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7개월째 개점휴업 중인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대한 실질적인 실행방안이 나와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 제정한 보건의료력종합계획에 따라 의료인력에 대한 중장기적 공급방안을 수립해 의료기관이나 의료취약시설에 의료인력의 적정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대한간호협회는 2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 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지난 2019년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해 10월24일 제정됐다. 제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 및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3년마다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보건의료인력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보건의료인력지원전문기관을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에 따라 ‘2020~2024년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을 비롯한 2020년, 2021년 시행계획 등이 수립해야 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과 장기화로 인해 종합계획의 추진 속도는 현재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기능 강화해야”
토론자로 나선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조속히 이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는 단 1회 개최됐다”면서 “종합계획뿐만 아니라 시행계획 수립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제발표를 한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법이 제정된 지 2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보건의료 인력 종합계획과 실행계획이 수립되지 않았고, 관련 실태조사도 진행되지 않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 결과 OECD 평균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의사 인력과 그마저도 특정 지역과 특정 과목에 치우쳐져 있는 상황은 앞으로도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 김 교수는 예측했다.
따라서 지역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의료에 기반한 의료인 인력 증원을 위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 명시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합의 기구로서 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의과대학·간호대학의 전체 정원과 시도별 정원을 이 위원회에서 책정하도록 하자. PA 문제와 같은 보건의료인력의 직종별 업무 범위와 협업체계에 대한 논의도 위원회를 통해 규정하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인 적정 수급위해 모성정원제 도입”
아울러 토론회에서는 의료인력의 적정 수급을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19년 보훈병원에서 최초로 실시한 모성정원제에 대해 소개됐다.
정찬승 보건의료노조 보훈병원 지회장은 “노·사 단체협약으로 보훈병원은 모성정원제를 도입 확정해 2020년 7월말 기준 231명의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100% 정규직 전환 조건으로 채용한 바 있다”며 “이러한 지원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간호직의 육아휴직이 18%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보건의료노조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간호사 중 21%가 직장에서 임신·출산 또는 육아휴직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며 “육아휴직을 희망했으나 이를 사용하지 못한 간호사 중 50% 이상이 그 이유로 ‘직장 분위기 또는 인력 부족’을 들었다”며 모성정원제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측 토론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김현숙 의료인력정책과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시행이 일차적인 큰 성과인 만큼 앞으로 관련 정책들을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국가 보건의료정책 논의에 있어 수가 정책 논의는 있었지만 인력 측면에서 보건의료를 바라본 적은 없었다”며 “(보건의료인력법을 통해)의료인력정책과가 활성화됐고, 비로소 인력 정책으로도 보건의료를 바라보는 큰 줄기가 생겼다”고 운을 뗐다.
또 그는 “종합계획을 왜 안 만드나 하는데 내용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보건인력 정책에는 너무 많은 이해당사자가 관여돼 있어 그 만큼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기대수준에 비해 (정책 입안이)못 쫓아간다고 느끼시겠지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수진 의원은 모성정원제를 도입하기 위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수진 의원이 공개한 법 개정안은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보건의료인력 등이 관계법령에 따른 임신·출산·육아를 위한 휴가·휴직을 원활히 사용하고 일·생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대통령령에 따른 기준에 따라 추가인력을 상시 배치해야 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추가 인력 배치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