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육성법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의사와 약사회가 참여하면서 이들의 배제를 주장하는 한의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또 회의에 참여한 각 단체들이 제몫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한의약 발전’이란 육성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어 ‘하위법령 제정’을 둘러싼 진통이 우려된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의약육성법 하위법령 관련 관계단체 및 전문가회의’가 하위법령 시안 및 회의 진행 방식 등이 법제정 목적과 크게 동떨어진 채 오히려 의료단체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육성법 제정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복지부가 배포한 시안에 따르면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한의약연구개발사업시행 방안, 한의약 임상·검정 체계의 구축과 시행에 관한 사항, 한방임상센터 지정·운영 등에 관한 사항, 한방산업단지 조성 및 지원방안 등에 관한 사항, 우수한약관리 기준과 한약의 품질향상 및 유통 선진화에 관한 사항 등 한의약의 체계적 육성에 필수적이고 시급한 것은 빠져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한의약 진흥재단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하위법령의 절반에 가깝게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가 당연히 운영해야 할 우수한약관리 조차도 단순히 재단법인에 불과한 한약 진흥재단의 업무로 정하고 있어 재단의 수익사업만을 불리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회의에서 복지부가 한의약육성법 제정을 반대해 온 의사회와 약사회를 참여시켜 직능단체간 갈등을 부추키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날 복지부는 일차 회의 때와는 달리 의사회와 약사회의 견해를 받아들여 한의약육성발전심의회 구성 등에 이들 단체의 추천인을 포함시켰다. 또한 의약단체는 의료법상 금지된 한약제제 처방, 사용권이 철폐되어야 한다는 등 한의약육성법 제정목적과는 거리가 먼 발언을 해 제몫 챙기기라는 눈총을 받았다.
의협 기획실장은 “투명성 보장 등 객관성 확보를 위해 의사 참여가 필요하며, 육성법 조항들은 의료에 ‘한’자만 붙여서 만든 것이 현실”이라며 “의료기기, 진단 등의 과학화 등에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강대인 약무이사는 의약단체의 선 배제, 후 회의 진행을 강력히 요구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더 이상 논의할 이유가 없다’며 퇴장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강 이사는 “그동안 양약과 관련된 법령에서 한의사들이 규정의 제·개정 신설에 참여시킨 바도 없다”며 “이제 와서 관련도 없는 단체를 포함시킨 저의가 무엇이고, 의사들이 한약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한의사들이 양약과 양방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법 개정할 용의가 있다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주영 과장은 “규칙을 먼저 처리한 후 관련 단체와의 협의 후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의협은 “복지부가 한의약에 대한 의학적 경제적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체계적 육성 의지를 갖지 못한데서 발생한 것이다”면서 “의사회와 약사회의 눈치보기라는 무소신행정이 또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의협은 이에따라 “복지부가 한의약육성법의 제정 목적에 따라 시안을 재작성하고 위원회의 운영도 명실공히 한의약 관련 전문단체로 제한해줄 것”으로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