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 분야 전문가들이 노인, 아동, 장애인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회서비스원이 법령을 정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 이하 건보공단),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5일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사회서비스원 등 공공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점검했다.
이번 토론회는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정면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사회서비스 공공성 진단과 강화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는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현주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송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이 참여해 다양한 제언을 내놨다.
이날 이정면 위원은 발제를 통해 돌봄서비스 공급 현황과 문제점을 제시하고 부족한 공공인프라 확충을 위해 사회서비스원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사회복지시설·노인·아동·장애인복지시설 등 돌봄서비스를 맡은 시설은 현재 과당경쟁에 따른 영리 추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 서비스 질 격차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 증가하는 돌봄서비스 수요를 떠맡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돌봄 공백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복지와 경제가 선순환구조를 형성하게 하려면 사회서비스원 등 공공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2018년 설립 계획이 확정된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공공성, 전문성, 질 제고를 위해 설립된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이다. 현재 11개 시·도에 사회서비스원을 설립, 운영하는 시범사업이 시행 중이며 2022년까지 17개 시·도에 설치될 예정이다. 주요 기능은 국공립 시설 수탁·운영, 민간시설 지원, 긴급돌봄 지원 등이며 관련 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위원은 사회서비스원의 문제점으로 근거 법령 부재, 재정자립도에 따른 지역별 서비스 격차, 일자리의 질 문제, 이용자의 선택권 제한 등을 제시하며, “사회서비스원의 문제를 개선하려면 공공시설의 질적 개선과 양적 확충, 그리고 민간시설의 공적 기능 강화를 통해 사회서비스원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시설 개선방안으로는 사회서비스원을 2023년까지 인구 100만명 이상의 기초자치단체 단위까지 확대 설치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규정하는 등 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민간시설의 공적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원이 지역거점 기관으로써 민관의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가 나서 공공인프라 등 전달체계 주도해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공공서비스의 직접 운영, 운영 인력에 대한 고용의 질 확충, 지자체 중심의 공적 전달체계 구조 등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김진석 교수는 ”발제자가 제시한 사회 돌봄서비스의 문제점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며 “다만 여기에 추가로 사회서비스원이 질적으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서비스 분야 고용의 질과 급여체계를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제언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사회서비스원 정상화를 통해 공공서비스 제공시설을 공공의 영역에서 직접 운영하고, 사회서비스 제공 인프라와 공공 인력 비율 확대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아울러 사회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와 인력 확보 계획을 지자체가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을 충분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현주 교수 역시 공공성 강화라는 방향성에 동의하면서 광역 지자체의 역할 명시, 지자체 중심으로 공적 전달체계 구조 변경, 지역 기반 사업의 확대 등을 제안했다.
남 교수는 “사회서비스는 여전히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회서비스를 받을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필요와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는 궁극적으로 ‘국민 삶이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서비스 등의 법령이나 정책에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의 욕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송이 위원은 “보육 정책, 초등 돌봄 정책을 주로 고민하는 연구자로서 논의의 심화를 위해 공공인프라 확충 중심의 공공성 논의에서 전체 보육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논의로 쟁점을 확장하는 방안을 제언한다”며 “지역별로 국공립어린이집을 균등하게 확충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나아가 돌봄 문제를 성평등 이슈로 접근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가 돌봄을 맡기 위해 여성 중심의 돌봄 문화를 재편하는 한편 사회서비스 정책이 좋은 돌봄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의 ‘좋은 돌봄 관계’란 돌봄 수혜자와 제공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양질의 돌봄서비스가 제공되는 관계를 말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 공장자동화, 디지털화 가속화, 기후 변화, 인구절벽 현실화 등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제도 차원의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정문주 본부장은 “커뮤니티 케어가 지역사회에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지방분권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지역별 수요 총량 추계에 따라 요양, 보육, 장애, 아동 등 사회서비스 분야 국공립인프라를 확대하고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영유아보육법, 노인장기 요양보호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최근 코로나19로 돌봄 서비스 부문에도 변화가 일어나면서 공공의료 등에 부정적이었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사회서비스원, 커뮤니티 케어 등 공공 사회복지 분야도 포함돼 전향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운을 뗐다.
김 이사장은 이어 “현재 사회서비스원법이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사회서비스원을 추진하는 계기는 마련되는 것”이라며 “한편 최근 보건·사회 부문에서 커뮤니티 케어를 본격화하려는 노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주야간보호센터 등 공공사회복지시설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커뮤니티케어도 진전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