 『靈樞』로까지 소급된다. 髓海는 『靈樞·海論』에서 정의한 四海 가운데 하나로서 四海란 髓海, 血海, 氣海, 水穀之海를 말한다. 『靈樞·海論』에서는 髓海를 腦, 血海를 衝脈, 氣海를 中, 水穀之海를 胃와 연결시켜서 그 虛實에 따른 병증을 논하고 있다.



이후로 腦髓를 補益하는 방법에 대해 『鄕藥集成方』에서는 靑箱子를 益腦髓하는 약으로 지목하고 있고, 『醫方類聚』에서는 益腦髓하는 약으로서 夜遺玉露丸, 三黃圓 등을 지목하였고 腦髓不足으로 인한 解 를 치료하는 약으로 錢氏地黃圓 등을 소개하였을 뿐이다. 腦髓를 補한다는 것이 큰 비중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東醫寶鑑』에 이르게 되어서는 腦髓가 補益의 방법의 하나로서 중심에 떠오르게 된다. 『東醫寶鑑』에 이르러 腦髓의 補益은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이 책의 중심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內景篇의 身形門 ‘丹田有三’에서는 腦-髓海-上丹田-氣, 心-絳宮-中丹田-神, 臍下三寸-下丹田-精이라는 도식을 적용시키고 있다. 그리고 精氣神을 사람 몸의 중심으로 보면서 그 相生의 순서로 精→氣→神의 순서를 설정했다. 이러한 순서대로 따져 본다면 精을 補하면 氣가 더해지고 氣가 더해지면 神도 강해지는 셈이다. 그러므로 精氣神 세가지는 서로 맞물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적 층차도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상대적 층차란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우선하는가 하는 우선순위의 차이를 말한다.

이 도식대로 따져본다면 神보다는 氣가, 氣보다는 精이 보다 더 본원적이다.

精氣神 세가지 중에서 精이 가장 본원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은 『東醫寶鑑』 目次 순서에도 나타난다. 『東醫寶鑑』의 제일 앞 부분인 內景篇 권1의 순서는 身形, 精, 氣, 神이다. 게다가 제일 앞의 門인 身形門에 나오는 약물들이 대부분 精을 補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것들이다. 身形門에서 ‘養性延年藥’으로 꼽는 약물인 瓊玉膏, 三精丸, 延年益壽不老丹, 遐齡萬壽丹, 延齡固本丹, 斑龍丸, 人蔘固本丸, 玄 固本丸, 固本酒, 烏鬚酒 등은 수명을 늘려주는 약으로서 수명을 늘려주는 방법은 補精에 달려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瓊玉膏는 주치로 “塡精補髓, 調眞養性, 返老還童” 등을 꼽고 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腦髓와 脊椎의 관계이다. 『東醫寶鑑·外形·頭』에는 ‘腦爲髓海’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이 문장 가운데 “腦는 髓의 海이니 모든 髓는 다 腦에 속한다. 그러므로 위로 腦에 이르기까지 아래로 꽁무니뼈까지는 모두 精髓가 升降하는 道路이다”라는 문장은 腦-髓-脊椎-精髓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腦髓와 精의 관계와 덧붙여 脊椎의 중요성까지 강조한 것이다. 腦髓와 脊椎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전의 의서에서는 그다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것이 『東醫寶鑑』에 이르러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東醫寶鑑·內景·身形』의 ‘背有三關’에서는 三關을 “精氣가 升降往來하는 道路”라고 정의하고 있다. 精氣란 精을 말하니 ‘氣’는 ‘精’을 꾸며주는 말이기에 ‘精氣’란 精을 氣라는 보편적 카테고리에서 논한 것이다. 이것은 ‘氣’라는 글자를 활용한 陽氣, 陰氣, 營氣, 衛氣, 水穀之氣 등의 用例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精氣가 升降往來하는 道路”인 三關을 왕래하는 精氣는 精氣神 가운데 精을 말하며 이 精은 三關을 왕래하면서 腦髓를 補益하는 것이다. 身形藏府圖의 圖上에도 척추의 三關은 腦髓와 연결되어 있고, 이 연결을 통해 척추계통의 질환과 腦髓의 부족증 등의 증상이 발현되는 것이다.

‘補益腦髓’의 관건은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精氣의 補益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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