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한의 기반 신경이과학과 중국 현대의학이 이명·난청·어지럼증을 매개로, 새로운 학술협력의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이명학회(회장 황재옥)는 17일 중국 상하이 소재 상하이교통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신화병원에서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책임교수 양준)와 한·중 학술교류 세미나를 개최, 이명·난청·어지럼증 분야의 양국 임상·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지속적인 교류 방안을 모색했다.
상하이교통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신화병원은 상하이를 대표하는 국공립 종합병원으로,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는 이명·난청·어지럼증 및 두경부 질환 분야의 주요 임상·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이날 황재옥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의사로 40년, 이명·난청·어지럼증을 30년 가까이 진료하면서 가장 값진 일은 각국의 동료들과 뜻을 나누는 것이었다”며 “‘질병은 환자가 고치는 것이니 의사는 늘 겸손해야 하며, 의술과 지식은 동료들과 나누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아보 토오루 선생의 가르침이 오늘의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과 의술, 음악에 국경이 없듯 이번 만남이 서로에게 기쁨과 힘이 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지속적인 교류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황재옥 회장, 양준 책임교수
양준 교수도 “한국은 이비인후과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학술교류의 중심지”라며 “이번 교류를 통해 난청의 진단·치료와 청각 관련 어지럼증, 이과적 어지럼증 분야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연구와 임상진료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지 병원 진료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이명학회는 △Korean Medicine Diagnosis and Treatment of Tinnitus(백승태 부회장) △Dizziness and Its Treatment from the Perspective of Korean Medicine(김태현 총무이사)을, 신화병원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는 △Vertigo Diagnosis and Treatment: The Xinhua Hospital Approach(양준 책임교수) △Clinical Application of Acoustic Stimulation Neuromodulation Technology(김옥련 교수)를 주제로 발표했다.

◎ 추나·한약·침부터 소리재활까지…이명 치료 ‘3축 통합전략’
한의 기반 신경이과학적 치료를 소개한 백승태 부회장(안양 백승태한의원장)은 이명 치료에서 귀 자체의 증상 억제보다 구조·전신기능·청각신경계를 함께 조절하는 통합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리를 쫓기 전에 일상생활을 회복해야 한다”며 “이명·난청은 청각계 미세손상과 중추신경계 과흥분, 자율신경 불균형, 전신기능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치료전략은 △구조치료(추나·두개천골요법·턱관절·경추 교정) △기능치료(한약·침·약침·도침·매선) △신경조절(마음침·소리재활·뇌-청각 네트워크 재훈련)의 3축이다. 추나·두개천골요법은 경추·두개 구조와 근막 긴장을 조절해 순환 및 자율신경 안정을 도모한다.
기능치료는 환자별 변증에 따라 세분화한다. 한약은 기허·뇌허·신허·간화·비허 등을 기준으로 피로·수면·소화·순환·정서적 과민을 함께 조절하며, 침은 △내이 유모세포 주변 미세순환 촉진 △국소 염증·면역반응 조절 △청각피질 과흥분 완화 △이주 주변 신경 및 네트워크 조절을 목표로 한다. 약침은 경혈자극과 한약 추출물 작용을 결합하고, 도침·매선은 연부조직 유착과 근막 긴장, 두경부 순환 개선에 활용한다.
정서·청각 재활도 치료축에 포함됐다. ‘마음침(Mind Acupuncture)’은 부정적 감정·공포·스트레스 반응을 경락 불균형으로 파악해 경혈자극과 호흡을 병행하며, 소리재활은 미세청력검사 결과를 토대로 개인별 음향신호를 생성해 손상 유모세포와 중추 청각 네트워크를 자극한다. 전용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지속적 훈련도 소개됐다.
백 부회장은 “이제 이명 진료의 패러다임을 귀의 소리를 없애는 치료에서 환자의 전신기능과 일상을 회복하는 치료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메니에르·BPPV·PPPD 경계 허문다…‘증상 패턴’으로 치료 재분류
김태현 총무이사(하남 은율한의원장)는 어지럼증 치료에서 질환명에 따른 획일적 처방을 넘어 ‘질환→환자→변증·임상표현형→개인맞춤치료’로 이어지는 한의학적 접근을 소개했다. 같은 메니에르병·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BPPV)·지속성체위-지각어지럼(PPPD)이라도 소화·수분대사, 회복력, 스트레스·수면, 노화·쇠약, 근골격계 상태에 따라 치료전략을 달리한다는 설명이다.
임상표현형은 △체액-소화 조절장애형(오심·두중감·이충만감·소화불량) △과각성-스트레스 조절장애형(긴장·불면·불안·스트레스성 변동) △저예비력-회복형(피로·회복력 저하) △노화-쇠약형(만성화·신체 예비력 감소) △동적-과반응형(갑작스러운 증상변화·두통·과민성)으로 구분하고, 한약·침·약침·추나·뜸·전정재활·운동·생활관리를 환자 상태에 따라 조합한다.
특히 한의학의 동병이치(同病異治)·이병동치(異病同治)를 치료원칙으로 제시했다. 같은 메니에르병이라도 △체액-소화형은 체액조절·소화기능 개선 △동적-과반응형은 과도한 반응성과 증상변동 안정 △노화-쇠약형은 기능적 예비력 보강에 집중한다. 반대로 BPPV 후 잔여 어지럼·메니에르병·PPPD처럼 진단이 달라도 체액-소화 조절장애가 공통되면 유사한 치료원칙을 적용한다.
임상에선 오심·이충만감·두중감·소화불량이 두드러진 메니에르병 환자를 ‘체액-소화 조절장애형’으로 분류해 한약을 중심으로 침·약침·전정재활을 병행했다. 만성 비회전성 어지럼과 시각·움직임 민감성, 경부 긴장이 두드러진 환자에게는 침·약침·추나·운동치료의 비중을 높여 경추 긴장 완화와 움직임 내성·활동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김 총무이사는 “질환명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패턴을 치료한다”며 “한의사는 어지럼증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어지럼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을 치료한다”고 강조했다.

◎ 신화병원, 어지럼증 ‘약물→주사→청력보존 수술→재활’ 단계치료
양준 책임교수는 이성(耳性) 어지럼증 치료에서 청력·전정기능·중증도를 반영한 ‘개인맞춤형 단계치료’를 소개했다. 신화병원은 최근 10년간 어지럼증 환자 10만명 이상을 진료했으며, 전체 어지럼증의 60~70%가 내이 기원이라는 설명이다. 치료목표는 발작 빈도·중증도 감소, 잔존청력 보존, 삶의 질 개선이다.
치료는 △1단계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중심 약물치료(급성기 단기 전정억제제 병행) △2단계 경구치료 실패·금기 시 고실내 스테로이드, 난청 동반 난치성 메니에르병은 저용량 겐타마이신 △3단계 유용한 청력이 남은 환자의 내림프낭 감압술·내림프관 클리핑·세 반고리관 폐쇄술 △4단계 청력 소실 또는 기능적 수술 실패 시 전정신경절단술·미로절제술 순으로 강화한다. PTA 50dB HL 미만·어음명료도(SDS) 50% 초과는 청력보존술 우선 고려 기준으로 제시됐다.
임상성과로는 △내림프낭 감압술 어지럼 조절률 88.6% △세 반고리관 폐쇄술 95% 초과 및 청력 안정 △전정신경절단술·미로절제술 100% 사레가 소개됐다. 양측 고도·심도 난청을 동반한 4기 메니에르병에는 세 반고리관 폐쇄술과 인공와우이식술을 동시에 시행해 어지럼 조절과 청력 회복을 함께 겨냥하는 전략도 제시됐다.
양 교수는 “정밀진단을 출발점으로 약물부터 수술까지 필요한 만큼만 단계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면서 수술 후에도 △AI·VR 기반 원격 전정재활 △vHIT·VEMP 추적검사를 통해 재활강도를 조정하는 전주기 진료를 강조했다.

◎ 이명 주파수 맞춰 ‘개인별 음향자극’…3개월 효과율 75.5%
김옥련 교수는 이명을 청력손상에 따른 청각피질의 신경가소성 변화와 연관된 현상으로 보고, 환자별 이명 주파수·강도와 청력상태에 맞춘 음향자극 신경조절 치료를 소개했다. 단순히 이명을 다른 소리로 덮는 차폐를 넘어 청각입력을 재구성해 중추 청각계의 비정상적 신경활동을 조절하는 접근이다.
치료는 ‘정밀평가→이명 매칭→병원 자극→가정치료→추적조정’으로 진행한다. 순음청력·이명 주파수·강도와 THI(이명장애지수)·SAS(불안)·PSQI(수면)를 평가한 뒤 병원에서 30분간 1회 자극해 반응·편안함을 확인하고, 가정에서 하루 3~4회·회당 30분 시행하며 3개월간 매월 처방을 조정한다. 난청이 뚜렷하지 않으면 개인맞춤 음향자극을,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는 난청에는 보청기 증폭과 음향프로그램을 병행한다.
49명 대상 3개월 추적에서는 THI 20점 이상 감소율이 75.5%였으며, 중증 환자는 치료 전 11명(22.4%)에서 3개월 후 0명으로 감소했다. 1회 자극 직후에는 △이명 소실 12.97% △감소 69.72% △변화 없음 13.89% △악화 0%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40세 여성(THI 60) 30분 자극 후 VAS 2→0.5 △36세 여성(THI 100) 하루 4회·회당 30분 치료 후 3개월째 THI 6 △6년간 이명·난청을 앓은 68세 남성(THI 80) 보청기+음향중재 후 THI 16으로 개선된 임상사례를 소개하며 “현재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더 큰 규모의 대조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이명학회는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정기적인 국제 학술교류 채널을 구축하고, 이명·난청·어지럼증 분야의 국제 교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양준 교수는 아울러 “한의학과 중의학은 변증논치를 비롯해 많은 이론적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동병이치·이병동치는 양국 전통의학의 핵심적인 정수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한국 전문가들의 발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 귀 질환과 어지럼증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해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이명학회 이경윤 수석부회장(이내풍한의원 강남점 원장)·맹유숙 학술이사(이내풍한의원 강남점 원장)·문현우 재무이사(인천 다나음한방병원 진료과장)·김태겸 IT이사(제천 명의촌한의원 부원장)·김영은 연구원 등도 참여했다.