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근무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국회토론회가 개최, 필수의료 부족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의사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수술할 의사가 없어 소중한 생명을 잃은 이 사건은 우리 의료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도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인식하고,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의정협의 부진 등으로 진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최하위 수준이며, 2006년 이후 의대정원은 동결돼 있다”며 “양적 변화 없이 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의사인력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필수의료 부족으로 치료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이 나오는 현실을 두고도 수가 타령만 하는 이들을 마주하며 참담한 마음”이라며 “의사 부족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은 “의사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 부족은 모두 공감하는 의견일 것”이라며 “문제를 직시하고 대책을 만들어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반복되는 응급 사망, 대안은 없나’를 주제로 발표를 통해 “기본적으로는 공급이 부족하기에 의사인력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나의 정책 추진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 교수는 의사인력 확충에 더해, 각 병원이 필수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가를 조정하고, 수련의 양성과정에서 적극적인 인력 공급과 급성기 병상 수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의사인력 확충 방안과 관련해서는 “정원이 적은 의대와 지방 국립의대부터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에서 역량을 투여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발제 후 진행된 지정토론에는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조문숙 대한간호협회 부회장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차전경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이 참석했다.
남은경 국장은 “경실련에서 10년 전 의사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의사 양성에 10년 넘게 걸리는데 이제 해서 언제 하냐’라고 했는데, 그때부터라도 시작했으면 지금 의사가 배출되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지연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숙 부회장은 “2015년 전공의특별법을 시행하면서도 의사인력을 충원하지 않다보니 전공의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권한과 책임도 없이 유령인간처럼 일하는 소위 ‘PA 간호사’ 양산으로 이어졌다”며 “필수의료과 어디에서나 전공의와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전체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는 의사협회의 주장은 틀렸다”고 운을 뗀 정재수 정책실장은 “의사인력 부족은 의사들을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하게 하고, 이는 환자에게 부실한 의료로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며 “그런데도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인력을 늘리자고 하면 거부만 하는 의사단체는 대단히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조승연 회장은 “(의사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많은 의사들이 개원가로 향해 비급여로 수익만을 쫓아가는 일을 막아나가야 할 것”이라며 단기적 대책으로 △PA 등 업무범위 재조정 △외국인 의사 수입 △공공임상교수제의 제대로 된 시행 등을 제언했다.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보건복지부가 사건이 발생한 병원을 현장조사했지만 행정적·법적 위반사항은 없었다. 매년 수천 억원의 수익을 내고 발전기금을 쌓고, 병상을 늘려가면서도 인력은 늘리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지금처럼 병원이 시설, 장비에만 투자하고 수익성 위주로 경영하게 두면서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력을 더 많이 늘리고 필수의료에 투자하는 병원에 더 많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지원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사건은 어느 병원에서도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전경 과장은 “의대 정원이든, 수가든, 수련이든, 교육이든 한 가지 방안만이 아니라 모두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근본 대책에 집중하면서도 ‘발 등의 불도 꺼야 한다’는 말에도 동의하며, 이를 대책에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