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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1일 (수)

[시선나누기-2] 몸이라는 것

[시선나누기-2] 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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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저자인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최근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몸이었다. 

연극제 참가자 목록에 기재된 참가단체명은 몸, ‘유진규 몸’이었다.

너무도 직관적이고 솔직한 말이라서 두 번 세 번 거듭해 음미하며 읽었다. 이 짧은 단어에 자신감과 겸손이 다 들어있다니…….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말이었다.

팸플릿에 적힌 목록에는 ‘공동창작집단 OO’, ‘예술창작소 @@’ 등의 단체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짧은 이름에는 지향하는 바, 품고 있는 의미, 띠고 있는 색깔이 없다. 오로지 몸. 오롯이 몸. 그는 홀로 몸을 움직이는 마임이스트다.  

그는 1인극을 하고, 참가단체는 그 자신이다. 단체명은 ‘유진규 몸’이다. 단체와 개인이 여기에 다 들어있다. 그러나 몸이 상징성을 띠는 어떤 말은 아니다. ‘짓’이라는 단체가 있듯이 ‘몸’이라는 어떤 단체가 있을 법은 하지만, 여기서 ‘몸’은 물성을 지닌 그 자체로서의 몸이다. 

그는 몸이며, 그는 곧 단체다. 그가 몸을 데리고 연극제에 참가한다는, ‘유진규 몸’이란 유진규와 유진규의 몸이 만든 집합이라는 기이한 해석이 잠시 내 머리에 떠오른다. 두 존재의 기이한 공생. 하나이자 둘. 하나이면서 둘. 하나이지만 둘 혹은 그 이상. 

유진규 몸은 분명한 단수이지만 몇 개로 분화될지 모르는 변수를 포함하는 말이다. 그는 의자였다가, 가면이었다가, 꽃이었다가, 그 꽃을 먹는 입일 수도 있겠지만, 생물로 된 주사위가 있어 당신이 건네받고, 그것을 허공에 던졌을 때, 바닥에 떨어진 그 생물이 내놓을 무한한 경우의 수……. 무대 위 혈혈단신인 그의 몸이 내보일 변화의 수를 상상하게 하는 말이다. 

그는 그렇게 지은 이름으로 연극제에 등장한다. ‘내 무기는 이것뿐이니, 펼쳐도 이것이요, 접어도 이것입니다’라고 하는 것 같다. 단단하고 곧고 겸손한 이름이다.

그는 가슴앓이를 크게 했다고 썼다. 뇌에 종양이 생겼다가 사라졌다고 썼다.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라는 책에서였다. 그의 마임 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대담집이다. 

당신은 생물 주사위가 허공을 휘돈 다음 가볍게 착지한 채 내뱉는 말을 듣는다.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 외곬의 인생이 천변만화하며 만들어 걸어간 길. 걸어온 길. 다시, 그 길 위의 몸.


◇자연인 듯 무방비 상태의 몸, 그 기이한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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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에는 50년 세월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움푹 팬 눈두덩이나 빗장뼈의 우물이나 갈빗대의 틈새나 근육의 이랑과 고랑들은 늙고 텅 비었다. 텅 비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거기엔 몸이 있지 않은가. 그의 몸이 있고, 그러나 어디 한 곳 군것이 없다. 육신을 이불 개듯 잘 정리해 놓은 느낌이다. 흙을 골라서 무얼 심고 꽃 피울 욕심 없이 그저 반듯이 갈무리해 놓은 땅을 보는 느낌이다. 

나는 약간 쓸쓸했는데, 그것은 무언가를 지나왔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겪고, 무언가를 치르고, 무언가를 보내고, 최소한의 것으로 정돈된 느낌. 그의 삭발이 또한 한몫했겠지만, 그의 몸은 자연인 듯, 무방비 상태로, 그러나 빈틈없이 있다. 다시, 기이한 공생. 

아, 저것이 몸이구나. 나는 경혈도에 그려진 인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의 몸에는 몸을 써서, 몸을 통해, 말하고 웃고 울어온 50년의 마임밖에 없는 듯하다. 그리고 그가, 그에게 남은 몸이란 것을 깨우고 두드리고 얼러서 고요히 포효하는 지경에 이를 때, 몸은 하나의 화살표처럼 그 표현을 향해 오롯이 쏠린다. 오롯이 몰두한다. 나는 생각한다. 아아, 온몸이 몸이구나.

나는 그 몸의 전중혈에 침을 놓는다. 나는 그 몸의 백회혈에 침을 놓는다. 나는 그 몸의 합곡혈에 침을 놓는다. 뜸을 뜬다. 뜸 연기가 그의 몸을 에워싸고 위로, 위로 흐른다. 신성한 의식 같다. 무대에 천천히 뜸 냄새가 퍼진다. 한 자루 촛불 앞에 앉은 그가 눈을 감고 침을, 뜸을 받는다. 온몸으로.

이것은 객석에 보이기 위한 공연이지만, 앞서서 그의 몸이 고통으로 뒹굴고, 악을 쓰고, 숨 막히고, 버둥거리고, 심장을 쥐어뜯은 것을 보자면, 침과 뜸을 시술하는 일이 단순한 퍼포먼스일 수만은 없다. 

나는 그를 뒹굴게 하고 버둥거리게 하고 쥐어뜯게 한 원작자이며, 나는 내가 쓴 문장들을 그렇게 생것의 비린내로 육화해서 코앞에 들이미는 그의 마임에 놀라고 감동한 첫 번째 관객이며, 그리고 나는 이 무대에 출연하는 ‘한의사’이므로.

나는 저절로 손 모아 합장하고 뜸을 놓고, 침을 놓고 합장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서서 무대를 빠져나간다. 빠져나가기 전에, 등신불처럼 앉은 그의 뒤에 서서 침이 꽂힌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지문에도 없는 합장으로, 원작에도 없는 한 줄 대사를 읊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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