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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1일 (일)

김호철 교수

김호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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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상반(酒水相半)의 의미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12



한약 효능은 기미론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굳이 함유 성분으로 설명하자면 한약 중의 함유 성분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동일한 한약재라고 하여도 함유 성분 중 어떤 성분들이 추출되느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 한약추출에는 전통적으로 물이 추출용매로 쓰여 왔지만, 물 이외의 용매를 사용하여 추출하게 되면 함유 성분의 극성과 비극성의 성질에 따라 추출되는 성분들이 달라진다.



물로 추출하게 되면 극성성분이 주로 추출되지만 물 대신 알코올로 추출한다면 알코올은 물보다는 약간 비극성 용매이므로 물 추출보다는 비극성성분들이 좀 더 추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귀를 물로 추출하였을 때와 알코올로 추출하였을 때는 많은 성분들이 비슷하지만 성분들의 추출율의 차이로 인하여 구성비가 달라져서 효과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전통적인 탕제는 물로 추출하기 때문에 한약 중 효능 성분들은 대개 물에 녹는 성분이다. 이들은 어느 정도 극성이 있는 효능 성분들이다. 그런데 한약 중에는 물에 녹지 않는 비극성성분이 효과를 나타낼 때도 있다.



이때는 물로 탕전하면 얻을 수 없거나 소량만 얻어진다. 한의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오랜 경험과 관찰을 통하여 이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여러 방법으로 해결하였다.



주수상반을 하는 당귀수산(當歸鬚散)이 대표적인 예다. 당귀수산을 전탕할 때 주수상반을 하는 이유는 활혈지통 효능을 높이기 때문이지만, 비극성성분들에 효능이 많은 것이 주수상반을 하는 이유일 수 있다. 주수상반하면 약 10% 에탄올로 추출하는 셈이 되어 비극성 성분이 더 많이 추출되는 것이다.







한약재 중에 비극성 성분이 효능 성분일 때 포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초자(醋炙)나 주자(酒炙)를 하면 비극성 성분들의 추출이 더 잘된다. 술이나 식초로 미리 볶을 때 물에는 녹지 않는 비극성 성분들이 녹아서 물로 추출할 때 추출효율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하나의 약물에도 포제법이 여럿이 있을 때는 그 처방에서 제시하는 포제법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비극성 성분에서 효능이 나타날 때 추출하지 않고 아예 한약재를 그대로 복용하는 방법도 많이 쓰인다. 한약재를 갈아서 환이나 산제로 복용하는 것이다. 처방을 하다 보면 어떤 한약재는 유독 환산제로 많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효능성분이 주로 비극성 쪽에 있을 확률이 높다. 만일 비극성 성분이 효능을 나타내기 때문에 환산제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이 처방을 탕제로 바꾼다면 이 처방의 효과를 그대로 얻기는 어렵다.



최근 환제에 들어가는 한약재 양이 적어서 세칭 ‘고농축환’을 사용하는 한의원이 늘고 있다. 한약재 분말 대신 한약을 추출한 추출액으로 제환한 것이다.



고농축환은 추출물을 쓰기 때문에 약재를 갈아서 만든 전통 환제보다 고용량이어서 복용에 편리할 뿐더러 유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환산제의 유효성분이 비극성 쪽에 있다면 고농축환으로 만들기 위해 처방약재들을 추출할 때 효능 성분이 추출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때는 충분히 검토한 후 사용하여야 한다.



한약은 하나의 성분이 효능을 나타내는 경우는 드물다. 한약 중에 존재하는 여러 성분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여 함께 효능을 나타낸다. 한약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히라면 하나의 처방 중에 있는 수십, 수백가지의 성분들의 역할과 상호작용들이 모두 밝혀져야 하므로 아직까지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성분들이 서로 상호작용으로 효능을 나타낸다는 것을 예측하면서 처방한다면 구체적으로 약의 작용을 이해하고 처방을 활용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제형이나 포제, 약리 등의 분야에서 한약 연구 방향을 올바로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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