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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1일 (일)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118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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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문 앞을 지나가다가 받은 전단지

최고의 브랜드는 살아 남는다



아마 10년 전인 2000년 어느 날이었던 같다. 경희대학교의 정문을 지나 학교쪽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다가 어떤 학생이 건네주는 전단지를 받게 되었다. 웬만해서는 교수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전단지를 주는 법이 없는데, 그날따라 나에게까지 주는 것을 보니 무슨 사회적 이슈가 있는가보다고 생각하고는 전단지를 살펴 보았다. 이 때 받은 전단지는 지금도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그 내용 가운데 일부를 적어 본다.



“허준과 같은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정책대로라면 허준도 나쁜 의사가 되고 맙니다. 결국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의사일까요? 약사일까요? 아니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일까요? 지난 1년여간 의사들은 복지부의 준비 안된 의료정책에 잘못이 있다고 수없이 외쳐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시범사업을 실시하지도 않고 미비한 제도로 선시행, 후보완을 외치며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전단지는 모두 2장 4면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위의 내용에 덧붙여 허준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만화캐릭터가 같이 그려져 있고 3면에 걸쳐 ‘허준생각’이라는 제목의 만화로 당시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나는 위의 글과 만화를 살펴보고 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한 주관 단체가 어디인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허준이라는 인물을 앞으로 추구해야 할 의사의 상으로 설정하면서 허준을 잘못된 의료제도의 피해자로 상정하고 있다면 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한 단체가 아마도 한의대와 관련된 학생회나 한의사회 등과 같은 한의학 관련 단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무렵에는 전국에서 의과대학생들이 시위를 하면서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거리에서 선전전을 하였고, 텔레비전,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서도 의사들이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해 나갔던 시기이다. 당시 나는 이 전단지가 의과대학생이 나누어준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캠퍼스 여기저기에서 이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구호를 외치는 의대생들을 계속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은 필자의 기억에 드라마 ‘허준’이 공전의 히트를 했던 시기이다. 이 드라마는 1999년 11월부터 2000년 6월까지 64부작으로 시청률 신기록을 계속 갱신하면서 이어졌다. 아마도 이 시기에 의대생들도 이 드라마를 보고 허준의 인품과 실력이 당시 의사들이 본받아 계승할 점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필자의 기억에, 그해에 의과대학에 가서 한의학개론 특강을 2시간 했을 때에도 의대생들과의 질의문답 속에서 한의학에 대한 그들의 넓은 호의를 느낄 수 있었다. 학창시절부터 의대생들이 한의학의 비과학적 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나 자신의 막연한 적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 전단지의 3면에 걸쳐 그려져 있는 만화는 더욱더 의대생들의 허준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허의원’이라는 이름의 병원에서 녹용과 산삼을 처방하는데 ‘간치료 전문 약국’이라고 써붙여진 약국에서 “녹용은 있는데 산삼은 지금 다 떨어지고 없으니… 산삼 대신 인삼으로 조제해 주겠소”, “담석증에는 녹용보다 소뿔이 최고지!”라고 하면서 ‘대체조제’를 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고, ‘非我巨羅’라는 이름의 약을 ‘끼워팔기’를 하는 장면을 그려서 미래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있다.



한의학을 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약간 기분 나쁜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전단지에서 허준을 잘못된 의약분업에 의해 피해를 받게 될 의사의 모습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이들이 보기에 ‘허준’은 당시 최고의 브랜드였던 것이다.



최고의 브랜드는 살아남게 되어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증명된 셈이다.



<- 2000년 어느 학생이 준 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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