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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이광현 한의사

이광현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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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한의학 旅行 14



이제 날씨도 제법 쌀쌀하다. 따뜻한 스페인에 너무 오래 머무른 탓인지, 아니면 버스보다 싸다는 이유로 구입한 저가항공편으로 한번에 슬로바키아까지 북진해 버린 탓인지 이곳에 도착한 지금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모두들 주섬주섬 두꺼운 옷을 껴입는 것을 보면 그렇게 느끼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듯하다.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도 이번 것을 합치면 여섯 번째. 물론 유럽 안에서 이동하는 단거리 저가항공 노선이 대다수지만, 횟수는 적다고 볼 수 없다. 처음에는 그렇게 가슴을 뛰게 하던 공항 수속도 이제는 익숙해져 이제는 직원들이 지적하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무덤덤하게 게이트를 지난다.



‘익숙한’ 비행을 마치고 리스본에 도착한 어느 날, 우연히 만면에 희색이 가득한 어떤 여성분을 만났다. 그녀는 게이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비행기를 타보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다면서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어느새 이 비행을, 그리고 나아가 이 여행을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는 꿈일 수도 있는 이 비행, 그리고 이 여행이다. 그것을 나는 내게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때로는 귀찮아하며 불평하기도 하였다. 여행을 오래 다닌 사람들은 모두들 ‘여행이 일상이 되어 버리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이야기 한다. 여행이 새로움과 신선함과 설렘의 대명사라면, 일상은 타성과 지겨움의 그것일 것이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아도 모두 똑같이 보이고, 그저 지치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여행 7개월차. 비록 변화를 주기 위해서 봉사활동도 도보여행도 해보고, 이슬람문화권에서 유럽으로 이동하기도 했지만 피해갈 수는 없었다. 초심을 유지하기는 힘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초심을 잃으면 결국 그 후에는 타성에 젖어 그 시간들을 흘려보내기 마련이다.



이런 일들은 비단 여행에서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게 된다. 즉, 일상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떤 것도 당연히 주어진 것은 없다. 내가 가진 물건들, 지금 하고 있는 일, 가지고 있는 기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혹은 지나가다 잠시 마주치는 사람들, 그들이 베푸는 작은 친절과 건네는 인사, 그리고 심지어는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땅마저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깨달을 때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고 그들을 진심으로 느끼면서 그리고 현재를 새롭게 맛보면서 살게 되는 것 같다.



의학 공부를 하면서 항상 생각했었지만, 지난번 런던에서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면서 얼마나 장애를 가지기가 쉬운지 새삼 다시 느꼈었다. 그 수많은 인자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해 이렇게 도보여행도 하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가?



가끔 내가 어디에 있는지 깨달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그리고 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 때로는 사기를 당하거나 실수를 해서 돈과 시간을 길에 날리게 될 때도 있다.





한 번은 프라하에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2만원 정도 소액 환전 하다가 수수료로만 7000원을 날려버렸다. 속이 쓰려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곧 내가 이미 누리고 있는 프라하의 멋진 풍경과 조금이지만 손에 들어온 1만3000원의 돈에 만족하고 어떻게 즐길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네.’ 이상은의 노래 ‘언젠가는’의 한 구절이다. 눈 앞에 있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감사하고 즐길 때 젊음과 사랑도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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