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초 안동에서 부부한의원을 운영하고 계시는 김봉현 원장님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한의사협회가 대구한의대 부속 한방병원에 설치 운영 중인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한약 배송 업무를 도와줄 수 있겠냐는 전화였다.
통화를 마치고 대구에 있던 저는 안동으로 찾아가 김 원장님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진료센터에서 코로나19 환자분들에게 무료로 한약을 배송해주는 업무를 학생들이 하고 있는데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날 바로 회사의 사장님께 진료센터의 한약 배송을 하는데 참여해도 되겠느냐는 말씀을 드렸는데, 사장님께서는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한약배송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센터에는 많은 한의사 선생님들은 물론 대구한의대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배송할 한약을 포장하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첫날 방문했을 때 한의사협회 강영건 이사님을 만나 현재 센터가 봉사인원이 부족해 많이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그날 바로 배송 업무를 시작했다. 며칠간 오전 10시부터 12시 중반까지 배송 후 간단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는 다시 오후 2시부터 한의대생과 2인 1조가 돼 배송업무에 나섰다.
처음에는 경산지역과 대구시 수성구, 북구, 달서구 쪽을 맡아 배송했는데 배송 범위가 너무 넓어서 늘 저를 따라오는 학생들이 늦게 일을 마치게 되어 배송 구역을 담당하는 학생을 찾아가서 배송해야 할 물량과 배송할 지역들을 지도로 확인했다.
대구는 신천지 관련 환자가 너무 몰려있는 대명동 쪽이 가장 배송량이 많은 것을 확인하고는 배송 동선을 새로 만들었다. 학생들 역시 제가 새롭게 만든 동선대로 움직이다보니 훨씬 빠르게 배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또한 2인 1조 중 한 명은 미리 한약을 배송받을 환자분께 연락을 드리고 그와 동시에 중간지점에 차량을 주차하고 서로서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물량도 훨씬 많이 늘어나게 돼 환자분들 역시 더 빠르게 약을 받게 되어 늘 고마워했다.
배송을 할 때는 항상 비대면으로 하고 환자분께 한약이 배송된 곳을 사진으로 찍어서 알려드렸다. 배송자와 환자간 서로 얼굴도 모르지만 한약을 받으시고는 항상 고맙다는 문자를 주셨다.
처음에는 초진 환자분들이 많아서 과연 재진 환자가 늘어날까 싶었다. 하지만 재진 환자가 자꾸 늘어나게 된다면 한약이 환자분들에게서 분명한 효과를 나타나게 된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늘 퇴근할 때 재진 환자가 얼마였는지를 살펴보게 됐다.
처음 배송업무를 시작할 때는 분명 새로운 집들만 배송하게 되었는데 그 후 며칠이 지나고 배송을 갔던 집에 또 한약을 가져다드리게 됐다. 배송량이 더욱 많아지게 되어 일선에서 진료하시던 원장님들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포기하시고 저희를 도와주시게 이르렀다.
또한 우리 센터에서 갖고 있었던 큰 우려였던 재진 환자 역시 엄청나게 늘어났다. 하물며 성함만 듣고도 집이 기억나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재진 환자들이 많아졌다. 배송 량은 늘어났지만, 한약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기쁨에 너무 행복했다.
초진환자 역시 많이 늘어나 센터 업무가 마비될 정도가 됐고, 한약을 포장하는 학생들 또한 제대로 쉴 수가 없게 됐으며, 배송을 다녀오면 배송 중간에도 배송 물량이 계속 쌓여서 택배를 보내야 할 정도로 배송량이 많아졌음에도 한약이 효과를 발휘하는 결과라서 너무 기뻤다.

무척 피곤한 날에도 ‘얼굴도 모르는데 이렇게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환자분들의 메시지를 받고 늘 힘이 났다. 저희도 그런 연락을 받으면 ‘저희는 괜찮습니다. 어서 빨리 쾌유하시는 게 저희의 보람입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한약을 배송하며 느낀 가장 큰 기쁨은 한약이 코로나 환자들에게 효과를 나타내었고, 환자분들 역시 다시 한약을 찾아주었으며, 한약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더욱 큰 기회라는 점이었다.
몇 주 동안 저와 함께 배송했던 학생들 그리고 더 많은 배송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원장님들, 환자분들의 병증만이 아닌 코로나로 인해 소극적이고 소외감을 많이 느끼셨을 환자분들을 마음으로 끝까지 상담해주신 한의사 선생님들의 큰 협업에서 코로나 한의진료센터의 초석을 만들었지 않았나 싶다.
비록 중간에 대구에서 서울진료센터로 이관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저 역시 서울에서 배송 일을 돕고 싶었지만, 서울센터에서는 대구와는 달리 범위가 넓어 함께 하지 못한 점에 매우 아쉬웠다. 그러나 대구센터가 마치는 그날까지는 최선을 다했다.
아직도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기에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약과 한의학은 환자분들에게 크게 와닿지 못하고 있다.
저는 늘 바란다. 한의학이 양의학을 앞서 나가는 것도 좋지만 한의학 역시 양의학과 다를 바 없고 정부로부터 더욱 많은 신뢰를 받아야 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환자분들이 더 많은 영역에서 한의학을 접하길 기대한다.
또한 환자분들의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한의진료의 많은 부분에 보험이 도입되도록 정부가 힘써주시길 바라며, 아직도 코로나로 인해 힘드신 분들에게 한의학을 통한 진료 및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의계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힘써주시길 늘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