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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9일 (수)

“하이브리드 한의학, 패러다임 한계 넘어 새로운 확장성으로”

“하이브리드 한의학, 패러다임 한계 넘어 새로운 확장성으로”

한의협, ‘하이브리드 한의학’ 저자인 김종영 교수 초청 세미나 개최
“한의학은 혁명의 역사”, 의료일원화 대신 ‘의료포용화’로 다원적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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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는 17일 ‘하이브리드 한의학’의 저자인 김종영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초청, 과학철학과 사회학의 관점에서 현대 한의학의 본질과 미래 방향을 논의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를 기획한 이태형 학술이사는 “현재 한의계는 다양한 이슈를 마주하고 있다”면서 최근 선고된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 관련 법적 판결을 언급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17일 2심 판결을 통해 “양의학과 한의학은 그 학문적 원리가 서로 달라 학습과 임상이 전혀 다른 체계에 기초하고 있다”면서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이태형 이사는 “1951년 한의학이 국민의료법 상 제도권 의학의 하나로 인정된 이후, 한의계는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 체계화를 끊임없이 요구받아 왔다”며 “양의학과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 및 학습과 임상이 전혀 다른 체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설명은, 동양의학과 서양의학 간의 교류가 전혀 없었던 시대라면 혹여 가능했을지 모르나 현재와 같이 융합을 통해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늘 김종영 교수의 발표를 통해 이 같은 이분법적인 학문 정의를 탈피하고, 전통과 현대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현대 한의계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정책적인 노력을 가져가야 할지 현 임원진 모두가 함께 논의하는 훌륭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영 교수는 2019년 출간한 저서 <하이브리드 한의학>을 기반으로 현대 한의학의 정체성과 발전 가능성을 논하며,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 다원화를 강조했다. 특히 전통과 현대, 그리고 학문 간 경계를 넘어선 ‘포용적 한의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새로운 길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한의학을 단일하고 고정된 학문이 아닌 ‘세트들의 세트(sets of sets)’로 정의하며, 한의학이 끊임없이 확장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학문적 교류를 통해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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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패러다임의 한계를 넘어


김 교수는 또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 나타난 패러다임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의학과 과학적 사고의 전환 필요성을 논했다. 쿤의 이론은 과학을 ‘일관된 전체(Coherent whole)’로 보았으나, 이는 다원적이고 혼종적인 과학의 실제 작동 방식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의학 또한 단일한 이론에 의해 단선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사학 분야에서 증명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의학을 음양오행에만 제한하려는 일부 관점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이어 한의학을 덧셈적 발전의 집합체로 보아야 한다며,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고 융합하는 것이 한의학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론을 넘어선 현대 과학철학자들의 논의를 접해보라고 권장했다. 피커링, 갤리슨, 해킹, 라투르 등 학자들이 쿤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시한 새로운 과학관은 한의학의 다원성과 혼종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의계가 추구할 캐치프레이즈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한한의사협회 회원의 이익 증대’ 뿐만 아니라 ‘한국 의료의 발전’과 같은 대승적인 표현을 조언했다.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이 요구하는 한의학의 표준화는 한의계의 지속적 과제다. 김 교수는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의학의 다원적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화된 체계를 가져야 보험 및 국가 의료체계에 편입될 수 있지만, 표준화할 수 없는 영역은 다원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는 국가와의 타협을 통해 가능하며, 다원성을 자산으로 삼아야 합니다.”


정부와의 관계에서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의학 내부의 단결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의계가 서로 분열되기보다 3만 한의사가 힘을 합친다면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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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한의학의 미래


김 교수는 한의학이 지난 100년간 투쟁의 역사를 통해 발전해왔다고 평가하며, 미래에도 국가 권력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만과 중국의 사례를 들어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한의학 발전에 미친 영향을 강조하며, 한국에서는 지금까지의 시장 중심의 발전을 보완할 국가적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중국 투유유 교수가 중의학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의학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면, 이는 한의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와 성과 중심의 도약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한의학이 가진 가능성과 강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의학은 혁명의 역사”라며 한의학이 ‘포용적 한의학’으로서의 방향 설정을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의학은 닫힌 학문이 아닙니다. 한의학이 제도화되면서부터 ‘의료일원화’ 논쟁이 있었는데, 의료일원화보다는 ‘의료포용화’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의학이 현대의료기기, 새로운 기술, 양의학, 제도, 국가, 법 모두를 포용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양의학 역시 한의학을 포용하며 상호 다원화 상생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김 교수는 한의학과 양의학의 관계를 이분법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집합체 대 집합체의 만남’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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