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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09일 (목)

이재철 연구원

이재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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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철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의료기술연구그룹 미병연구팀



질병 예방…미래 보건의료 패러다임 ‘부상’



미병(未病)은 황제내경에서 “不治已病 治未病”으로 언급된 이래 양생(養生)과 더불어 한의학의 질병 예방 정신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자리잡혀 왔다. 손사막(孫思邈)은 미병·욕병(欲病)·이병(已病)의 구분을 통해 미병 개념을 언급하였고, 장중경(張仲景)은 “淋家, 不可發汗,復汗必便血”처럼 평소 증상이 있는 사람에 대해 치료의 주의점을 제시했으며, 이제마(李濟馬)는 체질별 소증(素證)과 소병(素病), 그리고 명맥실수(命脈實數)와 생식충보지도(生息充補之道) 개념을 제안함으로써 한국적 미병 개념의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



이러한 미병 개념은 현대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 질병 중심으로 이해되던 기존의 건강 개념은, 점차 질병은 아니지만 여러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정 수치를 넘어가면 진단을 받는 고혈압이나 당뇨도 최근에는 질병 진단 범위는 아니지만 정상범위를 넘어가는 경우 고위험군으로 상정하고 예방 및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전까지는 질병 진단을 할 수 없는 피로나 통증의 경우 의사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환자의 과민반응 혹은 신체화장애 등 정신적인 측면으로 인식하였으나 최근에는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이라는 개념으로 환자의 자각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전염병은 감소하고 만성병이 증가하여 질병예방에 관심을 두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세계 선진 각국은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 예로 미국은 ‘Healthy People 2020’, 영국은 ‘Our Healthier Nation’, 일본은 ‘健康日本 21’을 국가 건강증진사업으로 내세우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부터 만성질환, 감염 및 인구집단별 건강 관리를 중심으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20’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 계획에서는 평균수명·예방접종률 제고 등을 목표로 5년간 3조7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국과 일본은 전통의학을 활용하여 예방 중심의 질병 관리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은 2007년 국가 주도로 중의 치미병(治未病)을 공공보건의 접근성 향상 및 만성병 예방을 위한 보건정책으로 표방하고 건강보장모델을 설계하였다. 각 도시의 중의병원 및 지역사회의 보건센터에 치미병 센터를 설립하고 건강상태에 따른 예방·보건·진단·치료를 진행하는 등 치미병을 표방한 각종 정책 및 의료서비스가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청장년층의 만성병 관리 및 아건강 대상자에게 중의 치료를 중심으로 한 의료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으며, 중·서의 협진이 기본적으로 활용되는 특징이 있다.



일본은 중국과 달리 학회를 중심으로 미병 연구가 전개되고 있다. 일본미병시스템학회는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고령인구가 지출하는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미병 개념을 도입하였다.



모든 병이나 증상을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정도의 증상에 대해서는 자가 관리를 하여 의료비를 절감하는 것으로, 이를 구분하기 위해 증상 중심의 동양의학적인 미병과 각종 검사지표 이상의 서양의학적인 미병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제약, 식품, 건강보조기 등 여러 산업과의 연대를 통해 미병 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보건정책에서 전통의학을 활용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아직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한방공공보건의료서비스의 기반 자체가 아직 탄탄하지 않은 현실에서 질병이 아닌 상태까지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한의약건강증진허브사업의 경우 기공(氣功)이나 중풍예방교육, 한방식이교육 등은 높은 호응도를 얻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체계적인 정책 및 콘텐츠의 구성이 좀 더 중요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의학 분야에서의 미병 연구와 담론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에서는 동서의학 융합의 한국적 미병 개념을 설정하고 한의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미병 관리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미병 프로젝트(연구책임자 이시우)를 2012년부터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한·양방 전문가를 포괄하는 각계각층의 전문가 논의, 여러 설문조사 등을 통해 미병의 개념을 규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인의 미병 유병률 조사, 한의임상현장에서의 미병 관리 현황 조사, 미병통합정보시스템 개발, 체질과 변증에 따른 미병 요인 탐색 등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병의 원인, 분류, 예후 등을 밝혀내고 적절한 관리법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병은 좁게는 질병이 아닌 자각증상, 또는 질병의 고위험군 등을 의미하지만 넓게는 질병 예방, 삶의 질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미래의 보건의료가 지향하는 질병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이동은 이미 한의학에서 제시한 치미병의 이념과 일치하며, 한의학이 미래 미병의학의 토대를 만드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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