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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정우열 교수의 노자이야기 54

정우열 교수의 노자이야기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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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佳兵者, 不祥, 物或惡之. 故有道者, 不處. 是以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兵者, 不祥之器, 非君子之器, 不得己而用之, 恬淡爲上. 勝而不美, 而美之者, 是樂殺人. 夫樂殺人者, 不可得志於天下矣. 故吉事尙左, 凶事尙右. 是以偏將軍處左, 上將軍處右, 言以喪禮處之. 殺人衆多, 以非哀泣之. 戰勝, 以喪禮處之.



왜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단 말인가?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 불길한 물건, 쉬운 말로 재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가까이하고 좋아할 물건이 아니다. 따라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멀리해야 한다. 본문에 ‘부가병자(夫佳兵者)는 불상(不祥)이라’하였는데, 하상공과 왕필본에서는 ‘부가병자 불상지기(夫佳兵者 不祥之器)’라 하였다. ‘훌륭하다는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가병(佳兵)’은 훌륭한 무기이니 최신 무기를 말한다. 그래서 이런 것은 조물주[物]가 싫어한다. 장일순은 ‘물(物)’을 ‘조물주’라고 해석했는데, 오강남은 ‘사람들’이라고 풀이했다. 여하간 조물주든 사람들이든 이런 신예무기를 싫어한다. 그러므로 도를 따르는 사람 즉 유도자(有道者)는 그것을 얻으려고 집착하지 아니한다(不處). 이런 까닭에 ‘군자거즉귀좌(君子居則貴左), 용병즉귀우(用兵卽貴右)’라 하였다.



즉 군자가 평소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용병 때는 오른쪽을 귀히 여긴다는 말이다. 여기서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하는 것은 무슨 뜻인가? 옛날 중국에서는 왼쪽을 양(陽)적인 것 곧 남성적인 것으로서 하늘, 동쪽, 생명 등을 관장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오른쪽을 음(陰)적인 것 곧 여성적인 것으로서 땅, 서쪽, 죽음 등을 관장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보통 때는 생명을 관장하는 자리인 왼쪽이 귀하게 여겨지지만, 전시에는 죽음이 판을 치므로 죽음을 관장하는 자리인 오른쪽이 귀하게 여겨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병자(兵者)’는 무기(武器)로 읽는 것이 좋겠다. 무기란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므로 군자가 쓸 그릇이 못된다. 부득이 하여 쓰는 경우 조용하고 담담한 심정으로 자제하면서 쓸 뿐이지, ‘신무기’라든가 해가면서 신나 할 일이 못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염담(恬淡)’은 욕심이 없이 조용하고 담담함을 뜻한다. 적이 쳐들어와 어쩔 수 없이 무기를 써 방어전을 승리로 이끌었더라도, 결코 이 승리를 미화하거나 찬양해서는 안 된다. 승리를 미화하는 것은 살인을 즐긴다는 뜻이니 살인을 즐기는 자가 어떻게 세상의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

노자는 이 장을 통해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롭게 살기를 재삼 권고하고 있다. 유엔에서는 히브리성서 이사야서 중의 다음의 말을 평화의 정신으로 채택했다.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2:4)



길한 일에는 왼편을 숭상하고 흉한 일에는 오른편을 숭상하니 이런 까닭에 부장은 왼편에 자리하고 상장은 오른편에 자리한다고 하였다. 이는 전쟁을 상례(喪禮)로 삼는 것을 말함이다. 사람 죽인 것이 많으면 슬피 울어 애도하거니와(殺人衆多, 以非哀泣之) 전쟁에 이겼다 하더라도 상례로 삼아야 한다(戰勝, 以喪禮處之). 전쟁에 이겼더라도 장례 치르는 것처럼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방어전에서 승리했어도 그 승리에 도취될 것이 아니라 아군이든 적군이든 그 싸움에서 죽어간 많은 사람을 애도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떠들썩한 승리의 잔치가 아니라 엄숙한 상례, 애절한 진혼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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