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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7일 (수)

민족의학 살리기 대투쟁 맨발로 뛰어 나서고 싶다

민족의학 살리기 대투쟁 맨발로 뛰어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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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고 똑똑한 후학들이 영입되면서 한의계는 젊어졌다는 말들을 하지만 이금준 한의협 명예회장(제15대: 1978.4-1979.6) 눈에는 왠지 패기나 용기 면에서 도무지 못마땅하다.

예전 같으면 무자격 의료업자가 활개를 치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들이 한의계 주변에서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의권 사업이란 무엇입니까. 한의학을 침해하는 세력을 막아내 업권을 지켜내는 게 아닌가요?”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동대문에서 무자격자가 하루에 7-8백명을 무료진료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놀랐다는 그는 재임시절 ‘경로한방병원 사건’(?)을 떠올린다. 굳이 사건이라고 까진 할 수 없지만 침구사가 의사처럼 진료를 벌여 회원들과 함께 폐쇄시킨 일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차원에서도 도무지 용납되지 않기도 했다.

자신의 몫을 챙기지 못하면 결국 남에게 빼앗길 수 밖에 없는 냉엄한 ‘생존 법칙’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명예회장은 한의학이 모든 면에서 도외시되는 원인을 ‘정부가 한의학을 민간의학으로 간주해 보고 있다’는 데서 찾는다. 엄연히 역사가 있고 생명이 있음에도 정부 정책이나 입법이 한의학의 국민보건증진 공로를 뒷전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라는 것.

“어쩌면 민족의학 살리기 대투쟁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은 심정입니다. 지난날 한의학 역사는 선현들의 피눈물로 쓰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한의학 발전을 기대할 수 없어요”

국민건강과 보건증진을 위해서는 동서의학이 따로 없다는 그는 국민 건강증진이란 대승적 차원에서 한의사가 양의사와 손잡고 한양방 협진을 벌이는 등 국민에게 취사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국민편의 위주에서 의료를 생각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다.

중국 동서결합의, 일본 동서협진 진료 등이 제도로서 정착됐지만 20년 전에 재임 당시 협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한의계 내부에 반대가 워낙 심해 이루지 못했다. 그는 지금도 진정한 국민건강과 한의학 발전을 위해서는 협진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책이나 언론매체에서 한의학을 민간 허브 수준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올바른 선택권은 없다며 현 풍토를 아쉬워 한다. 현행대로 왜곡된 한의학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때 한의학의 설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외부만 탓할 게 아니라 한의계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도 필요하죠.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과학화나 객관화가 미흡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 명예회장은 한의약을 말하면 ‘의토성에 관한 민족의학의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는가’ 묻는다. 정부가 한의학 육성책을 말할 때도 의토성에 근거해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중국 한약재서 농약이나 중금속 문제가 터질 때마다 ‘의토성’을 떠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원도 미시령 등에 자생한약재를 심었을 때 의토성은 되살아나고 진정한 한국한의학의 부활을 예고한다는 생각에서다.

“아마 신현확 총리시절이었을 거예요. 한약공사 설립해야겠다고 주장했어요. 한의사의 직접 감시감독 하에 재배하고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생각에서였죠”

60억을 들여 한약공사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호소도 했지만 아무도 귀담아 듣질 않았다. 최근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되고 후속법령이 마련되면서 한약공사 설립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들떠있다.

콩나무, 된장, 고추장 등도 위생관련 법률에 근거해 생산, 제조 판매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작 국민건강 지킨다는 한약에는 관리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은 지금도 분통 터지는 일 중 하나다.

한약이 약이냐 농산물이냐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 의식동원이란 측면에서 그렇다는 의미다. 하지만 약이라고 해을 때는 생산, 재배, 가공, 판매 등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 져야한다고 본다. 특히 우수한약재를 주장하면서도 약재는 지역이나 토질, 어떻게 재배하느냐에 따라 특성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결국 한약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은 ‘무지’의 소산이라고 주장한다.

“요즘 정부의 한의약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정부가 동서의학 균형발전을 위해 얼마나 국가예산을 배정했는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요.”

재임 당시 그는 한의약 발전자금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적이 있다. 많은 돈이라 비춰질지 모르지만 양의약 지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은 한의학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암, 면역연구 등 각종 자금이 고스란히 양의학 연구에 편중화 현상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직능인 숫적 차이가 있겠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의료인으로서 똑같이 세금내고도 혜택 면에서는 한의계는 뒷전으로 밀려난다면 엄연한 차별인 셈이다. 그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혜택을 받는다면 문제는 다르지만 같은 세금을 내면서 일방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궁극적으로 동서의학 균형발전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원도 통계학적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방의료보험은 한의학이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비록 침구와 엑스산제로 시작된 보험이지만 되돌아 보면 한의원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가져온 셈입니다”

당시 경희한의대 홍원식 교수 주도로 추진된 한방의료보험이 양의사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오늘날 제도로 정착된 점은 지금 생각해도 감개무량하다 10만여개의 처방을 36개 정도의 엑스산제 처방에 불과했지만 나름대로 위안을 삼을 만하다.

그는 평소 세력싸움은 정치력이 있을 때 발언권도 강력해진다는 지론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결국 한의계가 나름대로 발언권을 갖게 된 것도 사회변화도 있겠지만 한의사들의 위상변화가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같은 위상변화는 저절로 온 것이 아니라 선배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란 점을 후학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후학들은 오늘날 한의학 세우기가 저절로 이뤄진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세상엔 절로 이뤄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한의사회관 준공식을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집행진의 고생이 많았다’ 했다.

현 한의협 건물 입주할 당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을지로 지하셋방 살이를 청산하고, 비록 변제받긴 했지만 이 명예회장 명의의 서초동 땅을 팔아 마련한 회관이었기에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다.

협회장을 직업삼아 했다는 이 명예회장. 76세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한의계 의권과 관련된 문제가 일어나면 ‘지금이라도 당장 도끼들고 국회로 쳐들어 간다’는 과격한 말을 던진다.

한의계 관련 일이라면 명예회장단에 참석하는 게 전부지만 아직도 패기는 누구못지 않다.

“명예회장 협의회는 의결권이나 집행력은 없어요. 하지만 협회가 잘 되기 위해서는 선배들의 경험과 지혜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원을 자식에게 맡기고 일선에서 떠난 그는 요즘 골프와 침구들과 만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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