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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0일 (화)

신미숙 여의도책방-27

신미숙 여의도책방-27

당신의 허리는 봄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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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 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나태주 선생님의 『봄』이라는 시이다. 어쩜 4월을 이렇게도 아름답고 아련하게 풀어내셨을까 싶다. “3년만에 다시 만나요. 여의도 벚꽃길 보행로 개방”이라는 플랑이 붙어있는가 싶더니 소박한 봄비 며칠에 벚꽃비가 같이 내리며 2022년의 벚꽃나들이철도 쓩 끝나버렸으니 말이다. 

봄인가 싶어 얇게 입고 나선 옷에 봄감기 걸리기 딱 좋은 애매한 날씨의 연속. 이제는 속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그 바로 다음 날 둘러맨 목도리가 이번에는 짐스럽게 느껴진다. 변덕스러운 봄바람에 우양산, 선글라스 거기에 두께가 다른 스카프 2개를 가방에 준비하고 길을 나서니 이제서야 마음이 편안하다. 4월이 잔인한 달이라 불리우게 된 이유에 대한 글(4월은 왜 가장 잔인한 달이 됐을까, 주간동아 1132호, 권재현 기자, 2018.04.03.)을 읽으며 시대를 넘나들고 세대를 옮겨가면서도 죽지 않고 펄떡펄떡 살아숨쉬는 표현들은 그 안에 역사적이고 시사적인 사실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유독 4월에 많지 않았던가?! 

 

‘오지 작가’ 히데유키가 본 요통의 세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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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좋아해서인지 여행에세이를 찾다보면 늘 대만, 태국, 홍콩, 베트남 등에 손이 먼저 가 닿는다. 다카노 히데유키의 『극락타이생활기』를 집어든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극락=타이’라니!! 

‘สบาย사바이(건강하게),สนุก사누크(즐겁게),ซาโดอาร์ค사도아크(편리하게) = 3S’로 대표되는 타이인들의 기질을 현지에서 일본어 강사를 하며 온몸으로 체험한 내용들이 작가의 유머력까지 더해져서 꽤 재미있었다. 타이인의 기본 표정은 미소이며 맛 아래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심오한 식문화 아래 아무리 저렴해도 맛을 갖춰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는, 프라이버시 관념이 희박하며 게이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고 매춘산업이 활성화되어 있는 불교 국가. 애국심은 거의 없으면서도 국왕에 대한 농담은 금기이고 무서울 정도로 느긋한 사회(loose society)이면서도 죽도록 글쓰기를 싫어하는 모순을 안고 있는, 유럽의 축구를 좋아하고 도박에 광적으로 열광하는 나라. 조만간 치앙마이의 어느 뒷골목을 걸어볼 상상을 가라앉히고 새로 알게 된 작가를 검색하는 루틴에 따라 다카노 히데유키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니 『요통 탐험가』가 눈에 띄었다. 

 

히데유키는 “아무도 가지 않은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그 경험을 재미있게 쓴다”는 모토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겪은 탐험담을 유쾌하게 그려 내는 일명 ‘오지 작가’로 ‘엔터테인먼트 논픽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탐험한 요통의 세계라니, 요통에 어떤 오지 혹은 어떤 엔터테인먼트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오지 대신 블라인드 사커(blind soccer;시각장애인들이 방울을 넣은 공을 뒤쫒아 가며 하는 축구)를 취재대상으로 정하고 안대를 착용한 채 이를 체험하고 글을 쓸 계획으로 직접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심한 부상을 입고 그로부터 요통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는데, 만성으로 치닫는 요통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에 대한 탐험과 경험에 대한 기록을 이어가며 블라인드 사커 대신 요통에 대한 탐험기가 『요통 탐험가』라는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일본에는 일반 병의원 이외에 민간자격증 정체사들의 정체원, 3∼4년 공부 후 국가자격을 득하는 유도정복사들의 접골원, 침구사들의 침구원이 한국의 한의사들과 비슷한 영역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어 히데유키도 요통 치료를 위해 여러 정형외과들 이외에도 위와 같은 다양한 치료실들을 방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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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낫지 않던 요통이 내원 한 번만에 극적으로 좋아졌다는 체험담과 지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한 정체원에서 고관절에서 온 요통이라는 진단을 받고 3∼4회 안에 나을 수 있다는 약속과 함께 치료를 시작했으나 6회를 넘겨도 통증은 여전하다. 컴플레인을 하니 자세교정, 스트레칭, 반신욕을 꾸준히 하라는 조언이 따라온다. 그 다음 들른 접골원에서는 자세에는 문제가 전혀 없으며 지압과 유사한 이너머슬 요법으로 요통을 낫궈주겠다고 장담. 역시나 통증은 낫질 않고 이번에는 병원에서 포기한 척추측만증 딸을 낫궜다는 신적인 경지에 오른 치료사가 있다며 의사 출신 선배의 강력 추천으로 또 다른 정체원을 방문하게 된다. 이 치료사는 모든 요통은 뒤틀린 척추 때문이라며 4번 요추가 휘었다는 진단을 오직 촉진만으로 내린 후 손으로 밀어넣는 듯한 10분 정도의 치료를 6회 시행한다. 어긋난 뼈는 다 맞춰졌으니 요통은 좋아질거라고 확언했으나 통증은 여전하다. 전혀 낫지 않았다고 호소하니 이 치료사는 그럴 리가 없다며 단순 요통이 아닌 골수 종양이나 교원병 같은 난치질환일 수도 있으니 정밀 진단을 받아보라고 말하고 온천을 한 달 정도 다녀보라는 말을 보탬으로써 히데유키를 절망으로 이끈다. 그 사이 아내의 추천으로 PNF 연구소를 가끔 다니며 서는 법과 걷는 법에 대한 지도를 받게 되지만 두 달이 다 되어 가도 통증은 여전하다.

 

작가의 일본에서 겪은 요통 체험기 생생히 담겨

작가의 애견 주치의로 알게 된 수의사가 침구사 면허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어 그에게 한의학적인 진단을 받게 된다. “신이 약하다. 요통은 신이 약하면 생긴다. 위장도 나쁘다. 위장맥이 허맥이다. 선천적인 기이므로 더 이상 잃어서는 안 된다.” 그간의 치료에 거의 호전이 없었던 히데유키는 “침을 맞은 날은 약간 묵직한 느낌이 있었지만 다음 날이 되자 아주 편안해졌다”라며 짧은 호전을 기록한다. 

“정글을 떠돌아다니다가 갑자기 현대 문명과는 질이 전혀 다른 고대 문명을 만난 것 같다. 그 문명은 피라미드나 스톤헨지처럼 얼핏 보면 무의미하고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쌓아 올린 지혜의 결정체이다. 밀림 속에 은밀하게 잠들어 있는 고대 문명을 지키는 이는 자신의 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른다. 소박하고 평범하게 고대로부터 지혜를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하며 한의학에 대해서 장황한 찬사를 늘어놓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2주를 경과하며 잠시 좋아졌던 허리 통증이 아침에 도지더니 결국엔 고관절 근육까지 누가 와이어로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듯 삐걱거리기 시작. 수의사 겸 침구사 선생은 자신이 고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사과하면서 치료비는 필요없으니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침법을 실험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적극 피력한다(불에 달군 침을 찌르는 화침까지 시술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자 이 수의사 겸 침구사는 의사면서도 침구에도 경지에 다다른 다른 한 분을 소개한다. 이 분은 압통점을 28군데 정도 도장을 찍어가며 표시를 하더니 전기를 연결하는 침치료를 시행하였다. 치료 직후는 너무 좋았다가 다음 날 통증이 정확하게 복귀하는 식의 반복. 3회차에도 여전히 아프다고 호소하니 디스크나 협착증은 침으로 100프로 고칠 수 있지만 구개형성부전같은 뼈의 이상은 한의학에서 손을 쓸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정체원, 접골원, 침치료, PNF 치료실을 오가는 사이사이 의사들도 부지런히 만나러 다녔다. 

집 앞 정형외과에서는 별무진단, 다른 정형외과에서는 전형적인 허리 디스크라는 진단, MRI를 본 정형외과에서는 척추관협착증과 고관절의 선천성 구개형성부전이라는 진단, 협착증에는 내시경이 최우선이라는 지인 추천으로 내시경 수술 전문 병원에 들렀더니 이번 의사는 디스크도 협착도 아닌 추간판 변성이라며 이 경우, 현대의학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진단을 내린다. 

그 다음으로 찾아간 허리 전문 정형외과에서는 디스크도 협착도 추간판 변성도 구개형성부전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며 당신에게 수술을 운운한 의사들은 죄다 돌팔이라 통칭하며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뻣뻣할 거라고 그저 스트레칭 잘 하라는 조언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정말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자연 치유를 중시하는 심료내과(정신과+내과)였다. 의사로부터 전형적인 심인성 요통이라는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 변비약, 수면제로 이루어진 몇 달 분량의 약을 받아들고 “환자분은 요통 그 자체에 집착하고 있어요. 심인성 요통인 사람들은 요통만 생각하죠. 그게 문젭니다”라는 허무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긴긴 요통 치료를 위한 병원과 치료실들의 방문이 막을 내린다. 

 

심료내과 의사의 약처방은 복용을 하면 할수록 몸상태가 점점 나빠졌고 어차피 심각한 병도 아닌데 운동이나 하자는 심산으로 수영장을 찾았다고 한다. 숨쉬기가 힘들 때까지 수영을 하다보니 허리 통증을 잠시 잊게 되었고 잠들 때까지 통증이 줄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통증이 반복되었지만 수영할 때까지만 참자참자 하는 심정으로 필사적으로 수영에 매달리다 보니 점점 요통이 잦아들면서... 요통 탐험 2년차, 허리가 다 나은 것은 아니지만 며칠 동안은 통증을 완전히 잊어버릴 만큼 전화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편안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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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통 환자들의 다양한 통증 표현…진지한 경청 필요

날마다 수많은 요통 환자를 보며 늘 진지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수년간 지속되어온 만성 통증 환자들의 스토리를 접할 때면 그들의 다양한 호소를 다소 심드렁하게 듣는 경우가 더러 있다. 늘 아파왔던 환자라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비슷할 것 같은, 내 치료 따위가 무슨 도움이라도 될까 싶은 무기력한 마음에 진지하고 지속된 성의를 다하기가 어려운 그런 상황 말이다. 히데유키의 요통에 대한 탐험기에서 내가 더 와닿았던 대목들은 통증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이었다. 너무도 리얼한 고통스러운 요통 환자들만이 할 수 있는 호소들!!


- 나만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정신을 차려보면 등허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프다. 나도 모르게 전봇대에 기댔다. 

- 허리는 치료하기 전보다 더 묵직하고 나른했다. 허리뼈에 끈으로 돌덩이를 달아 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넓적다리 아래에 돌이 없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역까지 단 십 분 걸리는 거리를 걷는 게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 걸레질을 하는 순간 등허리가 철판이 박힌 듯 딱딱해졌다. 그 철판이 쾅쾅거리며 척추의 신경을 압박했다. 

- 앉아있으면 괜찮은데, 벌떡 일어서거나 느릿느릿 걸을 때면 고통스러웠다. 전철에서 서있거나 서점에서 책을 찾을 때도 등허리에 에일리언 같은 게 들러붙어서 내 뇌척수액을 쭉쭉 빨아먹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지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엄습했다


내일 비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허리를 통해 정확하게 전달받는다는 부산대 시절의 한 환자분도 떠오르고 지속적으로 앉을 수 있는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났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시느냐 물었던 입법조사처 한 직원분도 떠오른다. 집 앞 패밀리 뷔페식당이 문을 닫은 자리에 한동안 공사가 진행되는가 싶더니 어제 귀갓길에는 드디어 간판이 올라가고 있었다. “365일”, “야간진료”, “교통사고”, “입원실 운영”, “한방병원” 그 사거리의 모든 시선을 빼앗고야 말겠다는 야심찬 굵은 고딕체의 나열. 바로 건너편에는 “매일 10시까지 야간진료”와 “허리치료 양방향 내시경 수술 30분 소요, 1시간 내 퇴원”을 밀고 있는 마취통증 정형외과의 LED 간판의 불빛이 쉴 새 없이 깜빡인다. 베란다 문만 열면 서로 질 수 없다는 듯이 번쩍거리는 두 병원의 숫자들에 눈이 뻐근하다. 그 사이로 타이마사지, 중국전통 발마사지, 메디컬 필라테스, 요가원, 바른체형 연구소 간판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내세우며 야무지게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의료업, 유사 의료업, 너도나도 환자들 좀 본다는 다양한 업종의 간판들로 가득찬 빌딩 위아래를 빠르게 훑어본다. ‘다들 대단한 삶들을 살아내고 있구나!’라는 경외감을 머금은 한숨을 내쉬어본다.  

 

치열한 경쟁시대…한의사로서의 ‘자존감’ 지켜나가야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한의사의 확진자 치료와 검사 실시 요구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다. 의학적으로 코로나 관련 진료를 할 수 없음에도 법령상 의사와 같은 의료인으로 명시돼 있다 보니 진료에 참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번 기회에 감염병 관련 의료법령 자체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코로나 19 확진자, 한의사 치료하다 골든타임 놓칠라... 감염병에 한의사 제외 법 개정 필요』,메디게이트, 하경대 기자, 2022. 04. 05.). 한의사의 업권과 관련된 네거티브 일색의 기사들을 읽다보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듯하여 불안하고 불쾌한 기분을 달랠 길 없다. 

 

 

『마음사전』의 저자인 김소연 시인이 한 인터뷰(한겨레 주말판, 2022.04.10.)에서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계속 시를 쓰게 만드나요?”라는 질문에 “경쟁에서 자발적으로 도태되고 싶었어요. 경쟁과 성공의 대열에서 벗어나서 ‘자존감 있는 낙오’를 하고 싶었어요. 시인으로 산다면 자존감을 지켜내는 낙오가 가능해질 것 같았지요”라고 대답했었다. 김소연 시인이 시인으로서의 지속력을 위해 선택한 ‘자존감 있는 낙오’는 무엇이었을까? 자주 절망하고 가끔 희열하는 나의 봄날을 응원하며 오후에 내원하실 환자분들에게는 좀 더 색다른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당신의 허리는 봄날인가요 아니면 아직도 겨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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