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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0일 (화)

[시선나누기-6] 방호복을 입은 인간

[시선나누기-6] 방호복을 입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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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최근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조명이 바뀌면 무대 위 바닥에는 밝은 사각형 하나가 나타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호복을 착용한 사람이 사각형 안쪽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 지난 공연까지 이 사람은 무대 위 밝은 사각형 안에 서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이번 공연부터 사각형의 한쪽에 외따로, 조그맣게, 덩그러니, 조용히 앉아 있기로 생각을 바꾼 모양이다.

그는 흰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파란 장갑을 끼고, 방호용 고글을 끼고, 장화 같은 비닐 덧신까지 신었다. 어느 한 곳 물 샐 틈이 없어 보인다. 아니, 숨 쉴 틈조차 없어 보인다. 

그는 고독하게 앉아 있다. 그의 손에는 텔레비전 리모컨이 들려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그가 앉아 있는 곳은 그러니까, 그의 방 안이다.

심각하고 건조한 뉴스를 듣던 그가 채널을 바꾼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그때야 그는 흥얼거리며 방안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수도꼭지를 틀고, 비닐장갑 낀 손을 씻는다. (보이지 않는) 청소기의 코드를 꽂고 청소를 한다. (보이지 않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안아 올린다.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순간, 귀를 때리고 지나가는 자동차의 굉음. 놀란 그는 쏜살같이 문을 닫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지만, 잠근 수도꼭지에서는 수돗물 소리(!)가 계속 쏟아지고, 코드를 뽑아도 청소기에서는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윙윙대고,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꺼도 노랫소리(!)가 계속된다. 두 팔에 안겨서 야옹거리던 고양이는 고양이인가, 아닌가? 허둥대던 그는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아악― 고통에 가득 찬 소리를 지른다. 

이명과 난청에 대해 쓴 글을 마임으로 옮긴 이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연기하는 배우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믿고 보는 관객과, 들리는 소리로 없는 것을 있다고 믿는 관객과, 관객에겐 들리나 실제로는 없는 소리인데도 그 소리에 괴로워하는 배우의 연기가 뒤섞여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각과 청각의 아이러니한 놀이다. 믿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의 경계가 흐려진다. 마임이라는 영역이 더욱 그렇겠지만,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이며, 환자는 실재하나 실재하지 않는 소리를 듣고, 앓는다. 

그리고 방호복을 입은 이 시대의 인간은 홀로 방 안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오히려 자신으로부터 아프다. 바깥을 차단하고 안에서 아프다. 아픈 것이 꼭 소리뿐일까. 방호복을 입고 그는 증오하고, 사랑하고, 절망하고, 신음한다. 

문저온2.jpg


◇방호복을 입은 사람

그는 공연 내내 방호복을 입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서 구한다고 했다. 일주일씩 걸린다고. 전문가용 방호복은 구하기가 어렵고 비싸다고도 했다. 

삶과 병과 사랑과 죽음에 관해 쓴 책을 무대로 옮겼는데, 코로나19가 세계를 유행했다. 공연은 연말로, 그러다가 다음 해로 미뤄졌다. 

그는 공연을 아예 이 시대의 역병과 인간 생존에 관한 물음으로 확장시켰다. 이것이 오늘이고, 오늘의 우리고, 아픔이니까. 당면한 시대의 아픔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일이기도 할 테니까. 

나는 방호복을 입은 무대 위의 그를 바라본다. 그가 입은 한 벌의 방호복으로 인해, 태어나서 앓고 죽는 인간의 고독과 삶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그는 조금씩 방호복을 벗는다. 고글을 벗고, 모자를 벗고, 마스크를 벗는다. 공연 막바지에는 상반신을 탈의한 채 침뜸 치료를 받는다.

껍질을 벗고 자신을 대면하는 고요한 치유의 장면을 맞이할 때까지, 그 사이사이로 사랑하고 삶에 겨워하며, 상처를 쓰다듬고, 말과 손을 건네고, 그 모든 아픔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가게 되는, 짧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반짝인다.

반짝이는 것들은 짧아라. 무대 천장에서 쏟아지는 붉고 흰 꽃잎처럼 흩날린다.  

리허설을 하는 도중에 그에게 물었다. 

“춥지 않으세요?”

“안 추워. 땀범벅이야.”

썰렁한 소극장에서 얇은 비닐 방호복을 입은 그가 걱정되어 물었으나,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방호복을 입고 포효하고, 구르고, 뒤틀기를 되풀이하는 그의 몸은 그가 흘린 땀으로 뒤덮인다. 

“이렇게 젖어서 한번 입고 나면 다시 못 입게 돼.”

 

이제는 땀이 식을 그의 몸이 염려되었다. 공연에 집중하는 열기로 그의 몸과 정신은 후끈할 테지만. 그리고 세상 곳곳에서 방호복을 입고 있을 사람들의 지치고 후끈한 몸과 마음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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