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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윤용갑 교수

윤용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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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편찬의 의미 下



즉, 동쪽은 어염지역으로 해변가에 발생하는 질병을 중심으로 한 치료기술의 발전이 있었고, 북쪽지역은 한냉한 기후 때문에 온열요법인 뜸요법이 성행하였고 남방지역은 열대성 전염병이 창궐하여 발산약을 사용함이 발전하였으며, 서역지역은 사막지역으로 곤충이나 금석류를 사용하는 방법이 발전하였고 중앙지역은 농경생활을 많이 하여 노동집약적으로 인한 질환을 퇴행성 병변을 치료하는 기술이 발전하여 안마, 추나, 보익처방 등이 발전하게 되어있다는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적인 환경요인에 따라 治法이 달라질 수 있듯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지리적, 생활 환경적 여건에 따라 우리 체형에 맞는 處方과 用量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한국형 치료처방과 구성약물의 용량을 결정하는 표준화 사업을 「東醫寶鑑」의 편찬을 통하여 실현하고저 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東醫寶鑑」이 편찬될 당시보다 예전이었던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의 가지 數나 用量이 많은 부분에서 상용하기에는 곤란부분이 많으므로 구성약물의 數와 用量을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氣稟)에 맞도록 표준화하여 1첩의 사용량을 만들어서 처방을 조제하는데 편리하도록 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東醫寶鑑」 처방은 구성약물이나 가지 수나 구성약물의 사용량을 우리나라 사람에 맞도록 중국의학을 참고하여 질병 치료처방의 조제에 있어 한국형 표준화 작업을 실행하였음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몇 가지 처방들을 통하여 실제로 어떻게 중국처방을 변화시켜서 사용하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4. 「東醫寶鑑」은 구입하기 어렵고 고가약인 수입약재를 국산품 鄕藥으로 대체시키는 규격화 사업을 통하여 대중의학의 기반을 확립하고저 하였다.

集例의 原文에

「且書唐藥鄕 藥鄕藥則書鄕名與産地及採取時月 陰陽乾正之法 可易備用

而無遠求難得之 矣」라고 하였는데 해석하면,

“또한 중국의 약과 鄕藥을 함께 실었는데 鄕藥은 鄕名과 생산지, 채취 시기, 말리는 법을 써놓았으니 약을 갖추어 쓰기 편하고 쉬워서 멀리서 구하거나 얻기 어려운 폐해가 없을 것이다” 이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교통이나 물류사업이 발전하지 못한 상태여서 의약용 약재 무역도 힘들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鄕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였다.

그러므로 중국 수입약 대신 우리나라 자생약재인 鄕藥을 사용할 수 있도록 鄕藥名을 정하고 산지와 체취시기, 건조 방법 등을 정하여 규격화 시키므로써 쉽게 구비하여 사용하므로 수입약을 구하는데 필요한 시간적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저 하였다. 즉 鄕藥에 대한 지금으로 말하면 G.A.P(Good Agriculture Product) 규격화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7년간의 전란으로 농업이 퇴폐되어 기근과 전염병 창궐하여 질병에 시달리던 백성들에게 한국산 자생약재인 鄕藥을 알기 쉽고, 손쉽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산 약재의 규격화 사업을 시도하게 된 의의는 자못 지대하다.



5. 「東醫寶鑑」은 선택과 집중을 기준으로 엄선한 처방 4010개를 수록하여 토착화 시켰다.



중국 방제대사전에 수록된 처방은 약 12만개에 이르고 「의학입문」의 수록 처방이 6000여개, 「東醫寶鑑」 처방은 4000여개 처방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와 같이 4000여 처방을 엄선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음을 알 수 있다.

즉 1596년 이전에 발간되어 나라에서 관리하던 서고에 소장되었던 醫方書 500여권을 편찬국에 사용권한을 일임하여 이를 참조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중 가장 많이 인용된 의서는 86종이었으며, 본문에 인용된 의서수는 총 189종(중국의서 182, 한국의서 7종, 박경련; 동의보감의 서지학적 연구, 2009 원광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p.43)에서 279종(신편 대역 동의보감; 법인문화사, 2005, p16~27)에 이르며 이와 같이 방대한 醫方書들 중에서 4010개 엄선된 처방을 수록하기까지에는 허준을 비롯한 편찬국 醫學者들의 수많은 검증작업을 거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중국의학의 호번한 처방들에서 우리의 실정에 알맞은 처방을 엄선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처방을 엄선하므로써, 중복되거나 잡다하고 호번하거나 비슷한 개념의 처방들은 제외시키고, 우리나라 실정에 가장 적합한 질환별 병문별 신체부위별 가장 집중적인 처방을 선택한 것이 바로 「東醫寶鑑」의 4010개의 방제이며, 이를 기준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토착화 시킨 사업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소위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준을 충실하게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東醫寶鑑」 이후에 저술된 「醫門寶鑑」, 「濟衆新編」, 「醫鑑刪定要訣」, 「醫宗損益」,「醫方活套」, 「方藥合編」 등에서 「東醫寶鑑」 처방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고 있고, 심지어 중국, 일본에서도 「東醫寶鑑」처방을 비중 있게 인용하거나 발간하며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東醫寶鑑」의 역사적 가치를 실증해 주고 있다. 이는 한국의 의약에 대한 토착화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 편찬의 의의를 다시 한번 종합해 보면,

「東醫寶鑑」의 편찬에는 16세기말 한국의학을 대외적으로는 정체성, 국책성을 천명하고 대내·외적으로는 표준화, 규격화, 토착화 작업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국민 보건건강 향상에 기여한 바가 너무도 지대하며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일본에까지 이르게 한 중요한 의학서적임을 자부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결코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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