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한한의사협회는 한방의 건강보험 확대를 통해 동네 한의원의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동네 한의원 살리기 특별대책본부’까지 결성하는 등 38대 집행부의 명운을 걸고 올인(all in)한 상태로 보인다. 물론 양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한방건강보험은 영역 확보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 그 때까지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달라며 부탁할 수도 없지 않는가. 이에 기자는 특정 동네 한의원을 선정, 지난 6개월 동안(섭외 등 준비기간 포함) 국내 최고의 컨설팅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따른 처방과 실제 적용을 통해 양호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편집자 주-
치료환경 조성이 고객 만족으로
비만치료 섣부른 접근 말아야
DM발송 통해 VVIP고객 공략
병원공간은 더 이상 진료를 받는 기능적 차원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잘 꾸민 실내 인테리어는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 치료환경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와 관련 지난 4월19일 서울 시립대 21세기관에서 열렸던‘2007 아시아 의료복지시설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한 중국 건축계의 대가 CMC건축사 Lixian Chen 대표는 “이상적인 병원공간은 환자의 치료에 우선한 최선의 환경을 갖춘 곳”이라며 “기능적으로 환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복잡한 의료시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건물이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처방2: 고객의 니즈를 높여라
경기도 고양시 D한의원은 그런 점에서 볼 때 환자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오픈된 신발장을 겸용한 대형 수납공간은 입구 바로 왼쪽에 붙어 어수선한 분위기를 유발시켰으며, 치료법 등을 설명한 액자와 건강관련 정보가 기재된 A4용지들은 덕지덕지 벽에 붙어 있었다.
하다못해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는 응접실 한쪽에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다. 또 치료실은 공간 활용을 못하고 있어 넓은데도 불구하고 좁아보였으며 응접실에서 투명 유리창으로 보이는 정돈되지 않은 탕제실은 편안한 느낌을 방해했다.
이에 원장들의 동의 아래 응접실과 복도를 중점으로 리모델링을 실시해 편안하면서도 깔끔한 공간을 연출해 냈다. 신발장에 문을 달아 수납공간과 분리시켰으며, 액자와 종이를 모두 떼어내고 인테리어를 다시 했다. 또 복도 천장에 검은색 불투명 유리를 달아 넓고 길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연출했으며, 복도 한 쪽 벽은 두 원장의 경력사항을 기재한 대형 고급액자로 꾸몄다.
이밖에도 까만 바지에 펑퍼짐한 핑크색 개량한복 상의를 입었던 직원들의 유니폼을 하늘색 바지와 노랑, 연두, 핑크 등의 컬러가 어우러진 줄무늬 상의로 대체했다. 특히 바디라인을 살려주는 피트한(딱 맞는) 느낌의 재킷과 차이나풍의 카라로 활동성을 고려했다.
처방3: 비만... 신무기 장착
이처럼 서비스 교육과 인테리어 등 치료환경 조성이 끝나자 이를 바탕으로 내세울 만한 진료과목의 조정이 필요했다. 당시 D한의원이 내세우는 질환은 ‘비염 치료’와 ‘악관절 교정’이었지만 홍보와 입소문이 부족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K원장은 “진료과목의 추가는 가능하지만 기존의 주력진료는 고수하고 싶다”며 “홍보와 마케팅 차원의 보강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에 ‘새 생명 자문단’(가칭)은 수차례의 토론 끝에 기존 진료는 고수하면서 ‘비만 치료’를 추가키로 했다.
자문단의 팀장인 한국서비스연구소 김지영 본부장에 따르면, D한의원은 산부인과 병원 건물에 위치해 있어 임산부의 산후 비만치료에 대한 근접 홍보가 쉬울 뿐만 아니라 여름시즌을 맞아 계절 마케팅을 시도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방팩과 경락 마사지 및 장 해독을 골자로 한 비만 관련 시스템과 담당 직원 등의 공급이 여의치 않아 에스테틱 과정을 생략한 침과 한약 위주의 진료 카테고리만 넣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조금은 불안한 출발이었다. 설상가상, 비만 분야의 대박한의원 원장들의 투입도 문제였다. 프랜차이즈 한의원에서는 지점과의 충돌 문제로 거절했으며, 내실 있는 운영으로 유명한 몇몇 한의원에서는 “정보를 노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도와주지 않았다.
처방4: 개원이벤트 열어 VVIP 공략
이어 5주년 개원이벤트(5월2일~)를 통한 홍보 전략을 세웠다. 마침 D한의원은 지역신문에 정기적으로 광고를 내고 있어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비만을 내세운 신문광고 문안을 새로 짜고 개원이벤트를 알리는 문자메시지(SMS)와 DM(DIirect mail/직접발송)광고를 내원 환자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DM의 효과는 컸다. 한번 다녀간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 전달하는 DM은 신문지에 끼워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광고전단지보다 백번 낫다. 최근 백화점들도 신문광고를 줄이고 DM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D한의원은 특히‘VVIP’고객들을 공략했다. VVIP란 우수 고객인 VIP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통해 환자를 공수해 올 수 있는 역량까지 가진 사람을 뜻한다. 이들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안전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한의사가 만든‘한방 유’한방차를 지원받아 이벤트 기간동안 고객응대 차원에서 제공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간호사 K씨는 “한의사가 만든 차라서 그런지 환자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찾았다”며 “덕분에 한의원 홍보에도 보탬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평가: 희망을 보다
두 달 동안 매출은 올랐고 예전에 다녀간 고객들도 새로운 고객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만 및 다이어트 치료에 대한 수요는 기대에 못 미쳤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끌어내기에 비만은 이미 보편화된 시장이었다.
매출 신장에는 오히려 원장과 직원들의 높은 서비스 수준과 쾌적하게 달라진 한의원 모습이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L원장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동네 한의원이라는 한계를 깨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