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여러 한의학 학술대회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유익하고 가성비 높은 학술대회는 일본의학회 소속의 동양의학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작년에 뜻하지 않게 6월 동양의학회와 11월 한의학회 학술대회를 참가했었는데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면서 갈등과 불행의 시초인 ‘타인과의 비교’가 저절로 생겨났다.
국내 대한한의학회는 회원 수가 대략 25,000명(회원 정보가 없어 전체 한의사 수로 갈음) 정도이고, 학술대회 참가비는 7만원에 하루 일정이다. 이에 반해 일본 동양의학회는 회원 8,407명중 의사 6,961명, 그 외 약사, 침구사 등이 가입되어 있고, 이틀 일정에 17만원이다. 두 학회 모두 개원의들 때문에 항상 휴일에 개최하고, 보수 교육과 연계되어 있다. 두 학회를 비교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강의 발표 수는 일본 73개, 한국 7개(4개 권역은 총 52개), 포스터 발표는 한국 10여개, 일본 295개다.
한국은 진단, 변증, 체질, 침, 추나, 한약 등 분야가 다양하지만, 일본은 대부분 한약이 주 내용으로, 국내 학회에서는 연구감도 안 되는 시시콜콜하거나 기발한 주제의 한약 연구 결과를 알 수 있는 유일한 학회다.
양측 학풍을 살펴보면 한국은 선비같이 이념을 중시하며 진중 심오하면서 어렵고 형이상학을 추구하지만, 일본은 상인같이 현실을 바탕으로 단순 실용적이면서 쉽고 형이하학을 지향한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 동양의학회 학술대회 참가 권하고 싶다
우리는 어떤 분야든 일본을 무시하는 견해가 굳어져 있으며, 한의계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일본 한의학 역량을 낮게 보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부정적인 선입감에 대한 논리는 “일본 의사들은 『황제내경(黃帝內經)』 공부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음양오행 철학 이론과 개념이 전혀 없다. 특히 중요한 변증 논치 능력이 떨어져 양진한치(洋診漢治), 즉 의학으로 질병 명을 진단하고, 이 질병에 맞는 한약처방을 단순 투여하는 한방 의료를 하고 있다. 이는 한의학 개념을 벗어나고 체질도 안보는 수준이 낮은 의료행위이다. 그래서 한국 한의사들은 한약 부작용이 없는데 일본 의사들은 부작용 발생률이 높다. 90년대 초의 소시호탕 복용 사망사고도 변증 논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된 의료사고이다”라고 하였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전 세계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대한한의학회와 같은 듯 다른 일본의 동양의학회 학술대회 참가를 권하고 싶다. 일생에 한번 정도, 이틀 동안 홀로 학회 공간에만 갇혀 이질적인 분위기와 그들의 태도, 발표 내용을 보고, 발바닥은 아프겠지만 게시 발표문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나서, 귀국 비행기에서 냉정하게 ‘타인과의 비교’를 하면 된다. 일본어를 몰라도 아무 염려 없으며 50% 이상은 이해를 한다.

국내 한방제약사들 한방제품으로 경영 힘들어
대한한의학회의 학술대회에 등록했을 땐 샌드위치와 음료 권을 줬다. 아침 일찍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 온 상태에서 요긴한 음식이고 배려하는 마음이 한국의 정(情)을 느꼈다. 이에 비해 일본 동양의학회는 멀리 바다 건너 온 이방인에게 17만원이나 받으면서도, 음료수 한 병도 없어 역시 일본의 장사 문화답다.
점심시간이 되니 참가 회원들이 급히 이동하면서 특정 학회장에 줄을 서고 있다. 입장을 하니 모두에게 도시락 가방을 나누어준다. 알고 보니 각 한방제약회사들이 학술 세미나를 점심시간에 맞추어 일정을 잡아 놓고 있었다. 큰 홀에 몇 백여 명이 참석하고 주관 제약회사가 자사 한약제제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다.
예쁜 밥과 반찬이 든 공짜 일식 도시락을 보고 먹으면서 학술 활동도 하니 일석이조다. 강의가 끝나고 출구에서는 검은색 정장차림의 제약회사 직원들이 조폭처럼 참가자들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면서 연신 인사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신기하면서도 이러는 그들이 무섭다. 학회 참가자의 점심 식사 대접 권리는 제약회사들이 가지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학술대회이고 장사 시스템이다.
제약업체 회원사인 한국바이오제약협회는 매년 제약회사들의 총 매출액, 영업이익, 연구개발비 등을 공개하고 있어 각 제약회사와 의약품에 대한 매출액 순위 1위부터 꼴찌까지 알 수 있다.
몇 안 되는 한방제약회사들은 1∼300억 원 대로 모두 끝에 몰려있다. 한방제약회사들도 영광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 90년대 시절, 매년 우황청심환이 전체 의약품 매출액 순위 50위 안에 들어가면서 잘 팔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는 100위 안에 진입한 적이 없다.
또 전체 한약제제 시장은 1998년 3500억 원 규모였는데, 20년이 지난 2018년에 4700억 원이어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지 판단을 할 수 없다. 현재 한방제약회사들은 한방제품으로는 경영이 힘들어 매출에 도움이 안 되는 일반용 및 보험급여용 한약제제는 생산을 중지하는 대신 생존전략으로 건강기능식품, 음료제품, 합성의약품 등으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제약회사 CEO 고집만으로 생산 이어가는 악순환
일본 후생노동성 정책에 ‘한약제제 발전 정책’ 이라는 용어 자체도 없고, 이와 관련된 조직이나 예산도 없다. 즉 정부의 도움 없이도 제약회사들은 스스로 품질 관리, 판매 및 시장 개척 전략을 가지고 영업 이익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방제약회사인 쯔무라제약의 2020년 예상 매출액은 1조 4000억 원으로, 한국 1년 전체 한약제제 매출액의 3배다. 그래서 각 병원에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자사 제품의 유효성 근거를 마련하고, 학회 기간에 점심을 제공하면서 제품 홍보하고, 이런 행위가 매출에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최대 최고의 과학적인 한약제제 안정성·안전성·유효성 의약품 정보를 구축하여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20여 년 전부터 한약제제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정책 추진과 연구개발 및 임상연구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해왔다. 또 한의사와 약사, 한약사 등 관련 직능단체들도 한약제제 시장이 확대 성장하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쳐왔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나 한의약계의 열기에 비해 한약제제 시장의 양과 질은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않고 과학적 정보의 양과 질도 빈약하고, 제약회사 CEO의 고집만으로 생산을 이어가는 악순환 상태다. 오래 전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전문가 회의를 하였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대한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여러 한방제약회사가 마련한 맛있는 불고기 도시락을 먹으면서, 엄격하게 잘 설계된 한약제제 임상시험의 효능과 부작용을 통계 값으로 보고, 증상뿐 만 아니라 질병 발생 기전 중에 어느 단백질 효소를 차단하여 효과가 있는지를 듣는 시기가 맞이할 수 있을까?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