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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이상곤 원장

이상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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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왕들은 온천을 즐겨 찾았을까?



온천욕은 본래부터 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온천욕 치료는 신라 진성여왕이 두창(천연두)을 치료하고자 온천욕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로 오래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렇게 왕들이 온천욕에 집착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군신 사이의 갈등도 심했다.



태종 즉위 2년(1401년) 9월19일, 사간원에서 왕의 온천 행차에 파투를 놓았다. 가장 강력한 왕권을 행사하던 호랑이왕 태종의 온천욕에 신하들이 딴죽을 건 것이다. 그 어조도 사뭇 도전적이다. “전일 외부로 행차한 것도 잘못되었는데, 또 온천으로 가는 것은 (왕이)하늘의 뜻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나이가 젊으니 병환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건강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사냥과 위락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태종은 길길이 날뛴다. 군신의 대화가 꼭 몇 년 전 화제가 되었던 대통령과 검사의 대화를 보는 듯하다. “내가 옛날에는 종기가 나지 않았는데 금년에는 종기가 열 번이나 생겼다. 의관 양홍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깊은 궁중에서만 있어서 기운이 막혀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온천행을 명한 것이다. 내가 놀고 싶어서 온천을 간다면 천벌을 받을 것이다. 나이가 젊으면 병이 없다고 하였는데, 나이 젊은 사람은 병이 없는가?”



선조도 마찬가지다. 온천욕을 하겠다는 왕의 결정에 딴죽을 건 것은 임진왜란의 명신 류성룡이다. “온수로 목욕하는 것은 땀으로 진액을 크게 소모하는 것이니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선조는 이렇게 발끈했다. “온천욕은 선대왕도 늘 했던 일이다. 당신의 말은 듣지 않는 것이 좋겠다.”



조선의 신하, 특히 유학자들이 왜 왕의 온천욕을 반대했을까? 거기에는 온천욕의 효과를 둘러싼 견해차가 들어 있다. 온천에는 유황이 들어 있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유황은 뜨거운 성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독성이 있다. 약으로 사용할 때는 독성을 없애는 특별한 방법을 사용한다.



온천욕에 부정적인 이들은 유황이 포함된 온천에서 목욕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왕과 같은 사람의 건강에 좋지 않다고 보았다. 특히 화로 인한 종기에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 이들은 신경통과 같은 근육 질환이야말로 온천욕이 안성맞춤의 해결책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정작 실제로 온천욕으로 가장 효과를 보는 질환은 피부 질환이었다. 이 역시 한의학의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온천에 녹아 있는 유황은 ‘화(火)’이다. 한의학에서는 내부를 보호하는 피부는 ‘금(金)’이다. 쇠는 불 속에서 불순물과 분리돼 순수해진다. 즉, 온천욕을 통해서 피부의 각종 노폐물이 제거되리라 본 것이다.



실제로도 유황천은 피부의 각질층을 녹여서 탄력성을 높인다. 또 피부의 물질대사를 높여서 새로운 세포의 형성을 빠르게 한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피부 질환으로 고생을 한 왕들은 앞다퉈서 온천을 찾았던 것이다. 이런 효과에 주목하는 이들은, 온천이 진물이 나는 피부 질환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보았다.



태종, 선조 외에도 온천을 즐겨 찾았던 세조, 세종은 이런 온천의 효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왕이다. 만성적인 가려움증과 같은 피부 질환으로 평생 고생했던 세조는 전국의 온천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했다. 하도 세조가 피부 질환의 고통을 호소해, 이때는 신하들이 적극적으로 온천욕을 권했다.



반면에 조선의 왕 중에서 온천욕을 가장 즐겼던 세종은 평산, 온양, 이천 등의 온천을 열심히 찾으며 자신의 지병인 일종의 자가 면역 질환인 강직성 척추염 증상으로 나타나는 허리와 어깨 강직을 치료했다(이 강직성 척추염으로 세종은 시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결국 세상을 떴다).



세종은 하도 온천을 좋아해서 뒷말도 많았다. 온천행이 잦다 보니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민폐가 심했다. 이 때문에 세종은 경기도 인근의 온천을 찾으려 애를 썼다. 특히 부평에 온천이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번이나 온천의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온천을 못 찾자 세종은 주민이 자신의 방문을 기피한다고 생각해 부평부를 현으로 강등했다.



<지봉유설>을 보면 우리나라의 온천 중 온양, 이천, 평산, 연안, 고성, 동래 온천이 가장 유명했다. 특히 세종은 온천의 물을 길어와 무게를 측정해서 그 효과를 짐작했다. 기록을 보면 이천의 갈산 온천에서 길어온 물이 가장 무거웠는데, 실제로도 세종은 이 온천을 방문해 큰 효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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