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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이상곤 원장

이상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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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약집성방과 토물기완



향약집성방, 향약제생집성방, 삼화자향약방 등에서 언급되는 향약은 바로 국산약재를 정의하는 소박한 한자다. 중국한약에 대한 불신은 조선시대에도 심했다. 조선왕조실록 성종 9년 11월25일의 기록은 중국한약에 대한 당시의 평가를 예조에서 올린 공식문서로 적고 있다. “중국의 약재는 차츰 사라져 귀해지고 또 사고 팔 때에 진짜와 가짜가 서로 섞이며 혹은 묵고 썩은 것으로 약을 지으니 병을 치료하는 데에 효과가 없다.”



좌부승지 이경전은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향약을 사용해야 하는 근거를 대담하게 전개한다. “신이 생각하건대 우리나라는 중국과 풍토가 같지 않고 사람의 성질도 달라서 중국의 약이 우리나라의 성질에 맞지 아니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의 로컬푸드 운동처럼 신토불이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토물기완(土物氣完)의 평가를 내린다. 바로 조선의 사람에게는 우리 약재가 우수하다는 평가인 셈이다. 이런 향약에 대한 평가는 나름 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다.



향약은 좁게는 국산약재지만 넓게 보면 우리 민족 고유의 민간의료를 수집한 기록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향약집성방’이다. 그 내용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어릴 때 보고 체험한 한국의료의 원형질이다.



‘향약제생집성방’ 서문에서는 이런 특질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나라 풍속이 흔히 한 가지 풀을 가지고 한 가지 병을 고치는데 특효를 본다.”

한국 한의학의 최대 성과물인 ‘동의보감’도 바로 이런 ‘향약집성방’이라는 전통의료의 확립을 통해 중국 한의학과 결합하여 우리의 의료라는 독창성을 동의로 표현한 것이다.



향약론의 완성에는 국산한약재가 약물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진위를 판별하는 작업과 약성 검토에 대한 치열한 비교 검토 작업이 뒤따랐다. 명나라의 태의였던 주의가 저술한 답조선의(答朝鮮醫) 3권에는 어의 최순립·안국신이 물은 사항들을 대답한 내용으로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국산약재 활성화를 통해 좀 더 신선하고 좋은 약재를 공급하려는 노력은 차라리 눈물겹다. 전갈의 경우 이맹손의 연경에서 전갈을 얻어 궤 속에 넣고 바깥은 흙으로 발라 마르면 물을 뿌리고 그 안에 먹을 것을 주면서 한양까지 살려와서 내의원과 궁중에 분양했다.



감기나 전염병에 유효한 마황은 세종 20년 경상도 장기현에서 재배했다. 약성을 비교해보니 수입 마황과 다름이 없어서 재배자 박홍에게 옷 한 벌을 하사하고 재배현황을 왕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챙겼다는 기록이다.



최근 국산한약재는 어떨까? 농민들은 본인이 생산하는 약초를 국가가 잘 보호하여 육성하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한약을 과학화하여 만든다는 천연물신약은 거의 중국산 한약재의 추출물을 사용한다.



수많은 한약재 중 농가 보호를 위해 한약재 수급조절품목에 들어있는 14종 약초마저 2011년 1년 동안 14톤을 수입할 정도다. 만약 여러 한약재가 섞인 탕약추출물까지 합한다면 수입물량은 알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향약으로부터 시작된 토물기완의 논리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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