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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0일 (토)

이광현 한의사

이광현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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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해지고 있는 중국의 기세를 빌려 세를 넓힐 것인가, 아니면

한국의 차별화된 브랜드로 나갈 것인가를 선택할 기로에 놓여”



지구촌 한의학 旅行 (15)



유럽에서의 여행이 끝났다. 북해를 건너는 페리에서 맞은 일출, 런던에서의 봉사활동,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의 포근했던 해변과 독일에서 마셨던 수십 종류의 맥주들, 그리고 파리에서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친구들과 가족들…. 셀 수 없이 많은 곳에서의 소중한 추억들과 인연들을 뒤로한 채 파리에서 네팔 카트만두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내식에 ‘마살라’라는 향신료가 제공되고 어느 샌가 내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머리칼이 흑발로 변한 것을 보니 내가 또 다른 세계로 노를 저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많은 곳에서 동양의학을 접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거리에서 태극문양을 간판 삼은 중의원을 찾을 수 있었고, 일반인들에게 필자의 직업을 소개함에 있어도 별 부가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침술과 허브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폭넓게 퍼져 있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양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꽤나 긍정적이었다. 필자가 만났던 친구들 대부분이 비록 아직 진료를 받아보지 않았지만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유럽에 와서 진료를 해봐도 괜찮을 것이라는 조언도 해 주었다.



여행하면서 몇 군데의 진료소를 방문할 기회도 있었는데, 터키에서 들렀던 병원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꽤나 동양의학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있었다. 스웨덴에서 들렀던 중의원에서는 진단기계 하나 없이 사진(四診)을 이용해 진단하고 침·뜸·약·추나를 주로 시술했으며, 탕약·환약·중성약(中成藥)을 처방하는 중국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었다.



필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많은 환자들이 방문했으며, 주로 휠체어를 탄 노인 환자들이 주를 이루었다. 독일에서는 의사(Medical doctor)들이 진료하는 중의원을 방문했다. 최첨단 기계를 모두 갖추고 있는 이 중의원은 중의학 대학원을 겸하고 있었으며, 의사들에게 석사학위를 주는 동시에 실습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자체적으로 음양오행에서부터 추나, 마사지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내용을 포함한 서적까지 출판하고 있었으며, 국가기관과 연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었다. 독일어로 된 음양, 그리고 오행의 상생 상극에 대한 설명은 꽤나 신선했다. 독일에서는 의사 자격증만 얻으면 기본적인 치료는 물론 대체의학까지 모든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여러 나라를 다녀본 결과 동양의학은 역시 대부분 통증 제어에 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 범주가 근골격계에 한정되느냐, 아니면 일신에 발생하는 모든 통증을 다루느냐의 차이 정도가 있을 뿐 큰 틀에는 차이가 없었다. 많은 유럽의 시술자들이 인위적인 치료를 배제하고 자연적인 원리에 따라 진단, 치료를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긴 하지만, 효과가 비교적 빠른 일부분만이 중시되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의학을 이용한 심리치료나 생활관리 쪽은 별 발전이 없었으며, 이는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건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그리고 일상생활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을 환자와 함께 바로 잡아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의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기에 이런 부분이 앞으로 조금 더 중요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점은 유럽 내에서 중의학에 비해 한의학의 브랜드 파워가 너무 떨어지는 것이었다. 일반인들 중에서는 한의학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기껏해야 ‘수지침’ 정도가 한국의 독특한 치료술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었다.



필자는 이 글에서 한의학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날로 강성해지고 있는 중국의 기세를 빌려 세를 넓혀 나갈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어 중의학과 차별을 둘 것인지, 그것은 한의학 관계자들이 모여서 뜻을 모아 결정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홍보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유럽에서 한의학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욱 효과적인 마케팅 대책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필자는 이제 남아시아라는 새로운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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