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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9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9

한의학에 대한 오해와 진실
“모든 학문은 계속 변화하는 것이 특성이고 이로 보면 지금 지식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버리는 태도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임주원.jpg

 

 

 

임주원 대구한의대 한의학과 1년

 

본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상황에서도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한의대 학생들에게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음양오행’ 등 한의학은 과학적인지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고 한의학의 신뢰성에 대한 혼란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돼 그 결과를 적어보자 한다. 

 

첫째, 한의학은 오감으로 느낀 것의 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양의학이 주로 시각으로 정보를 축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경락처럼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통해 얻은 지식은 시각을 통해 얻은 지식보다 신뢰성이 떨어지는가’이다. 

생각해보면 꼭 시각이 우월하다는 증거가 없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정보를 인식하는 것과 일반인이 눈으로 정보를 인식하는 것 사이에 정보의 정확성이 다른가를 생각해보면 그 가정이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지식을 설명할 때 한의학은 음양오행을, 양의학은 인과관계를 중시한다. 여기서도 의문이 생긴다. 음양오행은 지식을 설명하는 충분한 이론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음양오행은 사변적이지 않고 실증적이다. 

음양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물들은 두 그룹으로 분류되고 그 그룹은 서로 의지한다. 하나가 있어야 하나가 있다는 것이다.  뜨겁다는 개념 없이는 차갑다는 개념이 없다는 것과도 같다. 이처럼 오행은 세계의 보이는 사물, 특성 등을 다섯 종류로 분류하고 있는데 각각의 특성은 생장화수장으로 명확하고 그리고 육기는 안보이는 것을 온도(한열),습도(조습),그것의 조절추(풍은 조습의 조절추, 화는 한열의 조절추)로 나눈 것이라고 한다. 또는 풍은 흩고 흐르는 것이고 화는 모으고 굳히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특성에 사변적인 느낌은 없는데, 다만 지금까지 서양유래의 학문을 배워온 나머지 음양오행이라는 것을 자세히 배우기도 전에 선입견이 발동하여 무조건적으로 사변적으로 인식하여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이 아닐까.

 

셋째, 이론이 있는데 결과가 틀린 경우이다. 예를 들면 삽살개가 큰 기운을 쫓아낸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지나는 동안 잘못된 주장은 걸러지고 있다. 황련 복용 시 신선이 된다는 식의 이론이 그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지식과 그 깊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는 한의학만의 문제도 아니다. 많은 신약 개발이 실험실에서 통제한 채 결과를 내어 출시했지만 다시 회수된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리고 실험군·대조군 등의 방식이 절대적인 방법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경험례로만 치면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한의학이 더욱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real world evidence’를 실험결과보다 우선시하는 경향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독일 의사들이 일단 효과가 있으면 사용하고, 기전은 과학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흐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국에서 한의사가 무당이라는 등 한의학의 위치를 폄하하는데, 이는 사대주의와 자기문화에 대한 비하의식 탓에 서양의학의 본국격인 독일과 달리 배타적인 의학흐름을 형성한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 이론 없이 경험만 있는 내용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의학에는 음양오행이나 다른 설명체계 없이 경험적으로 서술된 지식도 있다. 생각해보면 골학도 ‘왜 종아리뼈가 거기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모든 지식에 ‘왜?’ 라는 질문을 계속해나가다 보면, 과학이론의 끝에는 항상 경험만 남게 된다. 식물이 녹색인 이유는 엽록소가 있어서인데, 왜 엽록소가 여기 있는지에 대한 답은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모든 이론이 뒷받침되면 좀 더 많은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 이론도 음양오행 자연과학 등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설명 안 되는 것을 버릴 수는 없다. 가장 실증적이라고 여겨지는 해부학에서 근육의 작용조차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을 볼 때, 모든 학문은 계속 변화하는 것이 특성이고 이로 보면 지금 지식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버리는 태도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의학을 공부하며 들었던 의문을 위와 같이 정리했다. 역사 발전이 그랬듯 인간이 개입되는 모든 일은 불완전하다. 의학도 마찬가지다. 모든 한의학지식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서양의학과 맞지 않다고 무조건 버리려고 하는 자세도 잘못됐다. 이런 분별을 위해 개인적으로 원전을 읽고 양의학도 배우며, 한의학의 이론기초인 음양오행과 의역학 등 동양사상을 깊이 공부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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