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이번호에서는 최근 급성 상악동염으로 뺨 주위와 치아 통증이 너무 심해 내원한 환자의 사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축농증이라고 하면 코 안에 농성분비물이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간혹 통증을 주로 호소하는 환자를 보면 비강에는 분비물이 생각보다 적어 축농증이 맞나 하는 의문을 가지거나 혹시 다른 안면통을 고려해봐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환자는 분명히 축농증 진단을 받았고 강한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었으나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었다고 호소하는데 막상 코 안은 깨끗하다. 이런 환자의 상황은 어떻게 되고, 치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환자는 39세 남자이며, 지난해 11월 급성 상악동염 진단 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6개월 경과한 상태로 이번에도 6월9일경 음주를 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재발해 안면부 강한 통증으로 3일간 고생하다 내원했다.
먼저 환자의 비강 안을 살펴봤다. 상악동염 진단을 받고 오는 환자의 경우 거의 대부분 중비도쪽으로 스며나오는 노란 농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환자의 경우엔 좌측으로는 배농상태가 확인되지만 막상 통증을 호소하는 우측의 경우 중비갑개가 부어있어 중비도 확보가 안되는 상태로 분비물도 별로 없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좌측이 더 불편해 보이는데 정작 증상은 우측에서 발생하고 있다.

다음은 병력 청취를 꼼꼼히 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감기 이후 노란 콧물이 엄청 많이 나와 타 병원에서 급성 부비동염으로 진단을 받고 초기치료를 한 후에는 어느 정도 좋아진 상태였지만, 이후 최근 5월까지 6개월 동안 음주나 피로시에는 코가 막히고 특히 우측 안면과 치아통증이 동반돼 그때마다 진통제 및 항생제를 반복적으로 복용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 내원하기 3일 전에 음주를 한차례 한 뒤 통증이 급격히 심해져 일전처럼 2일간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가라앉지 않고 내원 전날에는 야간에 통증이 너무 심해 날을 완전히 새고 내원했다. 음주와 피로로 인해 평소에도 부어있던 상악동 자연개구부가 급성적으로 폐쇄된 것으로 짐작됐다.
그 다음으로는 통증의 위치를 확인한다.
학부시절 부비동염의 침범부위별 통증을 배운다. 특히 가장 흔한 경우인 상악동염은 침범부위 협부의 통증과 상악치열 치통이 특징이다. 농이 차서 압박감을 느끼는 위치로 심하지 않은 경우는 머리를 움직일 때, 예를 들어 고개를 흔든다던지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가려운 듯한 통증을 느낀다.

이 환자의 경우는 협부와 치통과 더불어 사백혈 내측으로 1cm 주위와 우측 안면 전부 및 귀 주변까지 통증을 호소했다. 자연개구부위 급성폐쇄로 해당 위치로의 통증도 같이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진료시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견치와부위 통증을 확인하는 것이 좋고, 침범된 부위에 따라 환자가 호소하는 위치가 다를 수 있어 환자에게 가장 심한 위치를 눌러보라고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X-ray를 의뢰해 현재의 상태를 확인해 본다. 이 환자의 경우 점막부종을 주로 하는 우측 상악동염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 환자는 시기적으로는 만성부비동염 상태에서 다시 재발한 재발성 급성부비동염이고, 발생 요인으로는 비강의 점막 충혈과 부종으로 인한 부비동 자연개구부의 급성적인 폐쇄다. 그래서 좌측은 농이 배출되는 것이 보이지만, 우측은 폐쇄가 심해 배농보다는 통증이 주 증상인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는 부어있는 점막의 해소일 것이다. 3일간 진통제 복용으로도 해소가 안되는 통증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우선 폐쇄로 인한 환기장애의 급선무는 배농을 유도하고 점막부종을 줄여줘야 할 것이다. 치료로 침, 전침, 뜸, 부항 등 다양한 외치를 할 수 있으며 이 중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석션과 부항 치료다.
특히 석션은 눈으로는 확인되지 않는 비강내 혹은 비인강쪽에 고여있는 분비물을 제거해 점막의 부종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효과가 있고, 부항치료는 거료·관료를 중심으로 습부항을 시행하면 안면부 통증이 빠르게 주는 효과가 있다. 안전한 상태에서 뜸을 이어서 하는 것도 좋다.
이와 함께 주말에 복용할 선방패독탕과 보험제제 연교패독산 같이 복용하는 것으로 2일분 처방을 했다. 월요일에 다시 내원한 환자의 안면부 통증은 vas 2점으로 줄었고, 주말 동안 진통제 복용 없이도 잘 지냈다고 했다.

한편 이 환자를 치료하는 시기와 비슷하게 다른 환자가 내원해 같은 질문을 했다. 이 환자는 6∼7년의 병력을 가진 만성 부비동염 환자였다. “교수님, 제가 축농증을 좀 많이 겪어보았는데요, 이번처럼 노란 콧물도 없이 얼굴과 이가 아파 고생하는 경우는 처음이였어요. 이것도 축농증인가요?”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을 하면 될까?

이러한 경우에는 “부비동염은 원인도 생각보다 훨씬 많고, 이에 따른 증상이 상당히 다양해 신체검사 소견과 방사선 소견, 병리소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는 교과서적인 설명을 잘 염두에 두고 병력청취와 비강내 상태, 증상을 종합해 답변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