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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정창현 교수

정창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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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가 날로 번창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온통 신종 플루에 쏠려 있다. 우리 한의학계에서도 이와 관련한 움직임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것 같다. 신문지상에 신종 플루에 대한 한의학적 대처법이나 또는 국가 전염병 관리체계에 한의학계가 포함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글이 발표되고 있다.



특히 경희대학교를 주축으로 대한한의학회와 한의사협회 등이 공동으로 신종 플루 관련 세미나를 9월17일에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과 다르게 우리 한의학계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들은 온병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양의학 일변도의 전염병 관리체계는 나름의 성과도 있지만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변이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바이러스가 조금만 모습을 바꾸어도 기존의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새로운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을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인 전염병 관리에 있어서 수개월의 공백은 실로 치명적인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바이러스가 인체가 침입한 후 24~48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유효하며 그 이후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신종 플루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2차 질환은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의학은 이같은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 한의학은 바이러스의 유형이 무엇인가는 중요치 않으며,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질병의 특성이 어떠한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어떠한 질병이든지 변증이 가능하다. 바이러스의 규명을 위해 굳이 수개월씩 기다릴 필요가 없다. 혹자는 한약의 유효성을 의심한다. 그러나 이또한 걱정할 것 없다. 수많은 세월동안 우리는 여러 유형의 인플루엔자를 치료해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가깝게는 수년전 홍콩에서 시작하여 전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SARS의 대처 과정에서 중국 중의학은 그 유효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번 신종 플루는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예방 단계와 발병 단계로 구분해서 봐야할 것이다. 신종 플루가 온병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黃芩, 牛蒡子, 金銀花, 連翹, 大靑葉, 魚腥草 등 차가운 성질의 약물을 예방약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이를 투여할 경우 오히려 정기를 해쳐 바이러스의 침입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러스의 경우 -5~0℃의 저온에서 가장 활동성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적정한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갑자기 체온이 떨어진다거나 장시간 찬 기운에 몸이 노출될 경우 체표 양기가 손상되어 쉽게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의학이나 서양의학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예방약으로 차가운 약을 쓰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오히려 양기를 적절하게 발산하여 몸의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약이 예방약으로 적절할 것이다. 다만,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내부에 積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積熱이 있는 경우 증상이 아주 극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방약으로 적절한 것은 적열이 생기지 않으면서 인체의 양기를 돋아주는 약, 또는 체내의 적열을 풀어 체표로 발산시키는 약이라 할 수 있다.



차가운 성질의 약은 신종 플루로 인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사용한다. 일단 병이 발생하면 대체로 溫熱의 성질을 띠므로 이때는 차가운 성질의 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즉 예방약으로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약을 쓰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溫熱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면 이 때부터는 차가운 성질의 약물을 변증을 통하여 적절히 처방해야 한다. 간혹 환자의 상태에 濕熱의 성질을 띠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습을 제거하는 약을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



문제는 변증이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온병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강의하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따라서 전문가도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은 한의학계 전문가 집단의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신종 플루에 대한 한의계 공동 대처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종 플루에 대한 정확한 임상정보의 획득을 위해 한의학계 전문가 집단이 국가 질병관리체계에 포함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의학계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온병학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학회를 설립하여 온병학 보급에 힘쓰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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