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돌봄통합지원법’이 내년 3월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국민 상당수가 돌봄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의 돌봄 준비는 낙제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돌봄과 미래(이사장 김용익)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사회돌봄 정책 수요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84%는 향후 돌봄이 필요할 경우 시설이 아닌 거주지(집이나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하기를 강력히 원했으며, 노인·장애인 돌봄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79%)으로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92%)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돌봄 정책 확대로 인해 본인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는 79%로 높게 나타난 반면 현재 거주 지역의 돌봄서비스가 충분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에 그쳐, 정책 수요와 현실 간의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응답자들은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를 선택할 때 돌봄 정책 공약 중 ‘정책 추진 의지와 예산 확보 능력(43%)’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나, 단순 공약이 아닌 실질적인 실행력을 가진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돌봄통합지원법, ‘잘 알고 있다’ 6%에 그쳐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향후 돌봄이 필요할 경우 응답자의 84%가 거주지(집이나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하기를 원했고, 평소 노인·장애인 돌봄에 대한 관심도는 86%에 달했다. 하지만 이같은 높은 재가 생활 욕구와 달리, 현실의 돌봄 부담은 여전히 가족에게 쏠려 있었으며, 실제 ‘가족(다른 가족+본인)’이 직접 돌본다는 응답이 62%(다른 가족 35%·본인 27%)에 달했다.
또한 ‘돌봄통합지원법’에 대한 시행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국민의 54%가 ‘전혀 모른다’고 답했으며, ‘매우 잘 알고 있다’는 불과 6%였다.
김용익 이사장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이 당장 내년 3월로 다가왔음에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내가 살던 집에서 나이 들고 돌봄 받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큰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남은 기간 꼼꼼한 준비와 함께 정책에 대한 대국민 홍보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답자 83%, 내년 지방선거 돌봄 정책 추진 의지 볼 것
지역사회 돌봄의 책임 주체 인식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협력 추진’이 57%로 가장 높았으며, ‘지방자치단체 중심’이 25%, ‘중앙정부 중심’이 14%로 나타나, 국민들은 돌봄 정책의 계획 및 실행에 있어 지방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돌봄통합지원법’상 국가(중앙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전제로 한 역할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67%가 ‘국가가 지원을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국가가 지원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 기초자치단체가 지역사회 돌봄정책과 인프라를 충분히 마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별로 그렇지 않다 38%·전혀 그렇지 않다 7%)’는 응답이 46%로, ‘충분하다(30%)’는 응답보다 높아,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돌봄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높은 기대감(책임감 부여)을 가지고 있지만, 현장의 정책 및 인프라 준비 수준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동시에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응답자의 83%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선택 시 ‘지역사회 돌봄 정책 추진 의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답해, 이는 돌봄 문제가 내 삶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는 후보의 의지가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익 이사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 국민들은 돌봄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필수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는 선언적인 공약이 아닌,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과 실행 로드맵을 갖춘 실효성 있는 돌봄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돌봄 정책 확대, 나의 삶의 질 향상될 것 79%
지역사회 돌봄 정책에서 현재 가장 시급한 분야(1+2순위)로는 ‘방문간호, 방문의료 등 보건의료 연계’와 ‘집에서도 받을 수 있는 방문돌봄 강화’가 각각 48%로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70세 이상 고령층은 ‘방문돌봄 강화’를 66%로 가장 시급하게 꼽아 직접적인 재가 서비스 수요가 높았으며, 40∼60대에서는 절반 이상이 ‘보건의료 연계’가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 활발한 경제활동 세대는 가족 돌봄 노동의 해소와 의료 접근성 개선을 동시에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향후 10년 내 가장 중점적으로 강화돼야 할 부분에 대해선 ‘노인 돌봄 확대’가 41%로 1위를 차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돌봄 총량의 절대적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마음돌봄과 고독사 예방 같은 정신건강 지원 강화’가 25%로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물리적인 돌봄(의료·요양)을 넘어 정서적 고립과 사회적 단절을 막는 ‘사회적 돌봄’의 중요성이 미래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돌봄 정책 확대로 인해 본인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는 79%였으며,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는 이유로는 △가족 돌봄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 같다 71% △건강·의료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54% △돌봄 관련 비용이나 시간 부담이 감소할 것 같다 53% 등의 순으로 나타나, 국민들은 돌봄 정책을 가계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김용익 이사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날로 다양화·개별화되고 있는 국민의 돌봄 수요를 충족 시키기 위해서는 돌봄 정책이 정부 주도의 획일적 단계에서 지자체 중심의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면서 “초고령사회를 맞아 돌봄을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닌, 국가와 지역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투자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