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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0일 (금)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39)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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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東醫寶鑑』의 脈論



脈이 한의학의 望聞問切의 四診法 가운데 하나로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東醫寶鑑』만큼 중요하게 취급된 적은 없었다. 조선 초기의 의서 『鄕藥集成方』(1433년), 『醫方類聚』(1445년)에서는 脈診을 증상에 섞어서 언급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東醫寶鑑』에 이르러 각 門마다 각각의 아이템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診斷法으로 다루게 된 것이다.



허준은 脈診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한 의학자이다. 그는 일찍이 1581년에 『纂圖方論脈訣集成』을 정리하여 初刊하고 1612년 이를 開刊한다. 『纂圖方論脈訣集成』은 조선 초기 鄭道傳(1342~1398)의 『診脈圖訣』(1389년)을 바탕으로 정리한 脈學專門書이기에 한국 고유의 脈學 硏究의 전통을 잇는 서적이다.



『東醫寶鑑』에서 脈診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방법은 몇가지 특색이 있다.

먼저, 各 門마다 ‘脈法’이라는 소제목의 글 다발이 나온다는 점이다. ‘脈法’이라는 소제목의 글이 나오지 않는 門은 內景篇에는 身形, 夢, 聲音, 五臟六腑에 대한 門, 外形篇에는 面, 頸項, 乳, 臍, 肉, 筋, 骨, 手 등이다. 雜病篇에서는 총론적 내용을 담고 있는 권1을 제외하고 볼 때 諸瘡, 解毒, 怪疾, 雜方 등에만 脈法이 안 나온다. 湯液篇, 鍼灸篇 등은 脈法이 주된 주제가 아니므로 안 나온다. ‘脈法’이 나오는 門을 보면 脈法이 전체 門의 질병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脈에 대해 별도의 門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門이란 外形篇 3권에 나오는 ‘脈’門을 말한다. 『東醫寶鑑』의 外形篇은 권1이 頭, 面, 眼, 권2가 耳, 鼻, 口舌, 牙齒, 咽喉, 頸項, 背, 권3이 胸, 乳, 腹, 臍, 腰, 脇, 皮, 肉, 脈, 筋, 骨, 권4가 手, 足, 毛髮, 前陰, 後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脈은 皮, 肉, 脈, 筋, 骨의 五體의 부분에 들어가 있다. 五體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皮, 肉, 脈, 筋, 骨의 다섯가지 조직을 말하니, 이들 모두는 각각 肺, 脾, 心, 肝, 腎과 相合한다.



이러한 인식은 『靈樞·五色』의 “肝合筋, 心合脈, 肺合皮, 脾合肉, 腎合骨也”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 것이지만, 『靈樞·五色』에서 말한 ‘心合脈’의 경우의 脈은 脈管 즉 血管을 말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진단상 사용하는 尺部의 동맥이 뛰는 부분도 血管에 해당하기에 이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五體로서의 脈은 진단에 사용되는 脈과 같은 것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許浚은 脈을 診斷上 尺部의 脈과 과감하게 연계시켜 그 관계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결론짓고 있다.



셋째, 脈에 대해 正名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東醫寶鑑·外形·脈』에 나오는 ‘脈者血氣之先’, ‘脈者有義’의 두 곳에 나온다. ‘脈者血氣之先’은 ‘脈은 血氣를 先導한다’는 의미로서 적고 있다.



넷째, 脈病을 하나의 독립된 질환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脈은 질병을 판별하는 진단의 기준이다. 그러므로 맥을 잡는다는 것은 어떤 질환의 상태를 판단하여 처치를 시행할 방도를 결정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이것은 현존하는 고려 중기의 의서 『鄕藥救急方』, 조선 초기의 의서 『鄕藥集成方』, 『醫方類聚』 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맥락의 하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개념으로서 脈病을 하나의 질환으로 접근한 것은 『東醫寶鑑』의 중요한 성취인 것이다. 『東醫寶鑑·外形·脈』에는 ‘脈病藥餌’라는 제목 하에 炙甘草湯, 人蔘黃 湯, 茯神湯, 補氣湯 등의 처방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 처방은 각종 원인들에 의해 止代脈이 나타나게 된 것을 치료하는 처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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