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동양의학회(JSOM)의 제73회 학술총회가 ‘당신의 한방, 나의 한방’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가운데 대한한의학회 최도영 회장과 이재동 수석부회장은 이토 타카시 일본동양의학회장을 만나 보편적인 전통의약 역할 및 사용 현황,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전통의약 활용방안 등 각국의 정책과 경험을 공유했다.
이토 타카시 회장은 일본 국립대학의 최초 전통의학(캄포의학) 수련의로,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을 동시에 공부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14년에는 도쿄여자대학교 의학부 교수가 됐으며, 2019년에는 현재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클리닉을 설립했다. 그가 동양의학회장을 역임한 지는 올해로 4년 차로, 그 이전에는 편집위원회를 담당했었다.
‘당신의 한방, 나의 한방’
이번 학술총회의 주제인 ‘당신의 한방, 나의 한방’은 한약 사용의 다양성을 참여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사 간의 연대감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 주제는 일본동양의학회 후쿠오카 규슈 지부에서 결정된 것으로, 다양한 한약 치료법에 대한 토론을 장려하고 의사 간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해졌다.
특히 올해 학술총회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의사들의 한의약 치료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이에 일본 의사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한의약 치료법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고, 순위를 결정해 의료인들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자신이 선호하는 한의약이 상위권에 랭크된 경우에는 그 효과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의료 환경과 전통의학 캄포
일본의 의료보험 제도 중 전통의학 관련 부분은 1960년대에 탕약으로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10년 후 엑스제제가 생겨나 148종류가 보험제제로 인정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한약을 사용하는 일본 의사 중 95%가 엑스제 혹은 과립제 제형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중국에서는 후향적연구를 통해 청폐배독탕의 효과를 발표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학회 주도로 전국 7개 현에서 캄포를 사용한 곳과 사용하지 않은 곳의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캄포를 사용한 곳에서는 열이 빠르게 내려가고, 숨 쉬는 것이 편해졌으며 코로나 증상 중증화 정도가 낮아졌다. 이토 타카시 회장은 공개적으로 진행한 이 연구 덕분에 많은의사가 한약을 사용했으리라 추측했다.
더불어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통의학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코로나 이전에는 캄포를 사용하지 않던 의사도 한약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한약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이를 정도였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의료 전문가들에게 캄포의학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자료를 배포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이토 타카시 회장은 “코로나를 겪으며 많은 의사가 한약을 사용했다는 결과가 나와 정부와 학회 사이의 이해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며 “정부로부터의 요구사항이 늘어나고 있지만 학회가 그만큼 여력이 되지 않아 많은 고민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일본에는 전통의학을 추진하는 국가 부서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국가 부서가 존재하는)한국이 아주 부럽다”며 “일본에서는 한약을 양약 중의 하나로 관리하고 있어 참 이상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초고령사회에서의 전통의학 역할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방문진료(커뮤니티케어)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 방문진료 관련 보고서에는 고령자의 진료에서 한약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미야기현에서는 마자인환을 가장 많이 사용했으며, △억간산 △길경탕 △향소산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반하후박탕을 사용해 뇌경색 후 오연성 폐렴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사례도 있으며, 뇌경색 후 배변장애에 대건중탕을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대건중탕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최근 만성 폐쇄형 호흡기 질환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토 타카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여러 가지 정책적·행정적 제도가 다른 부분이 많지만, 한국의 전통의약을 대하는 자세에서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며 “특히 이전 오적산을 주제로 개최된 한·일학술교류심포지엄 이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일본에서는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하는 고민이 있는데, 결국 별개의 것이 아니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잘 통합시키기 위해 양국이 더욱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