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한한의사협회는 한방의 건강보험 확대를 통해 동네 한의원의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동네 한의원 살리기 특별대책본부’까지 결성하는 등 38대 집행부의 명운을 걸고 올인(all in)한 상태로 보인다. 물론 양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한방건강보험은 영역 확보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 그 때까지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달라며 부탁할 수도 없지 않는가. 이에 기자는 특정 동네 한의원을 선정, 지난 6개월 동안(섭외 등 준비기간 포함) 국내 최고의 컨설팅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따른 처방과 실제 적용을 통해 양호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편집자 주-
경기도 고향시 D한의원, 서비스 수혈받아
전문가 집단 컨설팅 의뢰…6개월 프로젝트 완결
지난 1월26일‘동네 한의원에 새 생명을’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최고의 컨설팅 전문가들이 모였다. 120곳(한방) 병·의원의 성공적인 컨설팅 사례를 보유한 한국서비스연구소 김지영 본부장, 위스키 아줌마로도 유명한 이미지 컨설턴트 정연아 이미지테크 소장, 규림한의원 박상문 경영이사가 바로 그들.
프로젝트는 경영이 좋지 못한 한의원을 선정, 컨설팅 전문들과 함께 문제점을 진단한 후 해결책을 적용하는 형태였다. 아울러 대박한의원 원장을 투입, 경영 및 진료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새 생명을 불어넣을 한의원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D한의원이었다. 개원 5년째인 한의원은 차츰 줄어들고 있는 환자 수에 압박을 느껴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고 있는 상태였다.
진 단: 일평균 보험환자 20명…고객응대“잘 몰라”
같은 학교 출신 선·후배가 운영하는 D한의원은 산부인과 건물 2층 한 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규모로, 일평균 보험환자가 20명(지난 2월 현재)에 그치는 등 경영난을 앓고 있었다. 한의원의 특화질환은‘비염’과‘악관절 교정’. 홍보와 입소문이 부족해 뾰족한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브라운과 화이트 색상 계열로 꾸민 한의원의 실내 인테리어는 제법 구색을 갖춘 형태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액자와 A4용지로 인쇄한 설명서가 덕지덕지 벽에 붙어있고 불필요한 물건들이 쌓여 있는 등 공간 활용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또 직원들은 고객 응대방법을 잘 모르는 눈치. 표정 없는 얼굴과 지친 목소리로 힘겹게(?) 환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까만 기지 바지에 펑퍼짐한 핑크색 개량한복 상의도 설상가상이었다.
2월13일 전문가들과 함께 한의원을 처음으로 찾았다. 김지영 본부장은 홍보·마케팅 분야를, 정연아 소장은 서비스 마인드와 실내 인테리어를, 박상문 이사는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해나갔다. 이를 바탕으로 2차 방문을 통해 진료 포지셔닝을 새로 조정할 수 있었다.
△김지영 본부장: 주먹구구식 홍보도 문제다. 지역신문에 광고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연계성을 타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벤트를 기획, 신문광고, DM발송, 핸드폰 문자메시지 등 한꺼번에 홍보를 시작해야 한다.
△정연아 소장: 고객을 대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특히 직원들은 표정도 없고 안내데스크가 비어 있을 때가 많을 정도로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 또 실내공간을 너무 좁게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수선해 환자들에게 불편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박상문 이사: 환자의 동선을 고려치 못한 진단 및 치료기기 위치도 문제다.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경영 전략회의, 직원교육 등은 전무한 상태다. 또 비염과 악관절 치료도 딱히 특화된 것도 아니어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처방1: 서비스 교육, 기대효과 달성
동네 한의원은 덩치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체계적인 시스템 부재’가 동네 한의원의 성격을 좌지우지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의원 5주년 기념 이벤트를 실시키로 하고 이에 맞춰 시스템 정착과 서비스 확대를 통한 진료의 지원사격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1단계는 이미지 트레이닝(인성교육)이었다. 2월27일 저녁 7시, 동원한의원 식구들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정연아 소장의 트레이닝실을 찾았다. 정 소장은 초진환자, 대기 및 진료실 등 상황설정을 통해 반복학습을 시켜나갔다.
“미소는 서비스의 시작이다. 죽어 있는 미소는 환자를 떠나가게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환자들 가족과 친구처럼 생각하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3월9일 2차 방문. 정 소장은 피드백을 통해 직원들의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성이 결여된 것이 흠. 이를 위해 한국서비스연구소 강사진으로 구성된 병·의원 코디네이터 교육과정을 긴급 수혈했다(※프로젝트 팀의 전문가 컨설팅 비용은 전액 무료였으며, 기타 투자비용은 원장과 협찬 사들의 지원으로 분배돼 이뤄졌음을 밝힌다).
마침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냈다. 업무 분산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며, 원장과 직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살아났다. 김 모(직원·29)씨는 “대단히 만족스럽다. 직장생활에 활력을 심어줬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만족감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기쁜 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