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우려로 인해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의료이용(복약, 상담, 예약) 및 혈압, 당뇨 등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모바일 내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디지털 활용 격차로 인한 건강불균형이 여전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2025년이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층을 대상으로 혈압, 당뇨 등을 모바일로 관리하거나 말벗이나 스스로의 건강관리를 위해 투약 시간을 알려주는 인공지능(AI) 기반 관련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건의료서비스의 범위에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 돌봄·간병 등의 전 과정을 포함했으며, 유럽위원회(EC)는 WHO가 정의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디지털화하여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로 정의한 바 있다.
이에 디지털 헬스는 예방적 자가 관리부터 일차의료, 장기요양 케어, 재택의료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모든 서비스를 포함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의 ‘2021년 국내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헬스케어산업 매출은 2021년 기준 1조82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6% 성장했다.
이 가운데 의료용기기 매출이 9731억 원(53.4%)으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건강관리 기기(2546억 원),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2250억 원) 등의 시장이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성장세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급성장 중인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IA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규모는 2020년 1530억 달러(204조 9741억 원)에서 2027년 5090억 달러(682조 1618억 원) 규모로 연평균 1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로는 질병의 사후적 진단·치료에서 선제적 예방·관리로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며, 디지털 정보에 익숙한 노년 세대의 급격한 증가도 한 몫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는 계층 간의 격차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여 나가, 일상화되고 있는 디지털헬스케어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인지가 새로운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취약계층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 저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앱 기반 디지털헬스의 형평성 제고 방향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이용률은 100만 원 미만(45.5%), 100~200만 원 미만(72.9%), 200~300만 원 미만(90.8%), 300~400만 원 미만(95.8%), 400만 원 이상(97.7%) 등 소득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인터넷 이용률을 살펴보면, 일반인이 93.0%인데 반해 취약계층은 81.3%로 낮았고, 연령대별에 있어서도 10~50대까지는 99%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지만, 60대는 94.5%, 70대는 49.7%로 나타나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인터넷 이용률이 저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2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재확인됐다. 4대 정보취약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의 일반 국민 대비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은 64.5%에 머물렀고, 계층별로는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이 54.5%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에 더해 모바일기기 이용 능력도 일반국민이 71.7%에 이르는 반면 취약계층의 이용 능력은 52.3%에 불과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개인 스스로 건강관리를 위한 최적의 정보를 찾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계층 간, 연령대별간 낯선 디지털 정보화 환경으로 인해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앱 기반 디지털헬스의 형평성 제고 방향 고찰’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보건의료의 접목은 건강수명을 증가시키는데 긍정적으로 작동할 것이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헬스가 모든 인구집단 및 계층에게 동등한 혜택을 줄지, 오히려 건강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들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디지털 헬스의 형평성 보장을 위해서는 정부, 앱 개발자, 보건의료전문가 등은 디지털 건강관리의 잠재적 격차를 식별하고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건강 전략을 보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인 수준’에서는 정부가 공공투입자금을 확보하여 고품질의 저렴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하고, DP(디스플레이)형 AI 스피커 등을 보급해 스마트폰 없이도 디지털 헬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접근성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활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개인 간 수준’에서는 디지털 헬스 설계 단계에서부터 앱 개발자 우선이 아닌 앱의 건강 영향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앱 개발자,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 앱 이용자가 공동으로 설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건강관리 지속위한 맞춤형 지원
디지털 헬스 이용단계에서의 조치 사항으로 앱 이용자가 서비스에 적응하기까지 서비스 제공자 또는 주변의 가족, 지인 등의 기술적 지원과 디지털 건강관리의 관심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서비스 적응 이후에도 맞춤형 지원에 나설 것을 제언했다.
또 ‘커뮤니티 및 사회적 수준’에서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사회의 디지털 헬스 인프라 조성을 위한 재원 지원과 디지털 헬스 관련 연구·훈련·교육·평가가 어우러지는 거버넌스 강화, 디지털 헬스와 기존 보건의료체계와의 긴밀한 연계, 의료정보·민감정보·개인정보 등 디지털 헬스 이용에 따른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디지털 헬스의 건강형평성 지표개발과 모니터링 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박나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헬스의 형평성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디지털 헬스의 건강불평등 현황이 측정돼야 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건강형평성 지표를 개발하여 지속적인 통계를 산출하고 모니터링 해야 한다”면서 “아직은 디지털 헬스가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작동하지는 않지만, 미래의 디지털 건강형평성 실현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