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영 진 / 한의협 의무이사
공공진료 한계는 민간의료와 상충
민간의료와 공정 경쟁 추구
난치·불치 질환 공공의료 강화
한의약법·한의약청 중요
공공의 의료는 국가의 의료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이다. 그 중 한의계 공공의료의 현 단계를 평가하고 향후 한의계가 이루어 나가야 할 의료 복지 수준 즉, 한방의 공공진료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1. 한방공공진료의 현황
1.1 한의계의 공공의료
한의계의 공공의료의 첫 모습은 1991년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로부터 시작한다. 이어 인천의료원(97년) 그리고 청주의료원과 대구의료원(98년)에 부설 한의원을 개설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보건복지부의 전국 10곳의 지방의료원내 한방진료실 개설 목표에 따라 순천의료원이 한방진료실을 준비 중에 있다.
한의계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의료원내 한방진료실의 설치 또한 순탄치만은 않았다. 단적인 예로 아직 한의계는 독립의 국립한방의료원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탓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현실은 인정하되 기존 의료원내 한방진료실이 네트워킹화하여 대국민 한방 이용 현황, 질환군, 호응도 등을 통계 지표화하여 더 많은 한방진료실이 설립되어야 한다. 특히, 한방에서 그 유의성과 재현성이 검증된 치료법을 도입하고 발굴하여 대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나아가 국립한방의료원의 설립에 초석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1.2 보건소 한방 진료
1996년 제정된 한의사의전공의수련등에관한규정에 따라 전공의 중 10명이 1998년 농어촌지역 보건소에 공중보건한의사로 최초 배치되었다.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에 이은 한의계의 공공진료의 커다란 발자취이다. 이어 한방지역보건시범사업을 거쳐 오늘날에는 191개 보건소(전국 보건소 248개 대비 77%)로 확대되었다. 산고의 고통이 이러하랴. 공공진료라는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하여 한의계는 너무나도 많은 제 살점을 떼어 주어야만 하였다.
공중보건한의사를 중심으로 한 보건(지)소의 한방진료는 취약 계층의 국민에게 가장 가까이서 진료한다는 의미에서 한의계의 말초신경이요, 실핏줄이라 할 수 있다. 인체가 그러하듯 일선의 공중보건한의사의 역할 또한 중차대하다 할 것이다.
참고로 보건소의 공직한의사는 현재 40여명이며 대도시지역 보건소 한의사 배치 기준 마련 여부에 따라 그 수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3 한방공공의료평가단
2003년 한의약육성법이 제정 발효됨에 따라 2005년 전국 23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한방건강증진HUB보건소사업이 실시되었다. 그 후 점진적으로 참여 보건소의 수를 늘여 2007년도에는 35개 보건소가 이 사업에 참여하였다. 이 사업은 예방의학으로써의 한의학을 국민에게 알린 한의학의 대국민 계몽운동적 성격을 띤다. 더욱이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관련된 민관의 노력은 분명 21세기 한의학의 밝은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의학·의료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장기적으로 효과를 낼 예방의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질병과 질환의 치료라는 실용주의가 겸하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4 한방의료봉사
민간에서 진행되는 공공진료로는 의료봉사의 형태가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외 의료봉사를 담당하는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이 있으며, 이외에도 병의원급의 크고 작은 정기 의료봉사가 있다. 또한 방학동안 진행되는 학생들의 의료봉사도 민간의 중요한 공공진료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의료봉사가 민간의 공공진료로서 제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회성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이를 담당할 주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5 한방공공진료의 평가
한·양방의 의료형태를 떠나서 공공진료의 한계는 민간의료와의 상충 접점에 있다. 이것이 국가와 민간의료 주체간의 딜레마이다. 이로 인하여 역사적으로, 시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모두의 노력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외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국공립의료원과 보건소의 수동적 진료 형태와 치료의학의 길보다는 예방의학의 길을 택한 한방공공의료평가단 그리고 국내 의료봉사보다 해외 의료봉사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콤스타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의 해결을 위한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2. 한방공공진료의 미래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상충은 복지국가가 부의 재분배 과정에서 겪는 사회적 갈등이라는 의미에서 괘를 같이 한다. 기본적으로 국가 또한 민간의료 주체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며 양자가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1 계층에 따른 공공의료
공공의료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진료비 등 가격 경쟁력이 민간의료와 동등하다 할지라도 공공의료가 민간의료보다 그 경쟁력에 있어서 우위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공공의료가 진료비의 할인 내지는 무상 진료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그 계층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즉 의료급여 대상자, 80세 이상의 초고령자, 거동이 불편한 자, 희귀 난치성 질환자 등과 같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환자 계층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일반 환자군은 공공의료 또한 민간의료 입장에선 하나의 경쟁자에 불과한 것이다.
2.2 질환에 따른 공공의료
계층에 따른 구분이 주로 경제적 형편에 기준한 구분이었다면 이는 국가와 사회의 도의적 책무에 따른 구분이다 하겠다. 대표적으로는 암과 같이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질환이며, 이에 준하는 난치·불치병과 선천적·후천적인 장애질환이 이에 해당한다 하겠다. 이들 질환들은 설령 민간이 경쟁 우위에 있다 할지라도 국가로서 인간 존엄과 도의적 책무에 근거하여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2.3 법과 제도적 보장
전술한 내용들이 올바로 제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적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 한의약육성법이 한의계에 미친 영향을 보더라도 법과 제도의 중요성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한의약법의 제정과 한의약청의 신설은 중차대한 사안이라 하겠다.
3. 글을 맺으며
한의계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 이후 오늘날까지 하나의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처절한 대가와 희생을 치러야만 했던 한의 역사이다.
오늘날 한의계의 공공의료 이면에는 이러한 숭고한 노력이 가려져 있다. 민관은 이제 막 첫 발을 띤 한방의 공공의료가 국민의 가슴 속에 깊이 자리잡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