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속초12.2℃
  • 비18.9℃
  • 흐림철원21.3℃
  • 흐림동두천15.3℃
  • 흐림파주25.3℃
  • 흐림대관령30.3℃
  • 흐림춘천21.5℃
  • 비백령도20.9℃
  • 흐림북강릉16.7℃
  • 흐림강릉10.8℃
  • 흐림동해37.0℃
  • 비서울39.3℃
  • 비인천22.0℃
  • 흐림원주13.1℃
  • 비울릉도2.3℃
  • 흐림수원21.4℃
  • 흐림영월17.6℃
  • 흐림충주27.3℃
  • 흐림서산55.2℃
  • 흐림울진44.9℃
  • 비청주16.7℃
  • 비대전36.8℃
  • 흐림추풍령26.8℃
  • 비안동17.7℃
  • 흐림상주35.4℃
  • 비포항27.3℃
  • 흐림군산31.8℃
  • 흐림대구11.5℃
  • 흐림전주33.9℃
  • 비울산19.7℃
  • 비창원37.5℃
  • 흐림광주20.1℃
  • 비부산17.9℃
  • 흐림통영30.3℃
  • 흐림목포11.4℃
  • 비여수22.5℃
  • 구름많음흑산도21.7℃
  • 흐림완도22.8℃
  • 흐림고창23.8℃
  • 흐림순천27.4℃
  • 비홍성(예)38.5℃
  • 흐림20.8℃
  • 구름많음제주11.1℃
  • 흐림고산15.2℃
  • 흐림성산10.9℃
  • 흐림서귀포9.3℃
  • 흐림진주35.6℃
  • 흐림강화20.7℃
  • 흐림양평28.9℃
  • 흐림이천30.5℃
  • 흐림인제7.6℃
  • 흐림홍천22.1℃
  • 흐림태백27.7℃
  • 흐림정선군19.1℃
  • 흐림제천20.2℃
  • 흐림보은21.4℃
  • 흐림천안21.0℃
  • 흐림보령23.0℃
  • 흐림부여22.5℃
  • 흐림금산21.0℃
  • 흐림21.1℃
  • 흐림부안23.9℃
  • 흐림임실21.5℃
  • 흐림정읍24.0℃
  • 흐림남원22.0℃
  • 흐림장수22.3℃
  • 흐림고창군24.3℃
  • 흐림영광군23.5℃
  • 흐림김해시23.2℃
  • 흐림순창군24.2℃
  • 흐림북창원24.8℃
  • 흐림양산시24.2℃
  • 흐림보성군24.3℃
  • 흐림강진군24.6℃
  • 흐림장흥24.2℃
  • 흐림해남24.4℃
  • 흐림고흥23.7℃
  • 흐림의령군23.7℃
  • 흐림함양군21.2℃
  • 흐림광양시23.2℃
  • 흐림진도군24.3℃
  • 흐림봉화21.2℃
  • 흐림영주20.8℃
  • 흐림문경21.0℃
  • 흐림청송군21.1℃
  • 흐림영덕22.1℃
  • 흐림의성22.0℃
  • 흐림구미22.1℃
  • 흐림영천21.9℃
  • 흐림경주시22.3℃
  • 흐림거창21.1℃
  • 흐림합천21.8℃
  • 흐림밀양23.9℃
  • 흐림산청21.2℃
  • 흐림거제23.5℃
  • 흐림남해23.8℃
  • 흐림23.4℃
기상청 제공

2026년 06월 20일 (토)

[시선나누기-12] 초와 칼

[시선나누기-12] 초와 칼

문저온 .jpeg

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최근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대기실은 한가로운 듯 분주하다. 출연진들은 무대에 나가 각자의 위치와 조명을 체크하고, 음향 담당 스태프와 함께 마이크 볼륨을 점검하고 대기실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무대감독을 맡은 이가 무대와 대기실을 오가며 배우의 동선을 재차 확인한다. 더불어 시시각각 진행 상황을 알린다.

 

대기실 한쪽 벽면 전체는 커다란 거울이다. 거울 위에는 밝은 조명등이 켜져 있고, 다른 벽면에는 무대 상황을 보여주는 흑백 모니터가 달려 있다. 모니터에는 조명을 비춘 빈 무대가 보인다.

 

거울 아래 탁자에는 출연자들의 무대 소품이 줄지어 놓여 있다. 마스크와 하얀 면장갑이 있고, 손바닥에 붉은 고무가 칠해진 목장갑도 보인다. 이마에 두를 끈과, 덧신, 크고 풍성한 하얀 깃털이 있고, 시멘트 가루가 담긴 포대와 흙손, 그리고 초와 칼이 있다. 바이올린이 있고, 공연복이 있고, 물과 허기를 메울 간식이 놓여있다.

 

물어뜯을 손톱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마임이스트가 이번에는 칼을 쥐고 있다. 커다란 식도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칼을 허리 뒤에 숨기고 이리저리 자세를 살핀다. 눕혔다가 세웠다가 칼끝의 위치를 가늠하고, 칼날의 방향과 칼을 꺼내 쥐었을 때의 위치를 확인한다. 칼끝을 엉덩이로 향하게 해서 비스듬히 세운 다음 왼손으로 칼을 누르고 돌아서서 우리에게 묻는다.

 

“이렇게 하면 안 보이겠지? 조금 더 세울까?”

 

칼을 허리에 붙인 채로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칼끝이 바닥에 닿는 위치를 확인한 뒤 그 자리를 표시한다. 이것은 마임이스트가 몸에 칼을 숨기기 위한 준비다. 그는 무대에서 식칼을 들고 연기한다.


◇ 그것은 나일까?

 

구급차 소리가 지나간 컴컴한 무대. 비밀번호를 누르는 도어락 소리. 텅 빈 무대에 사각의 조명으로 고독한 한 뼘의 집이 생기고, 그가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사각 조명은 더욱 작고 좁아진다. 어둡고 차가운 방에 그가 들어가 눕는다. 마치 관처럼 보이는 방에서 그가 죽음 같은 잠을 잔다.

 

그러다가 벌떡 상반신을 일으킨다. 다시 스르륵 눕는다. 다시 그가 벌떡 상반신을 일으킨다. 그러기를 몇 차례. 그는 고통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잠들기 위해 누웠다가 벌떡 몸을 일으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통으로 그의 상반신은 비틀린다. 얼굴이 무너진다. 꺾이고 뒤틀리는 두 팔이 자신의 몸을 긁고 후벼 판다. 바이올린의 현이 긁히고 비틀리듯 고통스러운 소리를 낸다.

 

가슴팍을 쥐어뜯던 그가 고통에 가득 찬 일그러진 얼굴로 마침내 무언가를 끄집어낸다. 왼쪽 가슴께를 비틀린 손가락으로 집요하게 헤집고, 실마리 같은 것인지, 솜뭉치 같은 것인지, 핏덩이 같은 것인지, 살아 꾸물거리는 생물 같은 것인지, 마침내 주먹만 한 무언가를 뜯어내듯 꺼내는데, 왼손 가득 움켜쥔 그것은 내 눈엔 마치 그 자신의 심장처럼 보인다.

 

그는 그것을 마침내 본다. 그것은 제 몸에서 끄집어낸 것이며, 그를 벌떡 일으켜 잠 못 들게 한 것이며, 고통으로 뒤엉킨 그를 갉아댄 것이다. ‘죽이고 싶은 인간, 저도 있어요’라고 무대 첫머리에서 말해 둔 무엇이며, 아아, 그래서 그것은 제 몸에 살다 나온 심장과도 같다.

 

보고 있는 나의 목울대가 치미는 것 같다. 피비린내가 나는 것도 같다. 몸의 고통이 그에게서 나에게로 전해진다. 나를 파먹던 그것은 그것이자 나였을까? 이제 그것을 찌르는 일은 나를 찌르는 일일까? 나를 쪼개 꺼낸 것을 직면하는 일의 참담함.

 

푸른 조명 아래서 그는 상반신을 일으켜 앉은 채, 왼손에 움켜쥔 것을 응시한 채로, 천천히 오른손으로 칼을 꺼내 든다. 칼을 어깨까지 들어 올린 그가,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왼손에는 무언가를 움켜쥔 그가, 정면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한다. 두 다리를 뻗은 채로 조금씩, 1센티쯤일지, 2센티쯤일지, 미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엉덩이를 밀어서 조금씩 객석을 향해 나아간다. 그의 머리 위로 꽃잎이 떨어져 날리고 무대가 서서히 암전된다.


◇ 초와 칼

 

엉덩이 뒤쪽에 칼 꽂을 자리를 잡은 다음 그는 입고 있는 방호복에 커다란 주머니를 덧댄다. 주머니는 하얀 방호복과 같은 색으로 만들어 양면테이프로 고정한다. 바이올리니스트가 곁에서 주머니 다는 일을 돕는다. 칼의 위치를 더듬어 재느라 예리한 칼끝에 방호복이 군데군데 찢겼다.

 

문저온2.jpg

 

“위험하지 않겠어요?”

 

“아냐, 괜찮아.”

 

무대에 칼이 등장하는 일이 예사롭지는 않다. 그 칼이 음식을 요리하는 일이 아니라 날을 번득이며 객석을 향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마음에 얼마나 많은 칼을 품고 사는 인간들인가, 우리는.

 

거울 아래 초와 칼이 나란히 놓여있다. 배우는 종이에 싼 하얀 초와 역시 종이에 싼 식칼을 조심스레 챙겨왔을 것이다. 초 한 자루, 칼 한 자루.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니 칼도 초 한 자루 못지않게 깨끗하고 성스럽다.

 

관련기사

가장 많이 본 뉴스

더보기
  • 오늘 인기기사
  • 주간 인기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