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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0일 (화)

[시선나누기-8] 머리를 숙이는 일

[시선나누기-8] 머리를 숙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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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오른 바 있습니다.


◇좋은 장소 하나

 

구미의 공연장은 커다란 서점 지하에 있었다. 

저녁 일곱 시 삼십 분 공연에 맞춰 도착한 저녁 거리에서 서점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지역의 서점이 이렇게 근사하게 살아 빛난다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내가 사는 곳에도 멋진 서점이 있다. 서점이라는 곳이 책을 사고파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멋진 일. 온라인 주문과 배송이 너무 신속해서 턱없이 겁이 나는 시대를 살지만, 한 사람이 걸음을 옮겨 어떤 곳으로 가고, 손을 들어 어떤 것을 찾고, 그것을 냄새 맡고 음미하듯 선 채로 활자를 읽어 본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크고 소중한 일이다. 시공간과 오감이 함께하는 말 그대로의 체험이니까.  

그 걸음과 손 곁에 동행한 또 한 사람이 있다면 크고 소중한 일은 더 더 부피가 커지고 더 더 색채가 아름다워진다. 만남과 교류를 만들고 어떤 지역의 공기와 정서가 된다. 책을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고, 책을 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책 때문에 책 이외의 것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러면서 좋은 장소는 좋은 사람들이 흘러드는 곳이 된다.

 

아이가 생긴다면 부모는 그 아이를 데리고 서점엘 가겠지. 아이에게 책이란 걸 보여주겠지. 아이 때문에 부모는 오래전에 멀어졌던 책을 펼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책을 골라주느라 그림책을 펼치고 그림 옆에 또박또박 적힌 이야기를 읽게 된다. 아마도 소리 내서 읽을 것이다. 그러면서 어른은 낯선 부드러움에 뭉클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상처 입고 굳은살 박인 자신의 영혼도 한때는 이렇게 연하고 고왔다는 걸 기억해낸다. 아이도 언젠가는 자라고 때가 묻겠지만, 아직은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어른은 좋은 어른이려고 한다. 

그것을 펼치면 다른 세계가 나타나리란 것. 한 줄의 문장으로도 나는 여기 아닌 다른 곳을 훌쩍 다녀올 수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내가 지금보다 조금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 그런 기대감만으로도 책은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 인류가 인류에게 전하는 어쩌면 가장 귀한 것들. 이 도시의 첫인상이 아름답고 개성 있는 서점으로 깊이 박힌다.

 

문저온2.jpg


◇좋은 장소 둘

 

서점 모퉁이를 돌아 나무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려 도착했다. 공연이 두 도시에서 연달아 있었던 바이올리니스트는 어제 여기로 달려와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돌아갔다. 조금 전 무대에 같이 올랐던 기타리스트가 공연을 끝내자마자 우리를 싣고 곧장 여기로 달려와 주었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도 좋은 공연을 보고 싶다는 것. 

 

기다리는 동안 나도 그들의 공연을 보았다. 기타와 바이올린과 칼을 빼 든 검무가 한 무대에서 놀았다. 즉흥과 실험과 조화. 바이올리니스트는 그를 가리켜 기타 산조 연주가 멋진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검은 수염이 덥수룩한 그의 낡은 자동차에서는 사람과 기계의 오래 묵은 피로와 열정이 느껴졌다. 우리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그에게 했는데,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과 말투로 우리를 안심시켰다. 그것이 또 고마웠다. 하루 저녁 왕복 네 시간의 노동이다.

밝게 칠한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벽면에 커다란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웃음이 난다. 계단을 내려왔으니 계속 가면 된다. 다들 그걸 안다. 다른 길은 없고, 저 벽을 밀고 들어가진 않을 테니까. 그래도 화살표는 친절하고 점잖게 왼쪽으로 가라고 말해준다.

 

문을 들어서자 작고 검은 문이 보인다. 오른편엔 계단식 의자가 층층이 놓여있고 무대는 컴컴하다. 검은 바닥 검은 벽 검은 문. ‘머리조심’이라고 적힌 표지가 눈앞에, 그러니까 내가 애써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이마를 박을만한 위치에 붙어 있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공연자 대기소로 들어간다. 바닥에도 화살표가 붙어 있다. 어둠 속 저쪽에서 리허설을 마친 마임이스트가 제시간에 맞춰 왔다고 반겨주신다. 마음이 급하다. 대기실은 비좁고, 이 극장에서 쓰이는 소품들이 쟁여져 있다. 검은 사다리, 검은 공구함, 검은 조명등, 어둠을 더듬어 공간을 익히고 공연 준비를 한다. 대극장과 달리 손바닥만한 공연장이어서 벽 너머 이곳에서는 숨소리를 죽여야 한다. 문틈으로 보이는 무대에서 검은 옷을 입은 스태프가 사다리에 올라 천장의 조명을 손보고 있다. 온통 검은 공간, 온통 정지된 적요의 공간, 무대에서 움직이는 배우만이 이 검은 정적을 흩뜨릴 수 있다. 배우를 비추는 조명만이 이 무한공간에 초점을 줄 수 있다. 자궁 안에서 태아는 이런 흑색 세계에 잠겨 있을까? 이 작은 소극장은 온통 검음으로써 오로지 무엇의 배경이 되려 한다.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이 깊은 저장고, 이 깊은 어둠, 이 극장이야말로 깊이 머리를 숙이고 있는지 모른다. 깊이 숨죽인 호흡.

곧이어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발소리, 서점 모퉁이를 지나 나무계단을 딛고 화살표를 따라 지하의 이 자궁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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