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국회 보건의약전문지 기자단 제공]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이번에도 찬반 양측 모두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의료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국회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인천 한 병원 내에서 조직적으로 대리수술을 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찬성 여론이 탄력을 받은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26일 국회 본관 601호에서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 인권침해 등 불법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국회는 지난해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입법 추진에 나섰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대에 막혀 법안 의결은 가로막힌 상황이다.
앞서 국회 여야는 지난해와 지난 2월과 4월 세 차례에 걸쳐 법안1소위에 상정하고,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데 까지는 잠정 합의했으나 수술실 내부 설치에 대해서는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 진술인으로는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를 비롯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대한병원협회 오주형 회원협력위원장, 환자권익연구소 이나금 소장 등이 참여했다.
“CCTV, 수술실 입구 아닌 내부 설치해야”
CCTV 설치 찬성 측으로 나선 안기종 대표는 최근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다수의 원무과 직원들이 대리수술을 한 사건을 예로 들며 “CCTV는 수술실 입구가 아닌 내부에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단체에서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감시하는 부담 때문에 수술에 집중할 수 없어 반대하는데, 그렇다면 전국에 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당하고 감시당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죄 예방이나 인권 보호를 위해 CCTV를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익을 위해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수용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나 의료인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응급실 CCTV 설치를 수용한 환자나 보호자를 그 예시로 들었다.

[사진=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국회 보건의약전문지 기자단]
안 대표는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 촬영 영상 해킹·유출로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받을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료현장에서 의료기관 내 CCTV 영상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반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의사와 환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한 CCTV 의무 설치·촬영이 응급실에서는 허용되지만 수술실에는 안 된다는 논리는 모순”이라며 “의료인이나 직원들이 임의로 CCTV 촬영 영상을 볼 수 있는 현실과 보안의 취약함을 의료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반대 근거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에서 촬영된 CCTV 영상 관련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규정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에 관한 원칙보다 더욱 엄격한 관리·보호 규정을 수술실CCTV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CCTV로 수술 과정 판별 불가” 반박
이에 반해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CCTV를 설치하더라도 공익적 이익은 크지 않는데다 의료분쟁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설치 반대 이유를 들었다.
김 보험이사는 “국내 연간 수술건수는 170~200만 건이지만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8월 사이 대리 수술 적발 건수는 총 112건으로 발생률은 0.001%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OECD 국가들도 수술실 의료사고가 있었고, 그 때마다 논란 있었지만 유럽에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논의 자체가 없었고, 미국은 한 개주가 논의 됐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기대효과보다 사회적 이익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 내부 직원의 공익제보로 인해 이번 대리수술 정황이 밝혀진 것도 불법적 의료행위에 대한 내부 감시체계가 이미 작동하고 있고 상당히 유효한 결과를 낳고 있다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CCTV보다 살아 움직이는 동료 시선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료소송을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해 수술실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최근 5년 동안 의료소송 결과, 치료과정이나 발생한 합병증에 대한 소송이 대부분이었고 대리수술이 쟁점이 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매일 수술하는 외과 의사 입장에서 고정식 CCTV로는 수술실 수술 과정을 판단하기란 불가하다”며 “지혈, 접합 등의 과정을 CCTV로 볼 수 없는데다 태아를 떨어트리는 경우처럼 명확한 사고가 아니면 확인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의원 “환자 기본권·신뢰 무너져 발생” 질타
이어 열린 여야 의원들의 공청회 질의 답변에서는 주로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발하는 의료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최근 인천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대리수술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의사단체만의 자정 노력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수술실 내 모든 구성원이 상호 감시자라는 의협의 주장은 안이하고 사회적 갑을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얘기다. 공익제보를 한 순간 그 사회로 다시는 못 돌아간다. 그 영역에서 설 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국회 보건의약전문지 기자단 제공]
그러면서 김 의원은 “수술실 특성상 모니터링과 급습이 불가능한 거의 유일한 장소기 때문에 내부고발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CCTV 자료가 굉장히 중요한 범죄입증 자료가 되는 것”이라며 “의협은 대안으로써 면허관리 강화와 윤리위 강화, 관리규정 보완, 감독 및 적발 시 처벌을 강화, 공익제보 독려 제보자 보호 등 말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의협의)실질적 노력은 무엇이었고, 환자 기본권 보호 방안에 얼마나 심도 깊게 논의해왔나. 의료사고 문제 지점은 의료정보가 의사 독점, 비대칭적인 부분”이라며 “전문지식이라 의료사고를 환자가 입증하기 어렵다. 환자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의협이나 병협이 했다고 들어본 적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종민 보험이사는 “설명 의무를 확대하자는 논의는 있지만 아직 세부적 논의 과정 결론은 도출하지 못했다”며 “대리수술 근절에 있어 의협은 면허 관리권이 없기 때문에 해봐야 검찰 고소 정도다. 근절 캠페인 노력이나 검찰 고소 등 이제부터 변화하려고 하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무소속 전봉민 의원은 “의료인들이 환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데 이 신뢰가 무너진 것이 문제”라고 진단하며 “공장형 유령수술 등 문제에 대해 CCTV말고 방지 대책이 있나”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유령수술로 인해 사망한 권대희 씨의 유족이자 환자권익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나금 소장은 “권대희 사건 병원의 경우에도 하루에 네 개 수술실을 열어 놓고 대리수술을 한다는데 이는 양호한 편”이라며 “모 성형외과를 내부 고발한 전공의는 현재 제대로 일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소송 중에 있을 정도로 내부고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