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통합봉사회
연 나 현 진료부장
지난 7월 10일 보건의료통합봉사회(회장 손창현, 이하 IHCO)의 농촌재능나눔 의료단체 활동지원사업 ‘다시, 함께 잇다’를 통해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의 농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를 실시했다.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찾아주신 노인 분들에게 안전하게 양질의 진료, 보건의료교육, 체험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우린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어려운 시기에 오랜만에 이루어진 봉사였기에 소중한 시간들이었고, 함께한 의료진 모두 온 힘을 다해 진료에 임해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진료가 재미있다’였고, 그래서인지 이번 활동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매일 하던 진료가 갑자기 왜 재미있었을까?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은 학창 시절부터 의료봉사를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막상 의료인이 되고 나서는 시간적인 여유나 기회가 부족해서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고를 들여 봉사에 임하면 여러 제약에서 벗어나 오롯이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진료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깨달은 바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하던 진료이지만 조금은 색다른 기쁨을 얻게 된다.
영월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받아야 할 의료를 접하기 힘든 의료취약지역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어 본인이 받아야 할 적절한 처치를 모르거나 미루고 계시는 등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항응고제를 복용하시면서 대량의 사혈을 원하시는 분, 혈압약을 임의로 중단하고 본인의 혈압이 얼마인지도 모르시는 분, 발목 염좌로 인해 캐스트를 하고도 1달 넘게 지속되는 붓기에도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계시는 분 등 그런 분들에게 현재 호소하는 증상에 대한 처치를 시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의료기관에 방문해 어떤 치료를 받으시는 게 적절한지 말씀드렸고, 당일의 치료에 국한되지 않도록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진료에 임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실했고 즐겁다는 공통된 감정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한의원에 한 번도 내원해보지 않은 어르신도 계셨다. 그런 분께는 한의학에 대한 첫 인상이 좋을 수 있게 소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하는 치료에 대해 안내드리고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치료를 받는 게 효과적임을 설명 드리며, 거부감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치료를 이어나가실 수 있게 설득했다. 역시 봉사는 우리가 매일 하는 진료의 연장선일 뿐이며 기꺼이 해야 하는 일들임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요즘 시대의 진료란 단순히 술기나 처치만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대한 통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하는 것이고, 그것이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다.
의료 봉사에 가면 이러한 소질을 자연스럽게 발휘하게 된다. 의료소외지역의 취약계층은 보통 정보를 명확히 제공 받지 못해 적절한 의료 소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의료 봉사에서는 당장의 치료, 처치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상담과 티칭에 힘을 쏟게 되는데, 실은 이것이 평소에도 의료인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다행히 이번 봉사에 기꺼이 참여해 주신 의료진 덕분에 다들 충분한 시간을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쏟을 수 있었다. 그분들께 필요한 치료를 시행하고 앞으로 어떠한 의료적 처치가 필요할지 세심하게 조언하며, 오늘의 봉사가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보다 건강해질 수 있도록 성심을 다했다.
그런 의료진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어르신들도 편하게 많은 질문을 해주셨고, 분에 넘치는 감사의 표현을 받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성과라고 한다면 한의학을 낯설게 생각했던 몇몇 분들께 한의치료의 우수함을 알리고, 이들에게 한의학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또 IHCO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보건의료인들과 소통하며 스스로의 발전에도 몹시 이로운 시간이었으며 앞으로 함께할 많은 사람들과 더욱 큰 나눔을 할 것이 기대되는 경험이었다.이렇듯 텍스트로는 배울 수 없는, 사람들이 주는 배움을 받아가는 것이 봉사활동의 가장 큰 수확이다. 환자로 내원하신 어르신들, 함께 준비하는 기획단, 다양한 분야의 보건의료계열 종사자 분들까지 모두에게서 각각 배울 점이 많았다.
어렵게 시간을 내고 노력을 쏟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보답과 즐거움이 돌아오기 때문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다. 앞으로도 많은 의료사각지대를 찾아가는 IHCO의 봉사활동이 계속될 예정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또 받아가는 것이 봉사이다. 환자에게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한의사라면 의료 봉사 활동을 통해 본인 진료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기회를 가져 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