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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이광현 한의사

이광현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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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한의학 旅行 7



아르메니아, 터키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 카르스(Kars)에서 소금호수 변에 자리잡고 있는 반(Van)이라는 도시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길이 무척이나 예뻐서 창문에 바짝 붙어서 두리번거리길 두 세 시간.



낮에 장거리 버스를 타는 것은 정말로 고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옆 자리에 탄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질려있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터키어, 영어를 섞어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쉰이 넘어 보이는 그 남자는 자신을 반에 있는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의사라고 소개했다. 한의사라는 직업을 설명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지라, 필자도 역시 한국에서 의사 일을 하고 있다고 간단히 소개했다.



그러자 그는 매우 반가워하면서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들러 달라고 했고, 침을 쓰는 의사도 있다는 말에 솔깃해 필자도 기꺼이 그에 응했다. 그렇게 해서 여행 중 처음으로 대학병원에 ‘초대’받게 되었다.



중동을 여행하면서 많은 초대를 받았지만, 병원은 처음인지라 떨리는 가슴을 안고 다음날 그 곳으로 향했다. 마침 아침 회진을 도는 시간이라 필자도 얼떨결에 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산부인과 양방 용어를 서툰 영어 발음으로 계속 물어보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



그제서야 내가 전날 스스로를 ‘의사’ 라고 소개했다는 것이 새삼 떠올랐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가 ‘Korean oriental medicine’ 을 전공했고, 침과 약을 쓰는 의사라는 것을 밝혔다. 우려했던 대로 친절했던 그의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침으로 이런 병은 고칠 수 있냐는 둥 효과가 있기는 하냐는 둥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고, 짧은 영어 실력으로 그 모든 것을 답변하기는 역부족이었을 뿐더러, 고민 중이라 대답이 궁한 질문도 많았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터키에도 한국처럼 침을 쓰는 일명 ‘돌팔이’들이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의사들이 있는 것 같았다. 한참 질문을 퍼붓던 그는 분만 수술이 있다며 자리를 떴고, 그제서야 침을 쓰는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도시에서 유일하게 침을 사용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침술을 공부했다는 그의 진료과목은 ‘당연히’ 통증의학과였다. 터키인들에게 침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허리를 가리키곤 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통증 제어에 침이 쓰이고 있으니, 그 병원에서 유일하게 침을 쓰는 의사가 통증의학과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치료 범위는 염좌, 좌골신경통, 디스크 질환에서 시작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까지 광범위했고, 전침(電針) 등을 사용해서 진료하는 모습은 우리네 한방병원의 외래 진료와 매우 닮아있었다.



하지만 여느 유럽국가에서처럼 침이 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1회 시술료가 필자의 호텔 숙박비 보다 더 비쌌다. 물론 필자가 싼 호텔만 골라서 이용하는 배낭여행객이긴 하지만, 일주일에 2~3회 시술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일반인은 섣불리 시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주로 12정경의 혈자리를 사용했고 두침, 이침도 겸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이침은 10일마다 한 번씩 교체한다고 했는데, 긴 기간에 비해 소독도 미비하고, 반창고 같은 보조 장치도 없이 침을 가위로 잘라 그대로 귀에 시술하는 모습을 보니 체계가 완벽하게 갖추어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터키 정부도 침술의 효과에 대해 깨달아 수도 앙카라에 학교를 만들어 그곳에서 침술 코스를 이수한 의사들에게 자격증을 나누어주는 등 체계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도 12시간 가까이 날아와야 도착할 수 있는 이곳에서 침을 쓰는 의사를 만나는 경험은 참으로 신선했다. 침 치료라는 것이 아시아, 미주, 유럽 일부 선진국 등에 한정되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전통 침 치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한의학이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어떻게 발맞춰 나가야 할 것인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고리타분한 문제들에 발이 묶여 침 치료를 역수입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키의 한 병원에서 침술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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