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3월 초순이 되면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을 가지고 내원하는 환자들이 확연하게 늘어난다. 일년내내 증상이 있지만 환절기에 바짝 더 심해져 방문하거나, 괜찮다가도 환절기에 발생한 증상으로 내원하는 두 가지 경우다.
치료 시작 전에 환자들이 가장 먼저 질문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코질환이 과연 알레르기 비염이 맞는가이다. 아래 그림처럼 이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주변에서 알레르기 비염일 것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을 터라 자기가 진짜 알레르기 비염인지 진단이 궁금해 내원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번호에서는 한의진료기관에서 만나는 알레르기성 비염의 임상적 진단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첫째로 일단 환자들이 내원하면 증상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발표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2021)에 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주증상 3가지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하고, 기타 증상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많은 환자들의 경우 코의 가려움 뿐 아니라 눈, 입천장, 귀 등 다른 곳도 가려워하는 증상이 있는 만큼 확인이 필요하다. 코막힘이 오래되면서 전도성 후각장애가 발생하기도 하고, 코를 세게 푸는 환자일수록 귀가 멍멍하거나 비염으로 인해 중이염이 발생해 청력이 약간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병력 청취다. 기억하고 물어볼 질문은 아래의 6가지다.
1) 가족력: 특히 부모 중 한 명이 알레르기인 경우 50%, 두명 모두인 경우 75% 발현으로 가족력에 대한 세심한 질문이 필요하다.
2) 타 알레르기 질환 여부: 알레르기성 결막염,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등과 같은 다른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3) 알레르기 병력: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하여 영아기에 아토피성 피부염, 학동기에 천식, 사춘기에 비염이 발현되는 순서가 있었는지도 확인한다.
4) 계절적인 변화: 화분이 날리는 봄, 가을 환절기에 심해지거나 집먼지 진드기가 많이 나타나는 여름에서 초가을에 증상이 심해지는지도 확인한다.
5)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른 증상: 새로운 집이나 직장, 도배를 새로 했거나 또는 환기가 안되는 지하같은 곳으로의 생활환경 변화가 있었는지도 물어본다.
6) 간헐적 발작적으로 증상 발현시: 특히 양탄자를 청소할 때 증상이 발생하면 집먼지 진드기에 의한 것일 수도 있으니 이 또한 확인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비경을 이용해 비강 내부의 특징적인 모습이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비강 내 맑은 콧물과 창백하게 부어있는 하비갑개 소견 관찰시 알레르기 비염으로 의심할 수 있다’로 명시돼 있다.

사진에 보이는 알레르기 비염의 모습은 급성 상태일 때 가장 명확하게 나타난다. 맑은 콧물과 예민해진 비강 내 상태로 내시경이나 비경으로 코 내부를 살펴보는 간단한 동작에도 갑작스런 재채기 발작이 나타나 적게는 수회에서 많게는 수십회 이상 앉은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발생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병력이 길어져 만성으로 갈수록 실제 환자들의 경우 정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거나 붉게 발적된 하비갑개를 보이기도 한다.

콧물이 많이 나는 환자들은 코를 자주 닦아내다가 비전정 피부염으로 고생을 하기도 하고, 자주 코를 후비면서 비중격에 코피가 나는 등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네 번째로는 환자의 신체진찰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이 오래될수록 안면부에 다양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빛(Allergic shiner)은 코막힘으로 인해 안와부로 혈액순환저하와 울혈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알레르기 경례(Allergic salute)는 특히 소아들이 코막힘과 가려움으로 코를 비비거나 위로 쓸어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으로 이 동작으로 인해 콧잔등에 특이한 가로주름이 발생하는 것을 Nasal crease이라고 한다.
또한 가려운 눈을 자주 비비면서 특히 하안검으로 발생한 여려겹 주름을 Dennie’s line이라고 한다.

진료실에서 이렇게 병력청취와 신체검진을 실시해 알레르기 원인이 있으면서 코막힘, 맑은 콧물, 재채기, 코 가려움의 증상이 있는 경우 알레르기 비염으로 강력히 의심을 할 수 있다.
이후 알레르기 항원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생체검사인 피부단자검사나 실험실 검사인 혈청 총 IgE 검사, 특이 IgE 항체검사 등의 검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그리고 알레르기 비염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혈관운동성 비염, 약물성 비염, 위축성 비염 등 몇 가지 비염을 감별진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다음호에서 계속 설명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