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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0일 (화)

인류세의 한의학 <3>

인류세의 한의학 <3>

기후(氣候)의 의미



김태호.jpg

 

김태우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한의원의 인류학 : 몸-마음-자연을 연결하는 사유와 치유> 저자


 

세종은 기후를 걱정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1426년 이른 봄이었다.


“현재로서는 국내에 별일이 없다. 그러나 근래에 흉년으로 인하여 백성들 중 유이(流移)하는 사람이 많으니, 내가 매우 가엾게 여긴다. 올해의 기후(氣候) 또한 어떨지 알 수 없으니, 이에 목민(牧民)의 임무를 신중하게 선택하니, 거두어 들이는 것을 반드시 적게 하며, 백성을 편히 살도록 힘쓰라. 내가 말하지 아니한들 그대가 어찌 모르리오마는, 내가 직접 이렇게 이르는 것은 그것을 잊지 않게 하려는 것이니 가서 조심하도록 하라”

(『조선왕조실록』 세종8년 1월7일 세 번째 기사)1)


우리는 지금 ‘기후’라는 단어를 수없이 사용한다. 기후온난화, 기후변화, 기후위기는 이제 일상어가 되었다. 또한 기후행동, 기후악당, 기후정의 등 기후와 연결된 새로운 조어들이 등장하며 기후에 대한 이 시대의 관심을 드러낸다. 우리 시대와 같이, 세종 시대에도 기후는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세종에게 기후는 목민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내용이었다. 기후변화를 생각하여 조세를 조정하고, 고향을 등지는 유민을 걱정한다. 당시에도 기후는 사람들의 삶과, 또한 정치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였다.

이 글에서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심대한 관심 속에 회자되고 있는, ‘기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후를 통해 말하고, 문제들을 이해하고, 우려하는 지금의 시대에 기후의 뜻을 짚어보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특히, 이 단어에 기(氣)라는 말이 들어 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기후는 기의 상황이다. 이 ‘기의 상황’은 다양한 배경 속에서 사용가능하다. 위에서 세종이 언급하고 있는 기후는 일정 기간 동안의 기의 상황이다. 하루의 기의 상황은 일기(日氣)라고 하였고, 지금도 여전히 ‘일기’예보 등의 용어에서 사용되고 있다(날씨는 순우리말이다. 솜씨, 말씨, 마음씨와 같이 씨를 붙여 하루의 기의 모양새를 맵씨 있게 표현하고 있다). 

기후가 일정 기간의 기의 상황을 의미한다는 것은, 그 말이 날들의 단위로 사용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24기(氣)와 72후(候)가 그것이다. 음력 일 년 열두 달을 각각 반으로 나누어 24기로 하고, 다시 한 기(15일)를 세 후로 나눈 5일씩의 후가 있었다. 

동아시아에서 기후(氣候)와 같은 단위는 단지 시간의 흐름을 세는 기능만 가지지 않았다. 시간 단위의 역할과 함께, 흐름의 양상의 의미를 담지하고 있었다. 그 흐름의 마디마디에 ‘마땅히 그러함’의 내용을 담고자 하였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의 흐름이, 즉 사시(四時)가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생명의 마땅함과 연결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같은, 흐름의 내용을 담지한 시간 단위의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24절기이다. 이것은 음력의 24기와는 다른 양력의 단위이지만, 또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내용이 들어 있다. 입춘에서 우수로의 시간의 흐름도 있지만, 거기에는 ‘마땅히 그러한’ 봄의 변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소설(小雪), 대설(大雪)에서 동지로, 동지에서 소한(小寒), 대한(大寒)으로의 겨울철 절기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마땅한 기후의 내용을 함께 담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내용의 인지 속에서 봄날 같은 대한을 걱정하고, 한겨울 날씨의 경칩을 우려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늦더위와, 미지근한 겨울과 같은, ‘마땅하지 않은’ 사시의 흐름이 생명의 생명다움을 흩트리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역시 기후라고 번역되는 서구의 ‘클라이밋(climate)’은, 시간보다는 공간의 성격을 강조하는 말이다. 어떤 지역의 특정 날씨를 말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 열대 기후, 아열대 기후, 지중해성 기후, 온대 기후 등, 특정 위도와 지역에 연결된 용어들이 이러한 서구의 클라이밋 개념을 예시한다. 공간적이지만, 여기도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기후위기 시대는 이 공간적 경계의 마땅함이 흐려지는 시대다. 서울에도 동백꽃이 피고, 동해에 대왕오징어가 서식하고, 아열대기후화의 한반도가 클라이밋의 공간적 마땅함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클라이밋의 번역어로도 사용되지만, 동아시아에서 기후는 다양한 배경 속에서 사용되는 말이었다. 세종이 걱정하는 올해의 기후도 있었지만, 의사들이 염려하는 몸의 기후도 있었다. 

 

김태우.jpg

 

“신들이 들으니, 주상의 옥체가 여러 날 감기를 앓고 계신다 합니다. 약은 어제 조제하여 올렸습니다마는 다시 진맥하여 자세하게 기후(氣候)를 알고 나서야 가감하여 조제할 수 있는 것이니 의관(醫官)을 입진(入診)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니, 전교하기를, “요즈음 날씨가 따뜻하지 못하여 감기 증세가 있는 모양이다...입진하도록 하라” 하였다.”

(『조선왕조실록』 명종12년 10월 27일 기사)


몸의 ‘기의 상황’을 표현하는 기후는, 남아 있는 조선의 기록들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용어다. 기후는 환경에도 몸에도 사용되었으며, 여기에는 ‘기의 상황’이 드러나는 조건에 주목하는 관점이 공통적으로 내재해 있다. 몸 기후는 여러 층위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요즈음 날씨”의 외감뿐만 아니라 원기, 수곡, 칠정 등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것이 몸의 기의 상황이다. 환경의 기후도 마찬가지다. 발산하고 수렴하는, 태양이 비치고 구름이 끼는, 운동과 흐름에 의해 기후가 만들어진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활동이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가이아’를 통해 바다와 땅과 대기의 많은 생물, 무생물의 연결성을 통해 기후가 만들어지며, 그 연결성의 조건 속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지구 환경이 유지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인류세는 이러한 기의 상황을 만드는 조건에, 인간의 활동이 특히 분명한 역할을 하는 시기이다. 인류세의 기후는 세종이 염려하던 올해의 기후와는 다른 양상의 염려 거리이다. 세종이 걱정하던 기후의 변화는, 그 변화가 흉년을 야기하더라고, 일정 범위 안에 있는 변화다. 하지만 인류세의 기후변화는 ‘마땅히 그러함’의 범위를 벗어나는 변화이다.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지구의 담지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인류세이다. 산업혁명 이후 탄소를 태워 성장했던 팽창의 힘은, 마땅함의 한계를 넘어서는 팽창이었다. 

인류세의 기후변화가 세종이 걱정하던 기후와 차이나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문제는, 이 변화가 ‘마땅함’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변화라는 것이다. 땅과 바다의 자원을 파뒤집고, 태우고, 소비한 것이, 또한 투기한 쓰레기가, 지구 기의 상황을 그 마땅함으로 다시 복원하지 못할 정도로 팽창시켜 놓은 상황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 팽창의 활동들은 계속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기후”의 의미는 의미심장하다. 기후라는 말에는 기의 상황이 드러나는 조건을 돌아보게 하는 방향성이 내재해 있다. 지금의 기후는 어떠한가? 캐나다 같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도 지난 여름 기후변화와 관련된 고온, 산불, 홍수로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만 약 600명이 사망했다. 유럽에서도 독일, 벨기에서의 홍수로 또한 200여 명이 사망했다. 지난 200여 년 동안의 팽창의 역사가 만들어낸 지금의 기의 상황이, 순조로운 흐름이 끊어지고 마땅함의 영역을 이탈하는 상황이라면, 그에 맞는 치법이 필요할 것이다. 기후의 의미는, 지금의 기의 상황을 초래한 조건들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그 상황에 맞는 치유의 행동을 지금 시작하라고 말한다. 


 

1)  『조선왕족실록』의 내용은 국사편찬위원회의 웹사이트(http://sillok.history.go.kr/)에서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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